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인재, 우리는 함께 간다
융합형인재사관학교.김영록 지음 / 티핑포인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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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으로 세분화되어 학문적 깊이를 더하다보니 전공분야를 벗어나게 되면 일반인보다도 아는 바가 없어 당혹스러운 상황을 맞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아무래도 학문의 발전속도가 빠르다 보니 전공분야의 기초를 세우기 위하여 공부해야 할 분량도 엄청나게 되었지만,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하루에도 쏟아져 나오는 연구성과들을 쫓아가기도 숨찰 지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과거 학문에 세분화되기 전에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학문의 깊이를 더하여 시너지효과를 내던 학문의 경향을 되새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에드워드 윌슨 교수님의 <통섭; http://blog.joinsmsn.com/yang412/4895225>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금은 생소한 ‘융합형 인재’의 의미가 궁금해졌습니다. 학문의 벽을 넘나들면서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결합하여 성과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개념처럼,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이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 뿐 아니라 조직이 필요로 하는 바른 인성과 창의성이 뛰어난 인재, 즉 다재다능한 인재를 이르는 것이라 이해가 되었습니다. 사실 다재다능은 타고나는 재주라서 교육에 의해서도 달성할 수 있겠는가 의문을 가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 궁금증이 <융합형인재 우리는 함께 간다>를 통하여 어느 정도 답을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인재양성의 꿈을 세운 김영록님이 세운 융합형인재사관학교(융합사)를 통하여 “한 분야의 전문성은 물론 다 분야의 지식과 정보를 두루 갖추고 1인 3역을 해내며 특히 ‘인성이 올바른’ 사람”을 키워내는 실험을 시작하여 그 첫 번째 결실로 4명의 융합형인재를 배출하는 과정이 <융합형인재 우리는 함께 간다>에 담겨 있습니다.

 

융합사는 다양한 전공분야를 공부하는 열두명의 대학생을 선발하여 2주에 1회씩 1년에 걸쳐 두 차례의 워크숍을 포함하여 24회의 교육을 실시하였다고 합니다. 지원자의 스펙은 선발의 고려대상이 되지 않으며, 프레젠테이션을 통하여 해내겠다고 하는 의지를 제대로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교육은 재능기부의 원칙에 따라서 융합사의 설립취지에 동의하신 여러 분야의 전문가 8명이 참여하여 교육이 이루어지는데, 매 2주마다 열리는 교육시간에는 미리 정해진 책을 읽고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토론이 진행되는 방식입니다. 등록금은 물론 교육비를 내지 않는 대신, ‘사관학교’답게 엄격한 규율을 적용해 어기는 사람은 가차 없이 탈락되는데, 12명으로 시작한 1기는 4명만이 졸업장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제 2기가 선발되어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는데, 읽으면서 다양한 전공분야의 학생들이 선발되어 같이 토론하고 활동을 하게 되는 상황이 융합사의 설립취지에 잘 맞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서 학문의 통섭을 인용하였습니다만, 요즘 대학생들은 공부해야 할 엄청난 분량의 전공서적에 압사당할 지경인지라 다른 분야에 눈을 돌릴 여력이 없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토론에 참여하는 동급생들을 통하여 다른 분야에 대한 지식에 눈을 뜰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토론의 대상이 되는 책을 보면 인문학을 다루는 경우가 많아 인성을 개발하는데도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많은 학생들이 1년에 24권 분량의 독서가 부담스럽다고 한 점입니다. 물론 읽으면서 뜻을 새기고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사유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독서 역시 꾸준한 노력과 책읽는 시간을 내려는 의지를 세운다면 보다 많은 분량의 독서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한 번 교육에 한 권의 책을 읽고 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에서 발전하여 관련된 몇권의 책을 읽고 내용들을 종합하여 토론을 진행한다면 보다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화자(話者)가 내내 궁금했습니다. 중도탈락한 것으로 보이는 생도들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지만, 빛나는 졸업장을 받은 4명의 생도 이름은 처음부터 밝히고 있었기 때문에 읽어가면서 나름대로 추론을 해보았습니다만, 생도 각자의 시각으로 본 사건을 기술하고 있으면서도 때로는 김영록님의 시각으로 본 사건도 있어 종잡기 어려웠습니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융합사와 김영록님의 공저로 하신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잡지의 편집장을 하고 있는 박송미님이 중심이 되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어떻든 1기에서 33%가 살아남았지만, 2기에는 보다 많은 생도들이 살아남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신생의과대학에서 교육 및 실습 프로그램을 짜는 일의 책임을 맡았던 경험에 따르면, 첫 해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수월해지면서 레벨업이 가능해진다는 점입니다. 융합사에서 추구하는 인재양성프로그램이 머지않아 사회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각자의 전공을 살리고 융합사에서 이를 조화시켜 서로에게 시너지효과를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예견합니다. 그래서 리뷰의 제목도 “각자 이룬 성과를 융합하여 시너지를...”이라고 붙여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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