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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말하다
남주헌 지음 / 이담북스 / 2011년 7월
평점 :
얼마 전 무상급식에 관한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사퇴하게 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적극적인 추진으로 2010년 서울이 디자인 수도로 선정되었다고 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사무실 근처도 보도블록으로부터 시작해서 거리모습이 일신되어 산뜻한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아온 디자인이란 주로 산업디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세훈시장 덕분에 도시도 디자인을 한다는 개념에 눈이 뜨게 되었지만, 도시디자인의 실체는 남주헌박사의 <디자인을 말하다>를 통해서 보다 명확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저자는 도시 디자인은 단순하게 건물을 비롯한 시설물의 디자인만이 아니라 환경까지 아우르게 되는데, “시민들의 문화와 복지를 바탕으로 도시의 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하여 도시 전체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디자인 업무를 수행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38쪽)”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미국 시카고를 ‘건축의 도시’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시카고 전체도시가 화재로 소실되는 대사건을 계기로 하여 이를 복구하면서 건물의 다양성을 요구하면서 같은 건물을 건축하지 않은 것이 시발점이었다고 합니다. 사실 제가 미국에서 살 때 같은 아파트에 사시던 분이 시카고로 옮기셨는데, 이 분이 건축을 전공하셨던 것 같습니다. 시카고에 오면 건축의 역사를 보여줄 수 있는 건물들을 안내해주시겠다고 하셨지만, 끝내 찾아가지 못해 지금도 안타깝습니다. 시카고의 건물들은 건축학의 역사를 나타낼만큼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냥갑 모양의 네모반듯한 건물, 심지어는 크기도 비슷한 건물들이 도심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지난 해 가을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를 방문했을 때 특이한 모습을 한 건물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귀국해서는 우리나라에서도 그에 못지않게 튀는 건물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월드컵경기장 맞은편에 서있는 마포구청 건물입니다.
그리고 보니 도심에서도 다양한 모양을 한 건물들을 쉽게 만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건물마다 개성이 살아 숨쉰다고나 할까요?
모양만 튄다고 해서 좋은 도시 디자인은 아니라고 합니다. ‘좋은 도시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헬싱키예술디자인대학 히보넨 학장은 “시민을 배려하는게 디자인이다. 패션이나 미에 국한돼 있던 디자인 개념을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로 ‘도시디자인’이다.(80쪽)”고 말하고 있답니다.
서비스에도 디자인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는 남주헌박사의 사례소개를 읽고 깜짝 놀랐습니다. 간호사들이 환자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하여 환자정보를 인수․인계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해 환자 서비스를 개선한 사례를 ‘서비스를 디자인’ 한다고 소개하였습니다. 일종의 서비스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입니다만, 이 역시 생각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이미 디자인시대가 열린 만큼 디자인을 배우지 않으면 남들보다 뒤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을 말하다>를 통하여 독자들이 디자인에 대한 이해를 키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한 저자는 먼저 디자인을 생각의 중심축에 놓을 것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디자인을 적용할 환경은 상상력을 동원하여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고 하는데, 발상의 전환이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