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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속 불교식물 - 자비의 향기를 전하다
민태영.박석근.이윤선 지음 / 이담북스 / 2011년 5월
평점 :
이담북스의 <경전 속 불교식물>을 받아들고 잠시 멍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자들께서 머리말에 적은 것처럼 많은 불교경전에서 식물은 사람들에게 진정한 불교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상황의 묘사를 더욱 풍성하게 하거나 혹은 진리나 논지를 명확하게 이해시키기 위하여 식물의 특성에 비유하는 식으로 인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연꽃은 싯다르타 태자가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나 동서남북으로 일곱 발자국씩을 걸을 때마다 땅에서 연꽃이 솟아올라 태자를 떠받들었고 해서 불교의 꽃이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깊은 의미는 다음과 같은 글에서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꽃을 이르는 표현으로 처염상정(處染常淨)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더러운 곳에 처해 있어도 세상이 물들지 않고, 항상 맑은 본성을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맑고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나 세상을 정화한다는 말로 연꽃의 성격을 잘 대변하는 말이다.(54쪽)”
뿐만 아니라 불교에서 추구하는 인간의 완성의 길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도 연꽃의 특성을 인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모든 과수는 꽃이 진 다음에 열매가 맺게 되는데 연꽃은 꽃과 열매가 동시에 맺히기 때문에 이를 화과동시(花果同時)라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이를 풀면, 깨달음을 얻고 난 뒤에야 이웃을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기심을 없애고 자비심을 키우며 모든 이웃을 위해 사는 것 자체가 바로 깨달음의 삶이라는 것을 연꽃을 통해서 속세의 중생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라는 것입니다.
부모님께서 불교에 귀의하셔서 그 믿음이 깊은 탓에 사찰에 동행할 기회가 잦아지는 것 같습니다. 선친께서 돌아가셨을 적에도 스님의 주재로 장의절차를 진행하였으니 자연스럽게 불당에 들게 되었습니다. 49재를 치루는 동안 선친께서 남겨두신 글들을 다듬어 책으로 묶어내기도 했습니다. 글이란 것도 하나하나가 빛나는 것이라 해도 흩어두면 기억에서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모아서 의미에 따라 정리해 묶으면 읽는 감동이 새로울 수 있는 것인 생각도 있었고, 선친께 드리는 공양이란 생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경전 속 불교식물>은 구성이 재미있습니다. 소개하려는 식물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세밀화를 먼저 소개한 다음, 학명, 과명, 영명, 이명 등의 순서로 다양하게 불리우는 이름을 소개하므로써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식물의 일반적인 특성을 소개하는데, 여기에는 전설에서부터 상세한 모양 그리고 약용식물의 경우에는 효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이 포함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해당식물이 등장하는 경전을 우리말로 풀어서 인용하고 있습니다. 식물학과 서지학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민태영, 박석근, 이윤선 등 세분의 저자께서 불교경전에서 다양한 식물들이 등장하는 배경을 식물학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것은 자신들의 전공을 살려 부처님께 공양하고, 또 부처님 말씀을 사부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미가 읽혀졌습니다. 바로 모두에서 말씀드렸던 멍한 느낌의 이유입니다. 불교에서 신성한 나무로 생각하는 뱅골보리수,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인도보리수, 가끔은 신문지상을 장식하는 우담발화, 저도 언젠가 쓴 리뷰에서 무한대의 시간을 상징적으로 비유하기 위하여 인용하였던 겨자, ‘무소의 뿔처럼 가라’는 말이 나오게 된 자주소심화, 뿐만 아니라 사찰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꽃무릇에서 보리, 벼, 파, 달래, 부추 등 우리가 일용하는 식물에 이르기까지 무려 58종의 식물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불교 경전을 읽고 계신 분들은 경전이 해당 식물을 인용하게 된 배경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고, 일반인의 경우도 불경에서 인용하고 있는 식물의 의미를 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사족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제목에 관해서 한 마디 덧붙이려 합니다. <경전 속 불교식물>이라는 제목이 아무래도 혀끝에 모래가 씹히는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이 책의 영어이름을 “The Plants in the Buddhism Scripture"라 적으신 것처럼 <불교경전에 나오는 식물>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어서 적습니다. 이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식물들 가운데 불교에서만 중요한 식물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식물들도 적지 않은 듯해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