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 KBS 사이언스 대기획 인간탐구
김윤환.기억 제작팀 지음 / 예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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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나이 들어가면서 아무래도 기억력이 조금씩 떨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어렸을 적에는 스치듯 본 것까지도 잘 기억해내서 할머님께서 기특하다는 말씀을 하시곤 했던 것 같습니다. 기억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기억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기억은 어떻게 갈무리되는지 관심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기억의 형성에 관한, 기억력을 높이는 방법에 관한 연구를 많이 해왔고,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만, 아직도 해야 할 연구가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기억>은 KBS 사이언스 대기획 <인간탐구>에서 3부작으로 다룬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조사된 자료를 토대로 프로그램을 주관한 김윤환PD님이 요약하여 보고 듣는 프로그램을 읽고 생각하는 책으로 만든 것입니다. 역시 TV프로그램을 제작하시는 분답게 오밀조밀한 구성에 다양한 화면구성으로 볼거리와 읽을거리를 풍성하게 담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저자께서 기억에 관심을 가지게 동기가 보통사람들과는 차이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길상사 덕현스님이 설법 중에 주신 ‘나는 누구일까요? 우린 왜 서로 다른 모습으로 이곳에 있을까요? 그리고 왜 고민이라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한평생을 살다가 떠날까요?’라는 사람의 근원적 존재이유에 대한 물음을 듣고서, ‘왜 나는 남과 다르지? 부모님께 받은 유전자? 개성? 인격? 나를 나로 있게 하는 것은 뭐지? 그리고 나를 나답게 하는 것은 뭘까?’하는 의문이 화두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답 가운데 하나가 ‘기억’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기억을 뒤쫓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정말 기억에 관한 자료는 너무 방대해서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일이 엄두가 나지 않을 지경입니다. 저자는 관련 자료를 크게 세부분으로 나누었습니다. 그 첫 번째는 기억이란 무엇인지, 기억이 왜 만들어지는지, 기억이 어떻게 만들어져 어떻게 저장되는지를 한 묶음으로 하여 ‘1부 오래된 미래, 기억’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고민대상인 기억력감퇴에 관한 이야기, 건망증에서부터 치매로 인한 기억력 상실에 이르는 심각한 병적 상태,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실험을 통하여 증명하려는 노력을 ‘2부 봄날은 온다’에서 정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3부에서는 기억이 사라지는 망각(妄覺)은 인간을 고통에서 해방시키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기억을 잊거나 나쁜 기억을 오히려 좋은 기억으로 바꾸는 방법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TV 프로그램으로 방영된 내용이었기 때문에 다양한 환자 사례들을 볼 수 있어 기억과 관련된 질환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억과 관련된 연구를 하는 국내외 석학들을 두루 만나 그들의 연구성과를 정리하고 기억에 대한 그들의 의견을 요약하여 박스형태로 혹은 본문에서 충실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사진자료들은 뇌과학의 연구산물에서부터 환자와 관련된 영상자료, 병리학 자료들이 전문가들이 참고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입니다. 그리하다 보니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정도를 뛰어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들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뇌의학의 한 분야를 공부한 저도 생소하다 싶을 정도의 자료도 있습니다.) 실물사진을 바탕으로 그래픽처리를 한 그림들도 많았습니다만, 영상자료를 옮기다 보니 사진설명으로 충분할까 싶은 부분도 있는 듯합니다.

 

관련 분야의 전문가로부터 충분한 자문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워낙이 방대한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했겠다 싶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57쪽에서 인용하고 있는 뇌사진은 형태로 보아 정상 성인의 것은 아닌 듯하다 싶습니다. 128쪽에서 인용하고 있는 뇌사진 역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라고 보기에 무리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개념도 눈에 띄었습니다. 용어선택에 있어서도 플라크, 탱글과 같이 의학용어집을 바탕으로 번역되지 않고 원음으로 표기한 경우도 있었는데, 이런 단어들은 이미 판, 섬유농축체라는 우리말이 일반에게 많이 소개되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129쪽의 알츠하이머성 치매, 파킨슨성 치래, 알코올성 치매 등도 정확하지 않은 표현입니다. 기억과 관련된 다양한 실험이 소개되어 있어 흥미로웠는데, 일반인과 택시기사의 해마용적을 비교하는 실험을 설계자체가 잘못되었을 수 있겠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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