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 창문으로 영국을 보다 - 맨밥 같은 일상, 양념 같은 여행 처음 여는 미술관 2
김혜란 글.그림 / 인문산책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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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틀에 박힌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면 훌쩍 떠나 외국에서 살아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걸리는 일이 많아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기 때문에 꿈꾸는 것으로 만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부엌 창문으로 영국을 보다>를 엮은 김혜란님은 강단이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중학교 1학년 딸과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앞세우고 홀연히 영국으로 떠나 9년을 살아냈다고 하니 말입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아이들을 앞세우고 영국으로 무작정 떠나온 이유는 나를 얽매이게 하는 가부장적인 가족문화, 그 관계로부터의 단절, 새로운 세상에서의 자유, 뭐 이런 것들에 끌려 저지를 만행(?)이지요.(218쪽)”라고 적은 이유가 실감나게 와 닿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떠나기 전에는 가족을 떠나 혼자서 한 달간 인도 배낭여행을 다니면서 외로움을 절절하게 느꼈다고 고백하면서도 다시 아이들과 영국행을 결심한 것을 보면 대단하신 분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 한 가지는 “왜 영국이었을까?”하는 궁금증입니다. 우울한 하늘이 연상되고 물가도 비싸다는 영국이 아닌 더 좋은 조건을 갖춘 외국도 있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던 영국에서의 생활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 시작했다는 만화로 그리는 일상이 책으로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말씀을 들으면서, 공부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 미국 미네소타에 갔을 때, 반지하에 있는 거실에서 창밖을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면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더라는 아내가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향수병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지요. 보스의 조언대로 주말이면 조금 멀리 있는 한인교회에 나가기 시작하고서부터 많이 좋아져 다행이었습니다.

<부엌 창문으로 영국을 보다>는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초등학교 이후에 만화를 본적도 그려본 적도 없는 중년 여성이 그렸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세밀하고 잘 요약된 여섯 컷 만화와 스케치, 그리고 풍부한 사진과 설명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웃에 사는 사람들, 베리와 밸러리부부, 쉴라 할머니, 장터분위기와 우리로 치면 아름다운 가게와 자선가게, 려룩시장, 영국인들과 같이 하는 성경공부, 어학원 모임 같은 일상으로부터 런던풍경, 브론테자매, 토머스 하디, 아가사 크리스티, 셰익스피어, 처칠, 워즈워스 등 문학가의 고향마을 등 잠시 영국을 찾아서는 제대로 챙겨볼 수 없는 아이템들을 깔끔한 설명을 곁들인 사진과 스케치에서 눈길을 떼기가 어렵습니다.

 저자가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를 소개하는 장면에서는 저 역시 미국에서 살면서 초등학교 2학년인 큰 아이와 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인 작은 아이에게 하버드, MIT, 예일 등 유명하다는 대학들의 캠퍼스를 구경시켜주었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당연히 장성한 아이들은 그곳에 갔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영국스러운 시골마을의 분위기까지도 소개하고 있어 세심한 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영국의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것 말고도 영국에서 살면서 느낀 저자의 생각들도 적고 있습니다. 영국의 봄소식, 사는 동네의 산책길, 도토리 거위벌레(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입니다만, 전상국 작가님의 ‘꾀꼬리편지’와 흡사하단 생각을 하게 됩니다(http://blog.joinsmsn.com/yang412/12385076).

가끔은 적으신 내용이 정확한 지 미심쩍은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아가사 크리스티의 고향 토키에 대한 설명을 하시면서 “1891년 토키의 부유한 상류층 집안에서 태어나 1976년 죽을 때까지 불행한 첫 번째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두 번째로 만난 14년 연하의 남편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며...(121쪽)”같은 경우 불행한 첫 번째 결혼이 죽을 때까지 이어졌다면 행복한 두 번째 결혼생활은 어디쯤에 끼어 넣어야 하는지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2009년 국내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던 미국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한인들의 집회도 이곳에서 열렸습니다.(88쪽)”에서도 2009년이 아니라 2008년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니 2008년 영국에 사는 한인들은 왜 미국산 쇠고기를 한국에서 수입하는 것을 반대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영국은 광우병이 처음 발생하였고, 엄청난 숫자의 광우병소가 발견되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분들은 영국산 쇠고기를 전혀 먹지 않았을까요? 그렇다면 영국산 쇠고기가 미국산 쇠고기보다 광우병에 안전하다고 생각했을까요?

정리를 해보면 특히 영국은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다녀온 분들 말씀으로는 살기가 참 힘들더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만, 쉽지 않은 외국생활을 씩씩하게 견디시고 이렇게 좋은 책을 통해서 소개까지 해주셔서 참 대단하단 생각을 해봅니다. 어느 해던가 런던에서 2박3일을 하면서 호텔 근처와 런던시내의 버스투어에 나섰던 것이 전부였던 영국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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