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절 - 오뉴벨 한류소설집
오뉴벨 지음 / 청어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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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대륙의 동쪽 끝에 붙어있는 조그만 반도의 나라는 해양문화와 대륙문화가 만나 소용돌이치면서 녹아들어 독특하면서도 한 단계 승화된 새로운 그 무엇을 만들어왔습니다. 삼국시대에 들어와 고려조에 이르기까지 찬란한 꽃을 피운 불교문화가 그랬고, 조선조에 만개한 유교문화가 그랬습니다. 그리고는 우리만족의 문화창조의 정신은 오랫동안 동면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륙을 건너온 유럽문화와 멀리 미국대륙으로부터 태평양을 건너온 해양문화가 쏟아져 들어와 격랑을 만들면서 우리의 문화창조의 정신은 오랜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드라마로부터 시작한 한류의 바람은 이제 음악으로까지 그 지평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한류열풍은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많은 한류팬들이 한글을 익혀 드라마와 노래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 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향이 확대되면 한국문학을 우리말로 읽는 한류팬들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짐작됩니다.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한류팬들은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르는 편이었지만, 음악으로 넘어가면 아무래도 젊은층이 주류를 이루게 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문학 영역에서도 젊은층의 경향을 반영한 작품이 요구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뉴월 하루볕을 따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세대간의 생각의 차이가 뚜렷하다는 점을 강조하던 비유입니다만, 요즘에는 더욱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요즈음의 젊은이들이 성향은 이해되지 않는 구석이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오뉴벨이라는 필명을 쓰는 작가의 단편집 <통일절>은 제게 충격으로 읽혀졌다는 점을 말씀드려야 하겠습니다. 주인공들이 보이는 생각과 행동은 곧 우리 아이들의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되었기 때문입니다.

 

<신종 플루>, <배우와 감독>, <화가와 모델>, <강제결혼>, <바보상자 들어가기> 등 대부분의 이야기는 젊은이와 기성세대를 엮어 진행되는데, 과거 세대의 애정행각이 보이던 애정행각의 전말을 염두에 두고 읽었다면 분명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생각없는 젊은이들’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내가 너무 구닥다리 같아서 ‘쿨하다’고 보기에는 이해되지 않는 묘한 딜레마를 느끼게 됩니다.

 

열한편의 단편들 가운데 제가 보기에 두 편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싶습니다. 첫 번째 작품인 <통일절>입니다. 그리고 보니 금년은 총선과 대선이 한 해에 치루어지는 정치적으로 격동기에 들어서고 있는 시대적 상황에 잘 맞아 떨어지는 주제인데, 국방위원장이 지난 해 12월 17일 사망한 뒤에 쓴 작품인지 아니면 사망을 예견하고 쓴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북한의 권력이동을 겨냥하고 남한에서 젊은 대통령이 선출됨으로써 통일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작가의 조심스러운 희망이 읽혀지는 점입니다.

 

하지만 작가가 제시한 젊은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전략을 기성정치판에서 읽으면 경천동지하고도 남을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거대한 조직을 나누어 보면 다양하게 중복되는 단체들... 그리고 그 단체를 움직이는 실질적인 힘을 가진 총무들의 역량을 하나로 묶어 대선판도를 뒤흔들 수도 있다는 작가의 착상은 놀랍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남북한의 젊은 지도자들이 뒤를 지키고 있는 지지세력의 복합한 역학관계를 조정하여 통일선언을 공표하는 작업이 쉬울까 하는 의구심이 마음 한편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은 제가 구세대이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마지막 작품 <눈물 한 방울>은 남북분단으로 야기된 한 가족의 대를 이어온 불행한 가족사를 뒤쫓고 있습니다. 북에서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혼백을 남의 고향으로 모시고 온 손자가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불태워버렸다는 아버지를 오랫동안 원망해오다가 아버지의 죽음에 이르러서야 그 오해를 풀게 되었다는.. 세월이 조금만 더 흘러가면 남북분단의 아픔을 실감할 사람을 별로 구경할 수도 없게 될 앞날을 서글퍼하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아무래도 저의 전공분야가 줄거리의 기둥이 되는 소설은 제목부터 관심이 더 가는 것 같습니다. <의사와 환자>입니다. 2008년 촛불시위의 현장에서 만나 연인관계로 발전한 커플의 진료를 담당한 의사가 촛불시위의 최전방을 뛰던 환자의 진료를 포기하게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벌써 4년여, 세월이 흐른 뒤, 촛불이 사라져버린 현실을 수용할 수 없어 정신적 해리를 보이는 남자친구에게 “오빠! 그건 한여름의 폭우로 홍수가 난 것처럼 이 세상을 휩쓴 광기였을 뿐이라고요! 그러니까 이젠 모두 정상을 되찾은 거라구요!(208쪽)”라는 여자 친구의 설명이 제대로 된 답이라 생각하는 한편 2008년에는 왜 그런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폭력이 난무하는 현장에 뛰어들었는지 묻고 싶어집니다.

 

리뷰를 마무리하면서 얼마 뒤에 있을 총선과 그리고 연말로 예정된 대선에서 과연 작가의 전략을 구사하는 후보가 나올까 궁금해집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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