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즐거움 - 은퇴 후 30년… 그 가슴 뛰는 삶의 시작!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http://blog.joinsmsn.com/yang412/4271393>에 깊은 공감을 가졌던 김열규교수님의 <노년을 즐거움>을 읽었습니다. ‘한국의 키케로’란 별명을 드린 것은 키케로의 <노년에 관하여; http://blog.joinsmsn.com/yang412/3977182>를 염두에 두었던 것 같습니다. 꼭 이순(耳順)을 얼마 남기지 않은 까닭은 아닙니다만, 일찍부터 관심을 가졌던 화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 한권으로 기로들이 ‘노당익장(老當益壯)’을 누리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노년에 들어서 당연히 더한층 건장함’을 환갑 진갑 두루 거친 분들에게 선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싶다. 뿐만 아니라 초로라고 하는 나이, 이를테면 쉰 살에 미칠까 말까 하는 나이, 그리고 그에 미처 다다르지 못한 연령층에게도 장차를 위한 길잡이가 되었으면 한다.(7쪽)”고 하신 김교수님의 바람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데이빗 소로우교수를 스승으로 삼고 계시다는 교수님께서 유학시절 월든호수를 자주 걷곤 했다는 말씀을 읽고서는 월든호수를 읽으면서 얻었던 감동을 리뷰에 제대로 녹여내지 못했던 아쉬움이 다시 되새겨집니다(http://blog.joinsmsn.com/yang412/12281440). 그런 탓인지 김교수님이 고향바다에서 얻는 느낌들은 소로우교수가 그려내고 있는 월든호수의 정경을 닮았습니다. “나는 온 데 간 데 없어진다. 뿐만 아니라 나이도 무의미해진다. 다만 산의 기(氣)가 풍기, 즉 바람 기운과 함께 햇살 바른, 엄동의 양지에 다리를 뻗고 평하게 앉아 있을 뿐이다. 내려다보이는 먼 바다, 바람잡이의 눈에 겨울 아지랑이가 눈부시다.(209쪽)” “하루 두 번의 썰물과 밀물에 따라서 바다의 시간은 들고 난다. 펑퍼짐하던 해면에 문득 열린 물길을 따라서 흐르는 조류. 그 시퍼런 기세에 물고기들에게 가고 오는 시간, 모이고 흩어지는 시간을 온몸으로 느끼게 할 것이다.(232쪽).”

뿐만 아니라 교수님은 최근 기사에서부터 동서양 고전에 이르기까지 적절한 자료를 이끌어 읽는 이로 하여금 쉽게 글에 빠져들게 만들고 있을 뿐 아니라 잊고 있던 우리말까지도 적절하게 살려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공교롭게 ‘쏴! 쏴!’하고 고추바람이 닥칠 때면 옷을 벗으려는 손길이 머뭇거린다.(208쪽)” 

<노년의 즐거움>은 어르신의 예찬일 뿐 아니라 나이든 삶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루 낮이 사람의 삶이라고 한다면 일출에 태어나 일몰에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간다고 하겠습니다. 일출이 장엄하고 아름답다고는 하지만 일몰의 화려함을 당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혹시 영화 <노트북>을 보셨다면 황홀할 정도로 붉게 타오르는 석양을 향하여 작은 배가 미끄러져가는 도입부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김교수님은 '노(老)의 몰골과 맵시‘라는 부제를 단 <1장 노년의 얼굴들>에서 노년송(老年頌)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위인들의 초상이 노년의 얼굴인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오히려 표지에 소개되어 있는 7분의 평범해 보이는 어르신의 편한 얼굴들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이렇듯이 편한 느낌을 줄 수 있는 모습을 가지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조금 이른 듯싶기도 합니다만, 2장에서는 행복한 노년을 위하여 금(禁)할 점과 권(勸)할 점을 각각 다섯 가지로 요약하고 있습니다. 금할 것으로는 ① 잔소리와 군소리를 삼가라, ② 노하지 마라, ③ 기죽는 소리는 하지 마라, ④ 노탐을 부리지 마라, ⑤ 어제를 돌아보지 마라 등이며, 권하는 것으로는 ① 유유자적, 큰 강물이 흐르듯 차분하라 ② 달관, 두루두루 관대하라, ③ 소식, 소탈한 식사가 천하의 맛이다, ④ 사색, 머리와 가슴으로 세상의 이치를 헤아려라, ⑤ 운동, 자주 많이 움직여라 등입니다. ‘문화와 예술, 그리고 현장에서 만난 노년의 진면목’을 부제로 한 <3장 노년의 즐거움>에서는 역사, 예술, 문학, 현실에서 만나는 노익장들의 기개를 소개하고 있고, <4장 내가 걷는 그 푸른 노년의 인생길>에서는 고향에서 보내고 있는 김교수님의 생활에서 얻은 생생한 느낌을 진솔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무연화하는 경향의 일본사회의 문제점을 다룬 시다마 히로미의 <사람은 홀로 죽는다; http://blog.joinsmsn.com/yang412/12372743>를 읽었습니다만, 김교수님 역시 노년을 외롭게 보내는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좀 더 개인적ㅇ니 시간과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62쪽)”라는 김원우작가의 말처럼, 그리고 고독함 역시 혼자 자신을 닦고 다지고 굳혀가는 좋은 기회로 삼은 릴케처럼 “돌부처처럼 묵묵하고 진중하게 혼자만의 세계를 누려야 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즉, 유연(有緣)이냐 무연(無緣)의 환경을 결정하는 것은 스스로의 판단으로 결정할 일이 될 것 같습니다.

“노년의 기가 죽어서는 안된다. 시퍼렇고 등등하게 살아나야 한다. 솟구치고 떨쳐야 한다. 한 집안의 가장 큰 어른답게, 또 사회의 위대한 장로답게 자신들의 의지며 처지를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라고 적은 저자의 맺음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브라보 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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