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슈 - 웃음이 주룩주룩 눈물이 꼬물꼬물
김상득 지음 / 네시간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슈슈>의 서문에서 저자는 훈민정음의 어제 서문을 빌어 우리네 삶이 복잡해짐에 따라 웃음과 눈물이 같이 하는 복잡하고도 모순적인 상황을 표현하고자 하나 마땅한 방법이 없는 현대인들을 불쌍히 여겨 ‘슈슈’라는 용어를 창제하노니 마구 사용하기 바란다고 하였습니다. 슈슈는 웃음(^^)과 눈물(ㅠㅠ)을 나타내는 이모티콘을 조합하여 만든 신조어라고 설명하였는데, 출판사에서는, “삶의 절박함 속에 우연히 마주치는 어처구니없는 헛웃음, 혹은 소소한 유쾌함은 “웃음이 주룩주룩(^^)”으로, 웃음의 뒷전에 꼬물꼬물 묻어나는 상실과 불안, 절망과 외로움은 “눈물이 꼬물꼬물(ㅠㅠ)”로 표현되고 있다.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리고 웃음이 꼬물꼬물 묻어나는 것이 정상적인 표현이라면, 이것을 뒤집어 표현함으로써 부조리한 감정으로 희극화시키고 있다.”라고 해설하고 있습니다.

 

저도 좋아하는 조용필씨의 노래 <그 겨울의 찻집>에 나오는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노랫말 같은 상황을 맞아본 기억이 별로 없는 저로서는 ^^는 비교적 자주 사용하는 편이나 ㅠㅠ는 별로 사용한 기억이 없는 것으로 보아 단순무식하게 웃음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슈슈’가 과연 저자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신조어인지 확인에 들어갔습니다. 그 결과 여성들이 머리를 장식하는데 사용하는 악세사리의 한 종류로 ‘헤어슈슈’라는 이름이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의장등록 혹은 상표등록이 되어있을 가능성도 있어, 용례를 확대하여 구체적인 해석을 붙인 사례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이 역시 적법한 일인지 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부제에 들어있는 ‘눈물이 꼬물꼬물’이라는 말이 필이 꽂혀 구매를 했으나 눈물이 꼬물꼬물할만한 사연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감정이 메마른 탓일까요? 어떻든 이미 다 읽은 책을 도로 물어 달라하기에는 양심이 허락지 않는 지라 울며 겨자를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눈물과 관련해서 유일하게 눈길을 끌었던 대목을 소개합니다. “한반도의 봄은 황사로 온다. 네이멍구와 고비사막에서 발원한 황사는 편서풍을 타고 과민한 내 기관지로 날아온다. 봄날이 찬란하기는커녕 온통 누렇다. 어제는 밖에 나갔다 집에 돌아와 귀를 터니 사막이 쏟아져 나온다. 목이 아파 기침을 하니 별이 마구 쏟아지고 눈이 서걱거려 비비니 눈물처럼 전갈이 떨어져 나온다. 바람은 고비사막에 사는 여우처럼 운다.(290쪽)” 정말 대단한 상상이 아니겠습니까? 딱 이 한 구절로 책값이 충분하다 싶습니다.

 

책을 모두 읽고서 남는 첫 번째 느낌은 ‘글쓰느라 참 고생을 많이 했겠다.’였습니다. 저자도 ‘의지박약자의 작심’이라는 글에서 중앙선데이에 연재하는 컬럼을 꼭 마감에 임박해서 마무리한다고 실토하고 있습니다만, 글내용으로 보아 그럴 수밖에 없겠다 싶습니다. 저도 요즈음 주간 컬럼을 두 개의 매체에 내고 있습니다. 각각 200자 원고지 20매 정도의 분량을 쓰고 있는데, 주초와 주말로 나누어 나름대로의 마감일을 정하여 쓰고 있지만, 해당 매체에 마감을 연장해달라는 부탁을 한 적은 없습니다.

 

제 경우는 써야 할 글의 전체 윤곽을 잡고 원고분량을 넘기도록 단숨에 써내려간 다음 윤문과 첨삭으로 원고분량을 맞추는 식입니다. 하지만 저자의 경우는 200자 원고지 6매의 분량에 고전, 영화, 소설 등 저자의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는 엄청난 양의 자료 가운데 비유가 적절한 것을 끄집어내 인용하고 있으니 전체의 틀을 잡는데 시간이 많이 들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결정적 한방... 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극적인 반전’, 이 한 줄을 쓰기 위해서는 아마도 머리에서 쥐가 날 정도로 쥐어짜야 할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더, 저자는 ‘기억 못하는 남자’라는 제목에서는 이미 밑줄을 그어가면서 읽었던 책을 다시 사서 그것도 재미있다고 읽었다면서 자신의 기억의 오류를 자책하고 있습니다만, 이 책에 담겨 있는 102개 꼭지의 글을 보면 작가가 살아오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관계에서 있었던 일들이 이야기의 실마리를 이루고 있으니 어찌 보면 깨알 같고 소소한 일들을 기억의 창고에서 끄집어내서 알뜰하게도 우려먹고 있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는 헤어졌다는 아들의 여자친구도 두어 차례 등장하는 것 같은데, 그 분이 이 책을 읽었다면 헤어짐으로부터 얻은 상처가 다시 덧나지 않았을까요?

 

리뷰를 마무리하면서 솔직한 제 느낌을 말씀드리면, 글을 참 재미있게 쓰는 저자가 부러웠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글 곳곳에서 묻어나는 저자의 대책없는 무심함에 입가에 웃음이 슬며시 맺혔으나 주룩주룩까지는 아니었다는 투정도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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