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묻는 그대에게
M. 스카펙 지음, 최은경 옮김 / 한국학술정보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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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삶은 없다”라는 부제가 달린 <길을 묻는 그대에게>는 작가에서 사상가, 정신과 의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강연가, 영적 안내자로 발전해나간 스캇펙 박사가 쓴 책입니다. 스캇펙박사는 오래 전 안락사를 주제로 한 <영혼의 부정: http://blog.joinsmsn.com/yang412/6647855>을 통하여 친숙해진 터라서 <길을 묻는 그대에게>에서는 삶의 의미에 대한 그의 명쾌한 해답을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목을 두고, 삶의 의미에 대한 의문을 가진 독자에게 주는 정답을 담았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책장을 열었다가 “뭐야~~!”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제가 책을 열고 어리둥절했다는 말씀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주제별로 한 페이지에 두 꼭지씩으로 된 짧은 글에 일련번호가 매겨져 있습니다. 그 글의 숫자가 365개 이니 하루에 한 꼭지의 글을 읽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생이란?’으로부터 시작해서 ‘평화란?’으로 끝나는 질문은 모두 91개이지만 ‘사랑이란?’ 질문이 제일 많아 9개나 되는 것처럼 중복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보면 ‘사랑’에 대한 궁금증이 가장 많은 것 같아 보입니다.

 

머리글에서 저자는 이 글들은 일일 묵상의 형식으로 제시한 것으로, 정신과 의사로, 인간행동의 관찰자로 또는 지도자로 활동하면서 경험한 것, 특히 영적 세계로 향한 저자의 여정을 담았다고 합니다. 또한 이 책의 글들을 읽고 명상하는 가운데 개개인의 생애와 경험 속에서 새로운 문맥과 의미를 찾았으면 하는 것이 저자의 의도이며 희망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명상의 기도 형태 중 흔한 형태는 한 구절을 얼마 동안 명상하는 것이다. 유태교, 기독교적인 전통에서는 글이라면 흔히 송서의 구절을 말한다. 불교에서는 아마도 짧은 난해한 어휘, 즉 화두일 것이다.”라고 적고 있는데, 저자가 불교에 귀의해 불교도로 지내면서 행한 명상시간에 화두로 가졌던 사념들을 정리한 것이라 여겨집니다.

 

저자는 이 글들이 슬쩍 스쳐 읽히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 글들은 고요와 정적 속에서 묵상을 통하여 반추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 깊이 파고들라. ‘글과 함께 성장하도록 하라.’ 글의 지혜와 여러분의 지혜 속으로 깊이 파고들라, 모순 속으로도 파고들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인생, 자아, 도전, 정직, 영적인 삶, 결정, 두려움, 자기훈련 등 자기계발에 관한 주제로부터 자식, 결혼, 행복 등 다른 이와 얽히는 삶으로 주제를 확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혼, 종교, 신, 은총, 기적, 믿음 등 종교에 관련된 주제도 다루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과학, 진화와 같이 종교와 대척점에 있는 주제도 다루고 있어 저자의 생각이 열려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사고의 편중을 우려한 듯한 일면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도 잘 알고 있는 빛이 입자성과 파동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는데서 나온 것처럼, “‘인간은 죽음과 영원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빛은 동시에 파동이며 분자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과학과 종교는 모순이라는 같은 언어를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87쪽)”라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과학과 종교가 물과 기름처럼 녹아들지 못하고 대립하기보다는 서로를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보입니다. 예를 들면, “신에 대한 믿음에서 우리가 성숙되어 나오는 것은 참으로 놀랍다. 이제 여러분에게 제안하고 싶은 것은 신에 대한 믿음 속으로 성숙해 들어가는 것도 역시 가능하다는 것이다.(86쪽)”라는 글이 바로 그러합니다.

 

신의 섭리를 근본으로 하는 종교의 입장에서 오늘 날의 인류가 진화의 결과라는 과학의 입장을 수용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싶습니다만, 저자는 “인류는 진화적 도약을 하는 중이다. ‘도약에서 우리가 성공하는가, 안 하는가는 여러분의 개인적 책임이다.(128쪽)”라고 적고 있는 것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진화의 개념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관계’라는 화두를 두고, “싸우는 것이 분열되지 않은 것처럼 가장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151쪽)”고 적은 글에서 요즈음 우리 사회의 갈등이 꼭 우려할만한 것은 아닐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갈등이 서로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지 않고 소통으로 이어져 잘 봉합되는 수순으로 가야겠다는 것이지요. 갈등의 요인이 된 점들에 대하여 사회구성원들이 진실을 깨달아 선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기 때문에 양측에서는 거짓으로 대중을 속이려하지 말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진실된 근거를 바탕으로 대중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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