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읽는 손자병법 - 내 인생의 전환점
강상구 지음 / 흐름출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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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정치부 강상구 기자님이 쓴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의 머리말을 읽으면서 색다른 점을 느꼈습니다. 저자는 손자병법을 처음 읽은 것이 패기만만하던 20대 후반이던 때라서 손자병법을 통하여 발굴해낸 ‘싸움의 기술’ 혹은 ‘승리의 비법’을 통하여 세상을 향한 싸움을 준비하였다고 합니다. 저는 손자병법을 아직까지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의과대학에 입학해서 정해진 과정을 따라가는 것으로 인생이 결정된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저자가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마흔이 되어 손자병법을 다시 읽어보면서 젊었을 때 눈에 띄었던 기술이나 비법이 아니라 그의 철학에 눈을 뜨게 되었다는 고백을 들으면서 이제 고희를 앞에 두고 손자병법을 처음 읽는 저는 어떨까 싶습니다. 돌이켜보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고 보니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싸움이라고 할 정도의 무엇인가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해서 <손자병법>을 읽어두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나이가 들면서 세상은 예전보다 훨씬 커졌고 나는 부쩍 작아져 있었다. 사회에서의 지위는 높아졌지만 말은 조심스러워졌다. 어릴 적 그토록 쉽게 거부했던 또는 당당하게 논쟁을 벌였던 상사의 지시에 더 이상 토달지 않게 됐고, 후배들에게는 지시보다는 부탁을 하게 됐다.”고 바뀐 사회의 모습을 전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일하는 곳의 독특한 분위기는 젊어서는 윗분의 지시에 토를 단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제가 그 나이가 되니 분위기가 바뀌어져 있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70년대 초반 학번들은 ‘낀세대’라고 자조하는 경우가 많은지 모릅니다.

머리말에서 눈에 띄는 구절은 “남의 밥그릇 빼앗기를 논하기 전에 내 밥그릇 빼앗기기 않을 궁리를 해야 하는 게 우리네 인생살이가 아닌가”하는 부분입니다. 밥그릇 싸움에 주목하는 이유는 2000년 의약분업정책도입과 관련하여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오랫동안 이어져 오는 와중에 마치 밥그릇을 빼앗기기 않으려는 의료계의 저항으로 포장되어 매도된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었던 점 때문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안전한 일반의약품을 슈퍼에서도 구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동의하고 있는 의료계의 입장을 의료계와 약계의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시켜 왜곡하고 있는 것은 특정단체의 전략에 별생각 없이 말려들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는 것입니다. 실질적으로는 환자들이 병원에 올 기회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어 밥그릇을 내주는 꼴이지만, 의료계에서는 국민편의를 고려하여 정책도입에 찬성하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전쟁이라면 국가 간의 군사적 갈등 이외에도 다양한 갈등구조를 싸움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한다면, 손자병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다양한 싸움의 기술 혹은 전략은 ‘나의 강점으로 상대의 약점을 치는 것(109쪽)’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상대를 꼭 굴복시키는 것 말고 상대를 품어 안는 접근이야말로 손자의 온전한 천하를 다투는 법(61쪽), 즉 싸움에서 이기면 적의 지갑은 내 것이 되기 때문에 싸음을 하는 동안 내 돈도 아껴야 할 뿐 아니라 적의 돈도 축나지 않도록 해야 승리로 얻는 과실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저자는 <손자병법>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서 삼국사기, 난중일기 등 우리 사료를 인용하여 독자가 손자병법의 요결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점을 꼭 짚고 있습니다. 다만, 책읽기를 마치면서 다소 아쉬웠던 점은 <손자병법>을 잘 해석하고 요약하고 있어 이해가 쉽다는 장점도 있습니다만, 소제목 아래 인용하고 있는 <손자병법>의 요체를 활자체만 달리할 것이 아니라 색조를 달리해서 저자의 해석과 구별이 되었더라면 하는 점과, 몇 구절의 인용이 반복된 점은 저자의 시각에서 보면 강조하는 의미로 보입니다만, 읽는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반복이 아닐까 합니다.

또한 68쪽의 경상우병사와 진주목사의 품계와 관련된 인용, 286쪽 마한왕 관련 사항 등 같이 일부 사료들은 사실관계가 조금은 분명하지 않은 점도 있어 읽으면서 혼란을 겪은 점도 지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6쪽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이 책의 순서가 <손자병법>의 원문과 동일하게 구성하였다고 밝히는 것과 후세에 와서는 원래의 순서가 헷갈리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는 인용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했다는 말씀을 사족으로 덧붙입니다.

생활하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접촉하게 됩니다. 그 가운데는 경쟁관계에 있는 사람들도 있고 협력관계에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자가 맺음말을 통하여 전하는, “<손자병법>은 싸움의 기술을 가츠친다. 그 가르침에는 ‘싸움의 기본은 속임수’라는 치사한 내용도 있다. 그러나 그 가르침의 밑바닥에는 경쟁자를 나와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 인정하는 철학이 숨어 있다. ( … ) 즉 얼핏 보면 싸움의 기술을 담고 있는 것이라 보기 쉬운 <손자병법>은 ‘서로에 대한 존중’을 전하고 있는 것”이란 깨달음이라는 저자의 메시지에 공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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