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똑똑한 사람이 멍청한 짓을 할까 - 헛똑똑이의 패러독스 세상 모든 호기심 WHY? 2
로버트 J. 스턴버그 지음, 방영호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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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를 담고 있는 “왜(WHY)?” 시리즈의 네 번째 주제입니다. 제 경우는 똑똑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만 가끔은 발등을 찧고 싶은 생각이 드는 짓을 저지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무언가 해답을 구할까 싶어서 고른 책입니다.

 

열다섯 분이나 되는 심리학의 대가들의 글을 모은 탓에 집중력과 글흐름이 끊긴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멍청함의 속성, 지능과의 관계, 학습장애와 멍청한 행동과의 관계 그리고 멍청함에서 벗어나는 방법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서문에 적었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들, 예를 들면, 클린턴 대통령의 성추문사건, 명탐정 홈즈의 저자 코난 도일이 심령술에 빠져 살았다거나, 천재물리학자가 창조론을 신봉하는 까닭 등만 기억에 남은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저자들이 인용하고 있는 다양한 심리학 관련 연구결과 들이 쉽게 이해되지 않은 탓일 것 같습니다.

 

‘왜 순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할까?’라는 제목의 글을 읽으면서 오랫동안 술을 끊지 못하고 끌려 다닌 과거를 뒤돌아봅니다.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대곤했습니다만, 드디어 금주를 선언하고 6개월 정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마침 읽게 된 이 글에서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이유를 깨닫고 , 유혹을 이길 해답을 구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핵심은 ‘주의집중을 통한 효과적 자기통제’라고 되어 있습니다.

 

예일대학교 심리학과 로버트 스탠버그교수가 인용하고 있는 마르틴 뉘멜러목사의 시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가히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처음 독일에 그들이 공산주의자들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하고 있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으니까.


그다음 그들이 유태인들에게 왔을 때, (생략)

그다음 그들이 노조에게 왔을 때, (생략)

그다음 그들이 천주교도들에게 왔을 때, (생략)


그다음 그들이 내게 왔을 때,

이젠, 아무도 나를 위해 항의해 줄 이가 남아 있지 않았다.“


최근 읽은 폰더씨 시리즈의 저자 앤디 앤드루스가 지은 <1,100만명을 어떻게 죽일까?; http://blog.joinsmsn.com/yang412/12625273>에서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유태인 학살과정에 침묵했던 독일사람들의 심리상태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는 생각과 최근 중국당국이 한국 혹은 제3세계로 가기를 원하는 탈북동포들을 북한으로 강제송환하는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과 연계하여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죽음까지 내몰릴 수 있는 그들의 위기상황을 외면한다면 훗날 마음 한구석에 커다란 바윗덩이로 남겨지게 될 것 같습니다.

 

그밖에도 똑똑한 사람들이 헛똑똑이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멍청한 짓을 하는 까닭을 다양한 임상실험의 결과를 통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능과 성격, 멍청함의 관계’와 같은 일부의 주장은 역시 저자 나름대로의 견해로서 같은 분야의 전문가들의 공감을 얻은 내용인지 의문이 가는 점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언젠가 혈액형에 따라서 급성충수돌기염에 걸리는 확률에 차이가 있는가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모집단의 숫자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표본크기가 충분하다고 여겨지던 어느 순간 A형에서 급성 충수돌기염 환자가 전체 인구에 따른 혈액형비율보다 높게 나오는 것을 보고 흥분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표본크기를 더 확대하면서 그 차이가 줄어들더니 결국은 연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말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리하면서 번역하신 분들 혹은 편집하신 분의 의도가 개입된 것인지 독자입장에서 확인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만, 글읽는 흐름이 부자연스러운 곳이 눈에 띄고 오탈자가 적지 않아 글읽기에 몰입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혹시 독자들이 이 점을 제대로 눈치채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왜 양 17마리와 염소 16마리를 더하면 33세가 되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장치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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