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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눈물
김정현 지음 / 문이당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김정현작가의 <아버지의 눈물>을 읽었습니다. 전작 <아버지>에서 오늘날의 아버지가 직장일에 매달리느라 가정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줄도 모드다가, 명예퇴직 바람이 불면서 원인제공처였던 직장에서마저 떨려나고서야 차가운 현실에 갈 곳을 찾지 못한다는 다소 통속적인 주제를 다루어 엄청난 반응을 얻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관점을 <아버지>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의사조력자살, 혹은 적극적 안락사에 두고 등장인물들의 선택을 비판했던 것 같습니다.(http://blog.joinsmsn.com/yang412/4074659)
김정현 작가는 <아버지의 눈물>에서 소위 낀세대, 즉 윗세대들에게는 억압받고 아랫세대들에게는 무한정 베풀기만을 강요당하고 있는 50대 가장들의 세상살이에 지친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전작에서처럼 주인공 가족들은 여전히 소통의 문제가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고, 아내와 남편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위태로운 곡예를 벌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줄거리는 매우 통속적이라 생각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폴리페서의 선거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주인공 홍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대학동창들 간의 갈등과 자동차디자이너를 꿈꾸는 큰아들은 지방대학에서는 그 꿈을 이루기 어렵다고 보고 자동차정비를 배우는 일부터 시작해서 카레이서로 성장할 꿈을 꾸고 식당을 하는 부모의 영향도 있었던 여자친구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레스토랑을 차릴 꿈을 펼쳐내기로 하는 과정을 거친 듯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종국에는 증권회사에 다니는 동창의 영향을 받아 시작한 주식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연구소 공금에 손을 대고, 그 돈을 메꿔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등장한 친구는 백박사가 개발하고 있는 신기술 정보를 빼내달라는 조건으로 빚을 채워주는데, 자살로 생을 마감하려던 주인공은 누이의 간절한 눈빛과 누이가족의 단란한 모습과 상심할 누이 생각에 결국은 자살보다는 자수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게 된다는 줄거리입니다. 비극적 상황으로 몰고 가지 않은 작가에게 감사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가랑비에 옷젖는 줄 모른다고 잠깐 빌어쓴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공금유용에 대한 주인공의 고민은 생략하고 바로 문제상황으로 연결한 것도 조금은 뜬금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주인공의 자수에 이어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서로를 껴안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동차디자인을 꿈꾸는 큰 아들과 그의 여자친구의 건강한 생각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야기 줄거리를 따라가다 보니 문제의 핵심이 저에게도 해당되는 부분이 적지 않아 보인다는 생각이 들어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실은 이 책을 고른 것은 아버지가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만, 제목에 너무 큰 기대를 했던 것 같아 조금은 아쉽습니다. 다만 “허황되게 살아온 우리 세대의 삶을 소설을 통해 반성하고 싶었습니다. 근면하고 정직하게 산업화를 이룬 아버지 세대, 재바르게 살아가는 아들 세대에 비해 지금의 40~60대는 출세와 허영을 좇으며 자신과 가족에게 정직하지 못한 삶을 살아왔습니다.”라고 정리한 김정현작가의 한마디가 폐부를 고통스럽게 찌르더라는 말로 대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