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본능 - 불, 요리, 그리고 진화
리처드 랭엄 지음, 조현욱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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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요리본능>이었을까? ‘인간은 요리하는 본능을 타고났다는 것을 증명하려나보다’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이 책의 저자 리처드 랭엄교수의 학문적 배경 때문이었습니다. 박사는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아프리카 탄자니아 곰비 국립공원에서 침팬지의 행동 생태를 연구하여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동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합니다. 1976년 미국으로 건너가 미시간 대학교를 거쳐 1989년부터 하버드 대학교 인류학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최근 ‘인간 진화 생물학과’라는 학문영역을 개척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을 번역하신 조현욱교수님은 역자후기에서 제목을 정한 뒷이야기를 전하셨습니다. 원제목 <Catching fire: How cooking made us human>에 담긴 의미를 우리말로 옮기는 일이 제 일이었다면 생각만 해도 등골에 땀이 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생각한다면 정말 안성맞춤인 제목을 골랐구나 싶습니다.

부제로 단 “불, 요리, 그리고 진화‘는 이 책에 담긴 내용을 아주 제대로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오랜 세월에 걸쳐 진화가 일어나는 과정에는 무언가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진화된 생물체가 선택한 어떤 사건이 기왕의 틀을 깨는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마치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오듯 말입니다.

최재천교수님의 추천사에서처럼 “인간은 어느 날 갑자기 이 지구에 던져진 것이 아니라 태초의 바다에서 우연히 자기 복제를 할 줄 알게 된 참으로 기이한 화학물질인 DNA 혹은 RNA의 탄생과 더불어 그 존재의 역사를 시작했다.(5쪽)” 어떻든 만들어진 단세포동물에서 다세포동물을 거쳐 영장류에 이르는 과정은 진화론적으로도 설명이 지난하겠습니다만, 포유류에서도 다양한 방향으로 진화가 이루어지고 특히 영장류로부터 인간이 떨어져 나오게 되는 과정, 구인류로부터 신인류가 발전해 나오는 과정에서 무엇이 결정적으로 작용을 했는지 밝혀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랭엄교수는 침팬지 등 영장류의 수십 년에 걸쳐 지구상에서 가장 가까운 근연종인 침팬지의 먹이 행동과 생태를 관찰해서 얻은 연구결과와 인류 조상들의 생활양식이 비교적 고스란히 남아있는 있는 오지의 원시 부족민들에 대한 인류학적 조사, 그리고 지금까지 발굴된 선행 인류의 고고학적 증거들을 결합하여 인류가 영장류로부터 그리고 원시 인류와는 차별되는 모습을 가지게 된 배경에 불과 요리, 즉 불로 처리한 음식을 먹는 법을 깨우친 것이 결정적 요인이라는 주장을 내놓게 된 것입니다. 바로 1785년에 쓰여진 제임스 보스웰의 히브리디스제도 여행기의 한 귀절을 1장의 서두에 인용한 이유입니다.

“나에게 인간을 정의하라면 ‘불로 요리하는 동물’이라 하겠다. 동물도 기억력과 판단력이 있으며 인간이 지닌 능력과 정열을 모두 어느 수준까지는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요리하는 동물은 없다.(33쪽)”

랭엄교수는 침팬지를 연구하면서 주식이 식물성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동물성 음식도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동물들이 먹고 있는 음식은 인간이 재배하여 얻는 곡물을 포함한 식물류와는 그 영양학적 조성이 달라서 음식으로부터 얻는 열량이 투입한 시간과 노력에 비하여 형편이 없다. 결정적인 것은 불을 가지고 조리를 하는 것인데 식물성이건 동물성이건 간에 불을 이용하여 조리를 하게 되면 조리하는 과정에 시간은 소요되지만 식품 안에 들어있는 영양소를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얻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래 전에 생식만을 고수하는 직원과 같이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생식주의자들은 익히지 않은 자연상태의 곡물을 가루로 만들어 먹는데, 성인병을 나타내는 검사수치들이 현저하게 좋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이 주장하는 생식이라는 것이 결국은 우리의 선조가 에너지를 얻던 식품이었고, 그들의 평균여명은 지금 사람들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짧다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 효소가 많이 들어있는 식품을 선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하여 한구절을 인용합니다.

“과학자들이 볼 때 음식에 들어있는 효소가 체내의 소화나 세포작용에 기여한다는 것은 허튼소리에 불과하다. 효소분자 자체가 위와 소장에서 소화되기 때문이다. 설사 식물효소가 체내에서 소화되지 dskg는다 하더라도 이들 효소의 대사기능을 특화되어있기 때문에 우리 체내에서는 아무런 기능도 할 수 없다.(44쪽)”

황제다이어트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부분도 있습니다(73쪽). 가공감자에 들어있는 아크릴아마이드가 암을 일으킨다는 주장에 대한 설명(76쪽)도 있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나 더 날달걀이 익힌달걀에 비하여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식품이라고 믿어왔던 것도 버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익힌 달걀의 단백질 소화율이 91~94%인데 반하여 날달걀은 65% 정도에 불과하였다고 합니다(93쪽).

600만년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뇌용량이 약450cc인데 반하여 200만년전의 하빌리스는 612CC, 그리고 직립원인은 870cc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선도한 것은 바로 식물의 뿌리에서 고기로, 그리고 불로 가공한 고기로 바뀌는 식단의 변화라는 것입니다. 직립원인의 뇌는 계속 커져서 100만년전에는 905cc에 이르렀고, 8만년 정의 하이델베르그인은 뇌의 부피가 약 1200cc에 이르렀습니다.

랭엄교수는 인간이 가정을 이루는 과정 역시 음식에 대한 경쟁에서 기원한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있기도 합니다. 결혼의 일차적 요인은 경제이고 성적 관계는 부차적인 요소로 본다는 것입니다.

조현욱교수님의 정리대로 씹는 힘이 약한 턱, 뭉툭한 치아 그리고 작은 입 크기를 가지는 인간은 본래 채식을 하도록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랭엄교수의 화식진화론은 이런 주장을 완벽하게 뒤집을 수 있는 근거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학술적인 글흐름이 무겁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만, 저자의 독특한 가설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연구성과를이 잘 짜여져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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