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눈물이 나 - 아직 삶의 지향점을 찾아 헤매는 그녀들을 위한 감성 에세이
이애경 지음 / 시공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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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고른 책은 아닙니다. 제가 요즘 눈물에 필이 꽂혀있는 탓인지 ‘눈물’이 들어간 제목을 보고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그냥 눈물이 나본 기억이 없는 저로서는 이 책의 저자께서 얼마나 감성적이실까 궁금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아직 삶의 지향점을 찾아 헤매는 그녀들을 위한 감성에세이’라는 부제를 단 것처럼 딱히 그녀들을 위한 글이라기보다는 저자 자신을 위한 글이 아닐까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제 생각이 맞았던지, “생각보다 훌쩍 들어차버린 나이와 조금만 더 아이로 머물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자신에게 보내는 비망록이다.”라는 글귀를 출판사 리뷰에서 발견하고는 공연히 흐믓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언제 그러는데?”라고 묻고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 “그저 ‘그냥’이라는 단어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이런 감정의 기복은 유독 삼십 대들에게 자주 일어난다. 100세까지 줄기차게 산다는데 왜 우린 ‘서른’, ‘삼십’이라는 단어에 이토록 예민해지는 걸까? 아마도 이 단어가 연상시키는 막연한 동경과 함께 이젠 개념 찬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감을 동시에 몰고 오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매년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지만 유독 서른의 방황은 이후의 삶을 뒤흔들 만큼 강렬한 잔상을 남긴다.”는 구절이 잇달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여자 나이 서른이면 그럴까? 십대에는 마른 나뭇잎이 구르는 것만 보아도 꺄르륵 웃는다고들 했는데...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가을과 겨울 사이의 어떤 날처럼 느껴지는 그런지한 봄날, (…) 두 볼을 두드리는 찬 바람이 싫지 않아 이리저리 발걸음을 옮기던 순간 눈물이 툭- 떨어졌다.” 그런데 왜 그랬는지 답을 적지 않았습니다. 혹시 “결국 난 한 가지 믿음, 서로에게 숨겨진 보물을 서로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어디인가 있을 거라는 믿음만 붙잡고 있다.(176쪽)”고 고백한 부분이 이유가 될까요? 아니면 버금딸림음 ‘파’와 같은 신세 ‘서른 넷’이라서 그럴까요? 그도 아니면 죽을 만큼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죽을 정도로 사랑하지는 않았나보다. (…) 죽을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은 존재할 수 없고, 죽을 정도로 아픈 이별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180쪽)“고 슬그머니 변명한 부분에 답이 숨겨져 있을까요?

 

그냥 눈물이 나는 이유는 다른데 있었던 모양입니다. “누군가에게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그런 느낌”, “회사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는데 그날 메뉴는 국밥이었다. 이상하게 나에게만 유독 고기가 가득 담겨져 나왔다. 다른 사람들의 그릇을 보니 콩나물과 약간의 고기가 고명처럼 얹어져 있을 뿐. 갑자기 울컥 눈물이 났다. 누군가에게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그런 느낌. 그저, 그냥 모든 게 고마웠던 어느 날 오후.(227쪽)”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외롭다는 생각이 고통스럽게 온몸을 옥조일 때, 무심하다싶게 일상적인 행동일수도 있지만 다른 이보다 나를 배려해주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을 때도 눈물이 쏟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역시 이애경기자님의 감성지수는 남다르다 싶습니다.

 

조용필, 윤하, 유리상자 등이 발표한 곡들의 노랫말을 지었다는 이작가님의 글은 짧으면서도 부드럽게 읽힙니다. 너무 짧은 것이 아쉽다고나 할까요? 여행을 즐기는 탓인지 해외여행지에서 느낀 생각을 많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가벼운 듯하면서도 다시 한 번 머릿속에서 씹어보게 하는 것은 여행일정의 무게가 달라서였는지 제가 느껴보지 못한 점들이라 그럴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글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사진, 사진들... 아마 여행길에 만난 소중한 인연이었을 것 같은데, 다른 이들은 그냥 지나쳤을 것들을 꼼꼼히 카메라에 담아 들인 사려깊음이 빛을 보게 된 것 아닐까 싶습니다.

 

‘눈물’ 때문에 골라든 책에서 눈물에 관한 내용보다도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의 한 자락을 엿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나 더... 저자가 추천하는 아주 간단한 술끊는 방법을 꼭 해보려 합니다. “술을 끊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술을 마시고 싶을 때 안마시면 된다. 술을 마셔야 할 때 안마시면 된다. 술을 마시고 싶지 않을 때 집에 가면 된다.(2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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