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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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모든 것이 밝혀졌다(2002)>로 주목을 받으며 데뷔한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2009)>를 소개합니다. 이 책을 고른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지난 주에 소개한 바 있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주석한 반덕진교수님께서 ‘현대의학이 섭생의 중요성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하셨던 점이 마음에 걸린 것도 있고, 포어가 비판하고 있는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 가운데, 대량의 항생제사용에 따른 항생제내성균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눈길을 끌었기 때문입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보면 신에 대한 맹세와 학습에 대한 계약에 관한 조항 다음에 “나는 나의 능력과 판단에 따라 환자를 돌보기 위해 섭생법을 처방할 것이며, 환자들을 위해나 비행으로부터 보호하겠습니다.”라면서 환자치료와 관련하여 섭생을 가장 먼저 거론하고 있습니다.  반덕진교수에 따르면 히포크라테스 학파의 의사들은 배설, 절개, 소작과 같은 침습적 치료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오던 전통의학의 접근방식에서 탈피하여 환자의 몸상태를 살핀 후 환자의 몸을 정상화사키기 위해 먼저 일정기간 동안 식이요법과 운동요법 등을 처방하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식이요업-약물요법-수술요업 등의 순서에 따라서 접근하는 식으로 미리 정해진 틀에 따른 치료방식보다는 질병의 성격에 따라서 우선 적용하는 치료법을 달리하는 것이 옳겠습니다. 즉, 요즈음에 빠르게 늘고 있는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 질환은 생활습관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히포크라테스 의학에서는 치료과정에서 환자가 생활하는 기후와 환경까지도 고려하였다는 점도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포어는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에서 고기를 멀리하는 채식이 최선의 섭생법이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서양 식문화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고기중심의 식탁을 풍성하게 하기 위하여 축산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왔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들이 드러났는지, 그리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었는지를 체험적으로 살펴보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산업혁명이후 모든 분야에서는 투입된 자본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집중되어 왔습니다. 축산분야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먼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품종개량이 가장 먼저 이루어진 분야가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양털을 많이 얻을 수 있는 품종을 개량해 낸 스페인의 메리노품종이나 양고기를 좋아하는 영국 사람들을 위한 서포크품종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는 우수품종을 혈통 내에서 반복해서 교배시키는 방식을 적용하였는데, 그 부작용으로 스크래피가 발생하여 유럽의 목양사업이 몰락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사료의 혁명의 예를 하나 더 들어보면, 젖소가 우유를 많이 생산하도록 식물성단백질사료를 늘려가다 한계에 부딪히면서 도축장 폐기물이나 목장에서 폐기되는 동물사체로부터 추출한 단백질을 사료에 투입하게 됩니다. 이로써 우유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었지만, 종국에는 광우병이라는 치명적인 인수공통질병이 대대적으로 확산되는 비극을 초래한 바 있습니다.

포어가 지적하는 공장식 축산업의 경우는 사료 이외에도 가축의 생활환경을 인공적으로 통제하여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그야말로 동물의 입장에서 본다면 비도덕적이랄 수 있는 밀집사육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장식 축산을 통하여 인간이 얻게 된 이익은 ‘단지 고기를 최대한 싸게 많이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일 뿐입니다. 의사입장에서 본다면 단백질과 지방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 영양상태가 열악해져서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던 환자를 안타깝게 생각하던 것이 불과 몇 세대 전이었는데, 공장식 축산을 통하여 고기의 공급을 늘림으로써 이런 안타까움이 해결된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님이 고기 맛을 알게 되면 절간에 빈대가 남아나지 않는다.’는 우리네 속된 말처럼 육식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고기욕심은 쉽게 누를 수 없게 되는 모양입니다. 결국은 과잉섭취된 지방과 단백질이 체내에 쌓여 지방간이 생기고 죽상경화증으로 동맥이 탄력을 잃게 되며 그 후유증으로 생기는 급성심근경색이나 뇌졸중으로 창졸간에 목숨을 잃게 되었으니, 좋은 게 꼭 좋은 것은 아닌 듯 합니다.

포어의 심층취재를 따라가다 보면 의료인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점도 있습니다. 즉, 축산단지가 밀집되어 있는 지역에서 나오는 동물의 배설물을 포함하여 성장과정에서 도태되는 동물사체와 같은 축산폐기물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환경관련질환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공장식 축산업에서는 동물들을 단위면적 당 허용되는 한도에 이르는 숫자를 입식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동물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면역력저하로 인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과 성장을 촉진하기 위하여 엄청난 양의 항생제가 투입되는데, 항생제는 축산분야 뿐 아니라 양식장에서도 운동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물고기들이 서로 부딪혀 입는 상처부위의 감염을 막기 위해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포어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사람이 사용하는 항생제의 양이 연간 1300톤 수준인데 반하여 축산분야에서 사용하는 항생제의 양은 8000톤에 이른다고 합니다. 인간이나 동물이 사용하는 항생제는 체내에서 모두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환경으로 흘러들어 자연에 존재하는 각종 세균들에서 항생제에 대항하는 내성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돌이켜보면 2000년 의약분업제도를 도입하는 명분이 보건의료분야에서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한 결과 항생제내성세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농축수산 분야에서 엄청난 양의 항생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포어의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제목으로부터 목차에 있는 작은 제목들 - 이야기하기, 단어/의미, 숨기/찾기.... -을 보면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감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2차 대전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으신 할머니께서 차려주시던 식탁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어렸을 적 채식주의자 보모로부터 받았던 영향에 대한 이야기 등으로 차분하게 시작한 이야기가 어느 덧 한밤중에 가축공장에 잠입하여 불쌍하게 쓰러져 있는 칠면조 새끼를 안락사 시키는 대담한 조사과정 등에 대한 이야기를 거쳐 공장식 축산업을 대신할 대안에 이르기까지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제리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 게일 A 아이스니츠의 <도살장> 등과 같이 공장식 축산업의 끔찍한 실상과 이로 인하여 앞으로 겪을 수도 있는 불행한 일을 예측하는 책들도 소개되었습니다만, 포어는  소설가다운 글솜씨로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을 이해하게 합니다.

최근 들어 기능성식품이나 영양학 분야 등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의사들도 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동안 현대의학의 주관심 대상이었던 약물치료나 수술 등과 같은 중재적 치료 뿐 아니라 식이요법과 같은 대체보완요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공장식 축산이 환경과 인간의 보건에 주는 피해의 정도에 대한 경각심을 얻게 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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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2011-10-10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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