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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투성이의 위험한 이야기 - 식품첨가물, 유전자재조합, 광우병부터 전자파까지
고지마 마사미 지음, 박선희 옮김 / 푸른길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일반인들은 방송과 신문과 같은 대중매체를 통하여 다양한 정보를 얻게 됩니다. 최근에는 인터넷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만, 정보의 양도 많지만 정보의 질적 수준에서 다양하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걸러내기가 쉽지 않은 단점이 지적되기 때문에 역시 대중매체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최근에 언론매체를 통하여 전해지는 정보도 다양한 요인에 의하여 흐려지거나 심지어는 왜곡될 수도 있기 때문에 독자들이 이를 걸러내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이상훈 지음, 기자 편집된 진실을 말하다; http://blog.joinsmsn.com/yang412/12413144)
<오해투성이의 ‘위험한 이야기’>는 일본 대중매체를 통하여 전해지는 정보들, 특히 위험성(risk)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기사일수록 특히 조심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쓴 고지마 마사미 기자는 환경, 건강 그리고 먹을거리를 주로 다루는 생활가정부 소속 전문가로, 자신의 기자생활을 통하여 경험했던 다양한 사건을 통하여 스스로로 정확하지 기사를 썼던 점까지도 고백 인용하면서, 정보를 전달하는 기자들이 흔히 간과하기 쉬운 점들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식품첨가물, 유전자 재조합식품, 전자파 유해론, 의약품부작용 그리고 광우병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사례들을 인용하고, 기사가 흔히 범하는 왜곡의 유형과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이유는 기자가 다루는 사건에 포함되는 전문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깊이는 일반인과 비교하여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이라는 것입니다. 조금은 반복되고 정제되지 않은 느낌을 줍니다만, 기자나 일반인들은 놀랍도록 균일화된 사고의 틀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신토불이’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국내산 혹는 재래종이 안전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같은 것입니다. 소비자들의 이러한 막연한 불안감을 교묘하게 자극하는 상술을 이용하는 집단이 있고, 기자가 이들의 선전술에 놀아나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위험성을 이용하여 비즈니스를 하는 경우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제가 오랫동안 주목하여 자료를 모으고 있는 광우병관련해서 2008년 우리나라의 광우병 파동이 일었을 때 국내에서 주로 인용되었던 것은 일본은 국내산 소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일본에서 ‘도축되는 소’ 모두에 대하여 광우병검사를 실시하는 ‘전수조사 제도’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정보가 널리 유포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일본축산업계의 입김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광우병 문제에 있어서 일본농업신문이 항상 소의 전두조사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것도, 일본 축산업체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일 것이다(63쪽)”
저자는 광우병검사의 맹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즉 소가 광우병에 노출되는 단계를 회장말단의 림프조직에 변형 프리온이 쌓이기 시작하여 내장신경을 따라 척수를 거쳐 뇌에 이르게 되는데 뇌에 축적되어 스폰지모양으로 변화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광우병검사에서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전수조사를 하더라도 변형 프리온이 뇌에서 검출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기 전에는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도축되어 식용으로 유통된다는 것입니다(107쪽). 다만, 특정위험물질을 제거하기 때문에 광우병에 노출될 위험이 전혀 없다고 전제하는 것입니다. 바꿔서 말하면 뇌에서 변형 프리온이 검출되는 소라고 하더라도 특정위험물질을 제거하면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일본에서 그동안 광우병 대책과 관련하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용한 세금이 4,000억엔, 식품업계의 손실이 6,000억엔, 도합 1조엔의 금액이 소비되었다고 합니다(232쪽). 우리 돈으로는 10조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수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적지 않은 돈이 들었을 것입니다. 특정위험물질을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으로 광우병 위험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면, 광우병관리에 추가 투입되는 재정을 절약하여 절대적으로 시급한 다른 분야에서 사용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근거가 미약한 위험이 증폭되는 구조도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안전을 강조하는 것보다 위험을 강조하는 편이 독자들의 관심을 쉽게 끌어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미디어는 안전하다는 전문가들보다는 위험하다는 주장을 하는 소수의 전문가들의 주장을 인용하여 기사를 만드는 선택을 한다는 것입니다. 안팔리는 기사보다는 다소 왜곡되었더라도 팔리는 기사를 선택하는 것이 미디어의 속성이라는 것입니다. 마치 소수의 주장이 정의처럼 포장하는 방식으로 가면 효과는 더 극적일 수 있습니다. 선의 혹은 정의감으로 무장하고 있는 기자일수록 편견에 사로잡히는 우를 범할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예방의학에서 사용하는 예방(prevention)과 환경 분야 등에서 사용하는 사전예방(precaution)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잘 못이라고 합니다. 세상에 어떤 일에도 제로(0) 리스크는 달성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리스크를 제로에 가까운 수준으로 통제하기 위하여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게 되어있습니다. 여기에서 적용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의 정도를 참고하여 리스크 통제수준을 결정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전문가일수록 미심쩍은데는 없는지 더 면밀하게 살펴야 한답니다. 예를 들면, 최근에 인간광우병이 언급되면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의인성 CJD에 관하여 다양한 전문가들이 의견을 개진하였는데, 그 가운데는 수의학을 전공한 분도 있었다는 것입니다(http://blog.joinsmsn.com/yang412/12468865). 수의학은 동물의 질병에 관한 학문인데, 인간의 질병에 대하여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질병에 대하여 혹은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것이 옳은 일이라는 생각을 본인이나 인터뷰를 진행한 기자가 했다면 그 매체의 독자들을 우습게 안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고지마 마사미 기자는 <기자 편집된 진실을 말하다>를 쓴 이상훈기자보다 훨씬 강경한 목소리로 왜곡된 정보를 생산하여 유포하는 기자들의 행태를 고발하고 있습니다. 제가 읽기에는 우리나라의 언론계 사정 역시 일본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