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슐라르 - 바슐라르와 상상의 미학, 그 무한의 나라로의 여행
곽광수 지음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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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08년 <촛불의 미학>을 통하여 처음 만났던 가스통 바슐라르가 다시 저의 눈길을 붙잡게 된 것은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바슐라르와 상상의 미학, 그 무한의 나라로의 여행’이라는 부제를 단 곽광수교수님의 <바슐라르>의 리뷰를 읽고서였습니다. ‘상상(想像)’의 나라를 헤메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지만, 언젠가부터는 아예 단어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보니 문학작품이나 라디오 드라마로부터 멀어지면서 생긴 버릇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촛불의 미학을 통하여 바슐라르가 과학철학자이며 문학비평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사실은 과학사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상상력이 집요하고 무한하며, 그러한 상상력은 문학을 통하여 표현되고 있음을 깨닫고 문학을 연구하게 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촛불의 미학; http://blog.joinsmsn.com/yang412/9918483>을 읽으면서 흔히 만나는 촛불에 대하여 그렇게 천착해 들어가는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바슐라르는 사물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음이 틀림없습니다.

 

<바슐라르>에서는 곽광수교수님을 통하여 바슐라르가 생전에 뒤쫓던 화두가 ‘상상력’이었다는 점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문학비평의 방법론에 대해서도 조금 눈을 뜨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자가 책머리에 붙여둔 것처럼 <바슐라르>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제1부에서는 바슐라르의 상상력 이론을 다룬 곽교수님이 다룬 글들로, 제2부에서는 바슐라르의 이론을 실제로 문학비평에 적용한 글들로 구성하였다고 합니다. 제1부는 ‘물질적 이미지’, ‘바슐라르와 상상력의 미학’, ‘바슐라르와 상징론사’, ‘바슐라르 문학비평의 실제’, ‘외국문화 연구와 텍스트 읽기’라는 제목의 글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바슐라르와 상상력의 미학’이 가장 비중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 연구서로 보입니다. 특히 이 부분을 독해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바슐라르의 창조적인 상상력은 물질적 이미지와 물질적 상상력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합니다. 특히 문학작품에서 작가의 상상은 언어를 통하여 형상화되는데 작가가 언어의 이미지를 통하여 표현하는 상상은 역시 독자가 상상을 통하여 이를 구체화하는 내부적 표상작용을 통하여 교감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울림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미지의 존재와 힘이란 기실 독자의 상상력의 존재와 힘이다.(58쪽)”라고 정리한 것처럼 작가가 이미지를 통하여 형상화한 상상력을 독자가 울림이라는 교감을 통하여 같이 느끼도록 하는 힘이 바로 작가에게 주어진 미션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근래의 문학에서는 상상력의 힘을 보여주려는 노력보다는 보고 듣고 이해하는데 주력하는 경향이 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 역시 상상력을 동원하기 보다는 즉각 이해되지 않는 문학을 어렵다고 멀리하는 경향이 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언젠가부터 시, 소설, 에세이와 같은 문학작품으로부터 멀어지게 된 것이 저의 상상력이 빈곤해진 탓에만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애매할 수 있겠습니다만, 상상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는 작품을 읽다보니 상상력을 발휘하는 연습이 게을러지고 관심도 줄어들게 되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리하다보니 문학작품을 읽고서도 막상 리뷰를 쓰려다 보면 생각이 마치 액체 속의 입자가 브라운운동을 하듯 종잡을 수 없이 흐르면서 글의 흐름도 뒤죽박죽이 되고 마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근에 기획하고 있는 책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저의 상상력을 다시 키워야 하겠습니다. 저의 생각을 글에 담기 위해서도 그렇고, 제가 읽어내고 정리해야 할 책들에 담긴 저자들의 상상력에 교감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 될 것 같습니다.

 

곽교수님께서 바슐라르의 상상력의 미학을 통하여 김현승 시인의 <鉛>의 셋째 연 “맑고 고요한 내 눈물을 / 밤이슬처럼 맺혀 보아도, / 눈물은 나를 떼어 낸 조그만 납덩이가 되고 만다.”에 대하여 언급하고 계신 부분을 예로 들어, “사라짐의 이미지로서의 <눈물>마저, 지워 사라지게 하는 긍정적인 기능을 잃고 사라지게 해야 할 지성적인 무거움을 도리어 얻는 것을 묘사함으로써, 지상적인 것에의 얽매임의 끈질김을 보여준다. 지성적인 삶의 장(場)이라고 할 낮 동안의 온갖 활동의 찌꺼기를 걸러내는 것인 듯한 <밤이슬>의 이미지가 사라짐의 이미지로서의 <눈물>을 확인해주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거움의 이미지로서의 납의 선택이다. 납은 무거운 물질일 뿐만 아니라, 그 표면적인 시각적인 성질에 있어서 어둠과 검은색의 동류인 것이다.(283쪽)”라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바슐라르가 추구한 상상력의 미학은 문학비평에서 그 빛을 발휘하고 있다는 곽교수님의 말씀은 특히 제2부에 담고 있는 문학비평의 실제 사례를 통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문학언어를 과학적 보편성으로 분석하려던 구조주의적 접근방식이 특별한 성과를 이뤄내지 못하고 말았다는데서 바슐라르의 미학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문학적 아름다움을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객관적으로 증명하기보다는 작가의 상상력을 통하여 형상화된 이미지를 매개로 하여 독자가 작가와 교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문학을 향유하고 음미할 때 느끼는 감동은 독자의 심리적 활동으로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바슐라르의 상상력 이론은 독자와 작가와의 심리적인 공감과 문학작품이 가지는 의미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할 것이라고 합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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