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마라, 눈물이 네 몸을 녹일 것이니 - 인도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
이화경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꼽아보면 나름대로는 적지 않은 곳을 방문한 것 같은데 특별하다는 느낌을 얻었던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은 철저하게 뜨내기의 시선으로, 주마간산 식으로 지나치면서 눈에 들어오는 것만 보았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미국에서 머물적에는 그래도 여행 일정이 나오면 적어도 한달 이상은 무엇을 볼 것인지 나름대로 고민하기도 했지만, 귀국한 다음에는 업무와 관련하여 방문하기 때문에 따로 시간을 내는 여유가 없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가장 아쉬운 점은 그 곳에 사는 사람의 시각으로 그 사람들의 일상을 같이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인도는 여전히 동경하는 나라이면서도 선뜻 나서게 되지 않는 저항감이 있는 나라입니다. 아직까지는 학회나 업무와 관련하여 인도를 방문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소설가 이화경님의 인도여행 산문집 <울지마라, 눈물이 네 몸을 녹일 것이니>는 제목이 주는 독특한 느낌 때문에 읽게 되었습니다. ‘인도와 눈물’이 어떻게 연결이 될까? 인도에 가면 지극한 슬픔으로 눈물에 익사할 지경인 사람도 구원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일까? 하는 억지스럽다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결론은 ‘그럴 수도 있다’는 답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이화경님이 인도에 머물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고 합니다. 누구나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삶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어디론가 도피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기 마련인데 이화경님 역시 그 순간에 인도 캘커타대학에서 한국어강좌를 담당할 기회를 붙잡았다는 것입니다. 돌아보면 저 역시 그런 순간이 찾아왔었고, 이를 참아내지 못하고 밖으로 튀어나간 것이 계기가 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삶의 무늬를 그려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저자의 감정의 흔들림까지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글이 마음에 감겨옵니다. 그리고 곁들이거나 글의 배경으로 깔려있는 사진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일상에서 발견하는 평범한 인도사람들의 표정이 사진에 그대로 살아서 담겨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떠나면서 곱씹은 듯한 상념들, 인도에서 생활하기, 인도에 머무는 동안 찾아갔던 여행지에 대한 담백한 느낌, 그리고 인도에서 만난 그곳 사람들의 느낌들을 시(詩)로 혹은 에세이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녀가 들려주는 인도는 한마디로 정리해서, “인도에는 많은 인도가 있다. 인도의 모든 것들은 셀 수 없이 많은 상이(相異)한 것들 속에 존재한다. 거기에는 단 하나의 표준도 단 하나의 고정된 정형(定型)도 없다. 인도로 가는 일방통행은 없다. 인도를 이해하는 원웨이는 없다.(59쪽)”라는 것입니다. 이런 구절도 있습니다. “인도는 밖에서보다 안에서 들여다보면 훨씬 넓고 크고 깊다. 살면 살수록 요령부득이고, 알면 알수록 더 복잡하게 느껴지는 곳, 어떤 공통 집합도 참수도 찾기 힘든 곳, 그곳에 바로 인도였다.(1112쪽)”

그들의 삶 가운데 놀라운 것으로는 인도에서도 소불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을 먼저 꼽아야 하겠습니다. ‘눈치가 빠르면 절에 가서도 젖국 얻어먹는다’라는 우리네 속담이 틀리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하지만 정작 놀랐던 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마더 테레사에 대한 콜카타 사람들의 묘한 감정입니다. 마더 테레사는 콜카타를 마치 빈곤과 기아와 질병이 창궐하는 지옥으로 고착화시키고 자신은 지옥같은 그곳을 정화하는 기적같은 사람으로 “기적의 연꽃상”을 비롯하여 국제적인 각종 상은 물론 노벨평화상까지 받아 천문학적인 상금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마더 테레사가 보기에 콜카타는 구제받을 길이 없는 빈민가일지 모르지만 지식인들에게 콜카타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시인 타고르, 칸 영화상을 받은 영화감독 사티아지트 라이와 므리날 센,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아마르티아 센을 배출한 예술적으로 풍요롭고 문화적으로는 부유한 곳이라는 자부심을 세워도 부족하지 않을 곳이라는 것입니다. 세상일은 밖으로 비쳐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되는 부분입니다.

어제 읽은 천운영님의 소설 <그녀의 눈물사용법; http://blog.joinsmsn.com/yang412/12429278>에 나오는 울지않는 여주인공과 달리 이화경님의 여자는 “슬픈 것들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그 여자는 울고 또 울었다. 그리고 비로소 눈물로 몸을 채운 눈물의 여자가 되었다.(52쪽)”고 합니다.

책의 제목 <울지마라, 눈물이 네 몸을 녹일 것이니>는 윤성학님의 <소금 詩>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로마 병사들은 소금 월급을 받았다 / 소금을 얻기 위해 한 달을 싸웠고 / 소금으로 한 달을 살았다 / 나는 소금 병정 / 한달 동안 몸 안의 소금기를 내주고 / 월급을 받는다 / 소금 방패를 들고 / 굵은 소금밭에서 / 넘어지지 않으려 버틴다 / 소금기를 더 잘 씻어내기 위하여 / 한달을 절어 있었다 / 울지 마라 / 눈물이 너의 몸을 녹일 것이니(78쪽).” 땀흘려 만든 소금만큼 월급을 받는 것이니 행여 녹을새라 눈물을 흘려 소금을 녹이지 말라는 시인의 간곡한 당부에도 불구하고 이화경님은 울고 실을 때 울어야 한 직성이 풀린다는 것입니다. 하진 울고 싶은 감정을 눌러 마음에 가두면 마음의 상처로 남는다는 것이니 울어야 할 때는 울어주는 것이 옳겠습니다.

이화경님이 직접 겪은 인도의 삶을 읽고나니 정말 인도를 방문할 기회를 꼭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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