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무게
애니타 슈리브 지음, 조한나 옮김 / 북캐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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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타 슈리브의 미스터리소설입니다. 1873년 3월 5일 밤. 뉴햄프셔 해안에서 10마일 정도 떨어진 쇼울 아일랜드군도의 한 섬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 스토리의 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에서 이민온 세 명의 여자들 중 두 명이 도끼로 살해되는 참혹한 사건입니다. 바닷가는 아니었지만 사건이 일어난 메인주에는 한번 가본 적이 있습니다. 아주 한적한 시골동네에 있는 대학에서 열린 심포지움이었는데, 메인주는 미국에서도 아주 시골 느낌이 강한 곳이라고 합니다. 이런 시골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졌다는 것이 의외라 생각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메인 주의 루이스 H.F. 와그너 재판’의 법정증언과 지방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던 사건관련 자료를 토대로 구성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설의 중심은 해당사건을 취재하기 위하여 현지를 방문한 사진작가 진과 그녀의 남편 토머스, 딸 빌리, 그리고 남편의 동생 리치와 그의 아내 애덜린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묘한 갈등을 그려내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100년의 시차를 두고 일어나는 아내와 남편, 형제들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이 빚어낸 끔찍한 결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스터리소설이라서 스토리를 자세하게 요약하면 책을 읽으실 분들의 재미가 없으실 것 같아 생략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만 살인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진작가와 100년 전 사건의 주인공인 마렌이 결정적인 순간에 보여주는 자신에 대한 통제력의 상실이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데, 그런 선택을 하게 되기까지 주인공들-여기서 주인공들이라고 한 것은 100년 전 사건의 주인공 마렌과, 그녀의 사건을 뒤쫓는 사진작가 진을 지칭하는 것입니다-의 불안한 심리에 대한 묘사를 조금 더 자세하게 했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리고 19세기 말이라고 하더라도 사법경찰의 수사실력이 형편없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보이는데 현장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진이 취재해서 밝혀낸 자료만으로도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이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라는 판단을 쉽게 내리기 어렵다 싶습니다. 사건당시의 정황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결국은 살아남은 자의 증언을 중심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재판이 이루어져 무고한 생명이 사형을 당하는 2차 범행의 피해자가 된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진의 취재과정에서 확인된 마렌의 고백록이 사건 후 60여년이 지나 대학도서관에서 노르웨이로 보내져 번역까지 되어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해당사건에 대한 재심을 통하여 무고한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에 대한 신원(伸寃)이 이루어졌다는 기록이 없는 것이 유감입니다. 작가가 글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뒷이야기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말았습니다만, 정말 궁금한 것은 죽은 사람들의 남은 가족들이 사건의 진실을 전혀 몰랐을까 하는 점입니다.

제목인 ‘물의 무게’의 의미를 아직도 찾지 못했습니다. 물의 무게에 대한 설명은 두 번 볼 수 있습니다. 그 첫 번째, “나는 물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봤다. 그것은 과학적인 영역이다. 물의 1입방피트는 62.4파운드이다. 바닷물은 민물보다 3.5퍼센트 더 무겁다. 그 말은 바닷물 1,000파운드에 35만큼의 소금이 있다는 뜻이다. 물의 무게는 깊이를 상승시키는 압력을 발생시킨다. 바다 아래의 1마일의 압력은 제곱인치당 2,300의 압력으로 내려가는 것이다.(277쪽)” 그리고 두 번째는 “나는 종종 물의 무게와 어른의 부주의함에 대해 생각한다.(335쪽)”입니다. 앞서 적은 물의 무게는 과학적 영역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만, 뒤에 적은 물의 무게와 어른의 부주의함은 어떤 관계일까 생각해봅니다. 특히 ‘종종’…

두 사건을 모자이크로 엮어내는 과정에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도록 집중하게 만드는 작가의 솜씨가 돋보입니다. 가족이란 이름만으로는 서로를 이해하는데 있어 충분하지 못하며, 가족들 사이에서도 원활한 소통이 이뤄져야만 서로를 이해하고 아픔을 다독이게 된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주인공이 딸의 죽음과 전혀 무관하지 않으며 남편과의 관계도 석연치 않은 애덜린과 사건 이후에 다시 만나 지난 일을 이야기한다는 설정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오히려 이야기를 마무리하는데 있어 시동생과 상황을 정리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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