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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의 본심 - 승진, 해고, 보너스의 은밀한 함수관계를 결정짓는
윤용인 지음 / 알키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대학을 졸업하고서 지금까지 대학, 병원, 정부기관 그리고 공기업에서 일했기 때문에 일반 회사의 사무실 분위기는 잘 모른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잠시 일했던 규모가 큰 개인병원에서 근무한 경험으로 일반 회사의 사무실 분위기 맛을 조금 보았다고 하면 지나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거나 경험이 없으면 시각장애인이 코끼리 만지는 격(구전을 그대로 적지 않는 이유는 사회가 변했기 때문입니다)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아직 조직의 중간간부까지는 해보았지만, 대표를 해보지 못했으니 이 책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할 수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각설하고 ‘현직 사장이 계급장을 떼고 털어놓은 진짜 속마음’이라는 카피를 붙인 <사장의 본심>은 기자라는 전직을 말해주듯이 일단 재미있습니다. "이 책의 1장에서는 사장이 주로 내뱉는 말 한마디 이면에 숨겨진 본심이 무엇인지 알려주며 2장에서는 사장에 대해 직원들이 갖고 있는 오해와 편견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3장에서는 구체적으로 사장에게 사랑받는 직원이 되기 위한 방법을, 4장에서는 사장심리에 더 깊숙이 파고들며 마지막 5장에서는 저자가 잠시 사장의 본분을 잊고 사회생활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백만 불짜리 조언들을 담았다."는 출판사의 요약 이상으로 핵심을 담을 수 없었습니다.
손자병법에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던가요? 사장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직장생활이 편해지고 제때 승진도 여반장이겠지요. 하지만 사장님이 조직과 부하직원에 대하여 있는 그대로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경우는 아주 드문 일일 것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보니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의 직장이 여섯 번째 직장인데다가 군대생활 3년 하면서 지휘관을 네 분을 모셨으니 유랑극단같은 직장생활이었기 때문에 모신 대표도 적지 않았는데 대표의 개성도 모두 달라서 모시는 방법도 통일된 기준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사장의 본심>을 적은 윤용인님의 속마음은 역시 그분의 독특한 속마음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신입사원 모집공고에서 입사자격을 ‘학력 불문’, ‘나이 불문’, ‘성별 불문’이라고 적어놓고 마지막으로 ‘단 ’빤스 색깔만 봄‘이라고 한다니 일반 사장님들과는 생각이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일반 회사원 입장에서 ’귀담아 들어두면 피가 되고 살이 될‘ 내용을 담고 있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나이에 지금까지 버텨온 직장생활하는 방식을 이제와서 바꾼다고 크게 달라질 것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혹시 바꾼다면 누군가가 “사람이 변한 것을 보면 이 세상을 하직할 때가 되었나보네”라고 할 것 같아 초지일관할 생각임을 밝힙니다. 다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만약에 내가 한 단체의 장(CEO)가 된다면?”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 저자가 가진 직원에 대한 생각, 그리고 직원을 대하는 행동들을 눈여겨보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잠시 흉이라고 본다면, ‘간이 배 밖으로 나온다는 말은 주제를 모르고 설쳐댈 때 쓰는 고상한 의학적 표현’(20쪽)이란 말은 전혀 고상하지 않고 의학적이지 않은 표현이라는 반박을 감히 드리고 싶습니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를 보다가 순간 찾아온 복통으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 다음 급성간염의 진단을 받았다는 말씀(24쪽)도 급성간염이 대개는 식욕부진, 오심, 구토와 같은 가벼운 증상이 먼저 나타나고 요즈음 ‘간때문이야~~!“같은 광고문에서 보는 것처럼 간건강을 챙기게 하는 겁주는 건강뉴스들이 폭주하고 있는 세상에 자신의 간에 무신경하셨던 저자가 다시 보여진다는 말씀을 드리고, 이탈리아의 응급의료체계가 참 잘되어있나 보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공무원생활에 회의감이 든 후배를 말리시지 않고 민간기업에 용감하게 소개해주셨는데 그 기업의 사장의 인품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시지 않아 끝이 좋지 않았던 사례(28쪽)를 인용하신 이유도 다시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퇴근과 관해서는 저는 전혀 반대의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업무는 근무시간에 처리하고 퇴근시간이 되면 사무실을 나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사무실에 늦게까지 남아 있는 사람은 과부하된 업무량에 쓰러지기 직전이거나 업무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는 직원일 것입니다. 한마디로 조직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는거죠. 초과근무를 통해서 야근수당이 나간다거나, 전기, 수도, 냉난방 등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는 점도 있습니다.
믿었던 부하에게 뒷통수맞았다는 사연에 크게 공감하는 점이 있습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실수를 할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같이 근무하면서 두 번 정도는 용서를 하지만 세 번은 용서할 수 없다는 철학을 세우고 있습니다만, 꼭 세 번씩 뒤통수치는 사람이 있더라구요. 사람을 신뢰하는 것은 꼭 필요하지만 철저한 검증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과 한번 믿음을 주면 끝까지 함께 한다는 신뢰를 같이 주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직원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사례의 경우 적절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른 부서의 직원이 명령계통을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것에 대하여 야단을 치는 것이 가능한지 말입니다(61쪽). 직원의 이직과 관련한 다양한 사례들을 읽으면서 깊은 공감을 한 것은 다섯 번의 이직을 겪는 동안 정말 다양한 상황을 직접 경험하였기 때문인 것입니다. 조직의 입장에서는 떠나는 사람 역시 조직과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 다시 얽힐 일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데 대개는 그렇지 못해서 떠나는 사람이 조직에 앙심을 품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는 것입니다. 퇴직과 관련하여 법에 호소하는 문제를 고민했던 적도 있지만 결국은 참은 적이 있습니다. 금전적으로 손해를 많이 보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잘했다 생각합니다.
“사장은 사장 입장에서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고 직원은 직원 입장에서 세상에서 가장 고단한 사람이다.”라는 저자의 마무리말이 귀에 쏙 들어옵니다.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장님이 세상에서 가장 고단한 직원에게 한발 가까이 다가서길 바라는 메시지을 어떻게 읽어내야 할까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이야기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