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성찰하다 - 현대 과학의 새로운 지평
임경순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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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둘러싸고 광우병의 위험성이 다시 문제가 되었습니다. 2000년 유럽에서 육골분이 수입되었다고 해서 일었던 1차 광우병파동과는 진행과정 그리고 사회적 파장이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었는데, 국민을 혼란스럽게 했던 가장 큰 이유는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분들이 정반대의 주장을 펼친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심지어는 같은 자료를 두고서도 다른 해석을 내놓기 일쑤였습니다.

 

우리는 흔히 과학은 실험자료 등을 바탕으로 이론을 검증하기 때문에 실증적이고 객관적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상반된 주장을 하는 전문가들을 보면서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바로 그런 이유로 ‘과학을 성찰’하는 일이 가능하게 된 것 같습니다. <과학을 성찰하다>는 과학사를 연구하는 포항공대의 임경순교수님이 현대과학의 흐름을 큰 틀에서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쓴 책입니다.

 

앞서 언급한 과학의 객관성과 합리성에 대한 회의는 20세기 중반부터 대두되기 시작하였는데, 그 바닥에는 과학의 내용이나 방향에 사회, 문화적 측면이 개입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리게 되면서 일어난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학문 간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다양한 분야의 학문이 서로 융합하여 시너지를 꾀하게 된 것도 이런 경향을 부채질하게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특히 생명현상과 같은 복합적인 현상을 다루면서 국소적 자율성을 강조하는 과학기술이 부상하게 되면서 특정분야가 주도하던 전통적 과학관이 변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토마스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를 통하여 “과학적 지식이란 단순히 객관적 지식의 축적으로만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의 내용이나 방향에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측면과 같은 비합리적 요소도 개입할 수 있으며, 과학은 ‘패러다임 이동’을 통해 혁명적으로 변화한다.(21쪽)”고 주장한 것이 변화의 물꼬를 텄다고 하겠습니다.

 

돌이켜보면 과학은 그 뿌리를 철학에 두고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자연주의 철학자들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서 변화하지 않는 존재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 불변의 진리가 바로 오늘날 과학이 추구하는 대상이었던 것입니다. 근대과학은 르네상스 시대를 지나면서 점차 세분화되면서(예를 들면, 수학, 물리학, 천문학 등) 빠른 속도로 발전해왔고, 특히 현대에 들어서는 세분화되는 경향이 심해졌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던 경향은 20세기말 과학의 영역 안에서부터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하여 이제는 과학의 경계를 넘어서 통합적 사고를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수학적으로 풀어보면 미분화되던 과학이 어느 순간 적분화를 통하여 전체로 아우르려 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과학의 이러한 경향을 연구하기 위하여 태동한 학문이 과학기술학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과학기술학은 과학에 대한 철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성장한 분야이며, 과학사, 과학 철학, 과학사회학 분야의 연구가 밑거름이 되었다.(34쪽)”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학은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사안에 대중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방법도 다루고 있다고 합니다.

책표지를 열면, “미래를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라는 헌정사를 적어 놓은 것처럼, 저자는 근대과학의 흐름을 큰 틀에서 볼 수 있도록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였다고 합니다. 저자는 논의 대상을 크게 4개의 분야로 나누고 있습니다. ‘20세기 과학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하는 물음으로 시작하는 1부 「현대 과학의 여명」에서는 현대 과학의 흐름을 바꾼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 현대 우주론, 생명 과학 등의 분야에서 성과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전신, 전화, 텔레비전, 나일론, 컴퓨터와 같이 20세기 인간의 삶에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킨 발명품에 대한 이야기는 2부 「과학 기술과 산업」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3부 「과학 기술은 국가를 등에 업고」에서는 국가의 정책과 과학 기술이 결합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과학계의 변방에 머물던 독일이나 미국이 오늘날 과학강국으로 올라서게 된 과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3부의 마지막에 둔 ‘노벨상으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노벨상을 둘러싸고 벌어진 치열한 경쟁과 암투를 적고 있는데, 노벨상을 염원하는 우리나라 과학계의 염원을 고려한 듯합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거대화된 과학이 환경 사상, 예술과 만나면서 생겨나는 변화를 4부는 「과학 성찰의 새로운 진화」에서 논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앞서도 말씀드렸던 20세기 후반 이후 과학 기술 분야에서 등장한 융합 기술과 비연속적인 기술 혁신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정리를 해보면, 1859년 다윈의 진화론 발표에서 1905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1926년 슈뢰딩거의 파동 역학, 1948년 가모브의 대폭발 이론, 1975년 에드워드 윌슨의 사회 생물학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20세기에 이룩한 과학의 업적들에 대하여 기업, 사회, 국가, 예술이라는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여 분석하고 심지어 물밑에서 있었던 요소들의 상호작용까지도 소개하고 있어 아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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