나이듦과 죽음에 관한 여성학적 성찰 내일을 여는 지식 사회 60
이동옥 지음 / 한국학술정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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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을 쓰기 이전부터 시작된 저의 책읽기 화두 가운데 중심축에는 나이듦과 죽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성학적 시각에서 바라보았다는 제한점은 있습니다만, 그 두 가지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화여자대학교의 이동옥교수님이 쓰신 <나이듦과 죽음에 관한 여성학적 성찰>입니다. 서지학적 분류는 전문서적으로 되어 있습니다. 전문서적하면 딱딱할 것이란 선입견이 들기 마련입니다만, 제가 보기엔 다루고 계신 주제가 노화방지의학이라거나 텔레비전 드라마를 중심으로 하여 여성노인의 역할을 분석한 글 그리고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노인의 성과 사랑에 관한 사회적 인식 등을 다루고 있어 친숙하고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조루주 미누아가 쓴 <노년의 역사; http://blog.joinsmsn.com/yang412/12457577>를 보면 역사적으로 노-소간의 갈등이 심각했던 시기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노-소간의 갈등을 부추겨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세력들이 입지를 넓혀가고 있어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동욱교수님 역시 이런 시각에 대하여 “노인은 젊은 사람의 희생을 바탕으로 생존하는 귀찮은 존재가 아니라는 점(27쪽)”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실 노인들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키워낸 것이 바로 그분들이란 생각을 하면 그런 시각에서 접근하면 안되는 것이겠지요.

 

돌이켜보면 우리사회가 서구화되면서 대가족제도가 해체되어 핵가족화하고 게다가 출산이 줄어들면서 가족의 규모 역시 작아지고 있습니다. 더하여 기대여명이 획기적으로 늘어서 노령화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노인복지제도가 이와 같은 사회현상을 뒷받침을 해주지 못하게 되면서 가족에 의하여 보호받던 노인들이 사회적 차원에서 보호되지 못하는 간극이 발생하여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주제인 노화방지의학에서는 건강한 노년을 위한 다양한 의료서비스보다 남의 시선을 의식한 미용치료부문에 대한 관심이 일반적인 사회현상을 보면서 이것은 아니다 싶은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제 경우는 젊어서부터 새치가 많은 편이었던 탓에 나이에 비하여 흰머리가 많은 편입니다만, 염색을 한다거나 피부노화를 걱정해서 선크림을 바른다거나 하는 등의 미용에 대한 관심보다는 그저 나이가 들어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보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주변 분들의 공연한 걱정(?)을 듣곤 합니다.

 

아무래도 여성학적 관점에서 주제를 다루고 있다보니 나이 들어가는 과정에서도 여성노인들이 남성노인들과 비교하여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한다거나 사회참여와 같은 적극적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고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서 여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 우리사회에서 일반적으로 공감되고 있는 까닭이겠습니다.

 

노인의 성문제에 관하여 논의하는 부분에 크게 공감하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제게도 곧 닥칠 문제인 탓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꼼꼼하게 읽어보았습니다. 저자가 영화 <시>에서 남자 노인과 여성간병인 사이에서 생기는 성적 관계와 그 외에도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거리들은 노인복지차원에서 제대로 조명되어야 할 점들이라고 생각하며, 어쩌면 문화적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해결될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끝으로 죽음의 결정과 관련한 주제입니다. 나이 들어 만성질환으로 고통을 받다보면 삶의 질이 나빠져서 죽느니만 못한 삶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뉴스는 말기 폐암으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아내를 지켜보던 남편이 엄청난 진료비 압박과 쾌유의 희망이 없다는 이유로 아내의 산소호흡기의 줄을 잘라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을 전하고 있습니다. 저자 역시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 치매를 앓던 아내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다음에 부부가 동반자살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고통받는 아내가 안쓰러운 것도 이유가 되지만 아내없는 세상을 사는 것이 두려웠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였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대하여 저자가 제기하는 문제점은 삶을 중단하는 중요한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여성노인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에게는 아직도 너무나 친근하지 않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방안도 읽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변화하고 있는 장례방식, 삶속에서 죽음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그리고 잘 살기 위한 죽음준비 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안락사에 관한 주제를 오랫동안 연구한 스캇펙박사가 죽음 이후의 삶의 모습을 그린 <저 하늘에서도 이 땅에서처럼: http://blog.joinsmsn.com/yang412/12617702>는 죽음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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