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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이용한 국토종단 도보여행 ㅣ 코리아카미노 여행시리즈 1
고태규 지음 / 이담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주말을 이용해서 서울에 있는 트레킹코스를 아내와 함께 즐기는 저로서는 2%부족하다는 생각을 가끔씩 하게 됩니다. 매주 한 코스씩 걸어서 1년을 즐길 수 있는 분량을 담은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여행 수도권 편; http://blog.joinsmsn.com/yang412/11747933>을 따라가고 있습니다만, 서울 안에서 코스를 구성하다보니 일부 구간이 중복되기도 하고, 걷는 맛이 조금 떨어지는 코스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일년 정도를 따라가면서 절반을 넘기고 있어 내년 상반기에는 마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체 코스를 마치면 수도권을 떠나 지방에 있는 좋은 코스를 걸어보려는 생각을 늘 하고 있기 때문에 고규태교수님의 도보여행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담은 <주말을 이용한 국토종단 도보여행>을 반갑게 받았는지도 모릅니다.
놀라운 점은 일 년이라는 시한을 정하고 토말에서 동해안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길을 끊어짐없이 이어 걸어보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과, 그의 도전은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을 직접 경험하고 전하는 것을 뛰어넘어 서울에서 로마까지 실크로드를 따라 걸어 가보기 위한 예행연습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말 대단한 분입니다.
그의 도보여행의 원칙도 눈길을 끌어당깁니다. 첫째, 차량이 다니지 않는 비포장길을 걸을 것, 둘째, 부득이 도로로 걸을 때는 차량이 적게 다니는 길을 선택할 것, 셋째, 사람이 많이 모이는 유명 관광지는 피하고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길을 선택할 것, 넷째, 발자국 외에는 여행의 흔적을 남기기 말것, 다섯째, 현지 주민에게 경제적 혜택을 주는 공정/책임여행을 실천하기 위해 소모품은 가능하면 현지에서 구입할 것, 마지막으로 도보여행의 초보자도 걸을 수 있는 걷기에 쉬운 코스를 개발할 것 등입니다. 고태규교수는 전체코스를 완주한 경험을 살려 국토를 걸어서 종단하는 운동을 전개하려는 포부도 밝히고 있습니다.
읽고서 마음에 남는 점을 몇 가지 정리해보겠습니다. 비포장도로가 우선적으로 선택되었기 때문에 차로는 가볼 수 없는 우리네 시골마을을 지나가게 된다는 점이 마음을 끌게 된 것 같습니다. 길을 걷다가 목이 마르면 물 한잔을 얻어 마시고 시장기가 드는 순간 건네주는 과일이나 고구마 한 알에 담긴 우리네 시골의 소박한 인심이 절로 느껴집니다.
저자 역시 코스를 따라가면서 오감을 통해서 느끼는 우리산하의 아름다움을 과장되지 않은 글로 담아내고 있을 뿐 아니라 앞서 말씀드린 대로 시골길에서 만나는 누군가의 도움을 감사하게 받게 된 경위와 도움을 주신 분들의 이름까지도 일일이 기록하여 전하고 있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만나는 절경으로부터 소소해 보이는 장면까지고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아, 글로 전할 수 없는 감동을 독자와 나눌 수 있기에 충분한 사진도 수록하고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전체 코스를 구간별로 나누어 놓은 지도 한 장만을 앞부분에 수록한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모두 열아홉번으로 나누어 걸은 코스의 세부구간을 몇 줄로 기록한데 그친 것을 보완해서 코스별로 중요한 지점이나 자신이 이용한 식당, 민박, 모텔 등의 위치를 표시했더라면 고교수가 걸은 길을 뒤따라보려는 생각을 가진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글로 남길 때 한번쯤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점입니다. 요즘의 젊은 세대들이 거침없는 말투, 심지어는 한글 맞춤법을 완전히 무시하는 글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세태입니다. 하지만 강단에서 누군가를 가르치시는 입장이시라면 다양한 계층의 독자들이 읽게 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셨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던 부분들이 조금 정제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그런데 그 모습들이 수많은 군중들이 워라고 으악대면서 길 아래로 뛰어 내려가는 것처럼 보였다.(123쪽)”, “아나, 떡이다.(354쪽)”라고 적으신 부분을 읽을 때 잘 나가던 차가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여행에세이에서 이념의 색깔을 느끼는 것도 적절치 못한 것 같습니다. 물론 저자의 생각을 담는 에세이에 문제될 것은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사회적 통념과는 다른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하려는 의도가 읽히는 것 같아 국토종단에 대한 감동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지리산자락을 지나면서 빨치산 지도자 이현상의 흔적을 연상하면서 안재성의 <이현상평전>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이현상을 미화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한국 현대사에서 그는 가장 고독하고 외로운 영웅이자, 자신의 삶을 불태운 비운의 혁명가였다.(298쪽)”
아무래도 남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코스를 따라가다 보니 길을 안내하는 표지 등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을 개연성이 높았을 텐데, 지방자치단체의 해당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거칠게 몰아붙이는 표현도 마음을 불편하게 하였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적절한 수준에서 신경을 써줄 것을 요청하는 수준으로 적었더라도 <주말을 이용한 국토종단 도보여행>이 걷기를 좋아하는 분들의 주목을 받게 되면, 저자의 의도가 반영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겠습니다.
백두대간을 따라 국토를 종단하는 보도여행이다 보니 제가 가보았던 지역도 적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어라연, 월악산, 정령치, 강진 등등 이런 곳에 대한 이야기는 읽기도 전에 반갑다는 마음이 먼저 드는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뒤따라가기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언젠가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자라게 될 것 같습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