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죽음을 죽이다 - 생명 연장의 비밀을 찾아서
조너던 와이너 지음, 한세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몇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제목을 정하는 일이 책을 쓰는 일만큼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름대로는 책을 읽어왔다 생각을 하는데, 이 책의 제목 <과학, 죽음을 죽이다>만큼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을 기가 막힐 정도로 간명하고도 명쾌하게 드러내는 제목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장수학연구의 전망을 살피는 제목으로 죽음을 죽여 장수의 꿈을 이룬다는 제목은 촌철살인의 묘의 극치라 생각합니다.

원저의 제목은 <Long for this world>는 'not be long for this world' 즉 ‘죽어가다’, ‘오래가지 않다’로 번역하는 관용구에서 따온 것으로 보이는데, 2010년 쏘냐 정이 처녀작으로 발표한 미국과 한국의 작은 마을에 나뉘어 살고 있는 한국가정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동명의 소설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영원히’정도의 의미가 담긴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이언스(The Sciences)』지의 기자 겸 편집자로 활동한 바 있고 컬럼비아대학교 언론학 대학원에서 과학글쓰기를 가르치는 조너던 와이너 교수는 이 시대의 가장 주목받는 과학저술가로 지목되고 있으며 퓰리처상을 비롯한 다수의 도서상을 수상한 경력에 걸맞게 장수학에 대한 전망을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와이너교수는 인간이 불명의 삶을 구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똘똘 뭉친 케이브리지대학교 노화이론가 오브리 데비드 니콜라스 드 그레이(Aubrey David Nicholas Jasper de Grey)와 노화연구의 현주소를 따라가면서 연구성과와 앞으로의 전망 등에 대한 대화를 기본틀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와이너는 오브리교수가 인간이 앞으로 500년을 살 거라고 예측했다. 그러고는 다시 천 년을 살 거라고 이야기했는데 그 의미는 그가 영원을 암시하는 것이며, “오브리는 앞으로 50년, 빠르면 15년 안에 인간이 이렇게 새로운 수명을 누릴 거라고 내다보았다.”고 전하고 있습니다.(12쪽)

오브리의 전망이 일부만 맞아도 스튜어드 올샨스키박사와 스티븐 어스태드박사 사이에 걸려 있는 세기의 내기는 어스태드박사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는 싱거운 게임이 될 것 같습니다. 내기는 2000년 텍사스의대 노화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스티븐 어스태드박사와 인구학자인 스튜어드 제이 올샨스키박사가 5억달러를 건 내기는 2150년에 끝나게 된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최장수 인류인 프랑스의 장 칼망 할머니의 기록 122세를 뛰어넘어 150세를 기록하는 인류가 출현할 것이라는 쪽에 어스태드박사는 걸었다는 것입니다. 스튜어드 올샨스키 박사의 <인간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가 http://blog.joinsmsn.com/yang412/5226340>와 스티븐 어스태드박사의 <인간은 왜 늙는가; http://blog.joinsmsn.com/yang412/4065245>를 읽어보시면 인간의 노화연구에 대하여 시야를 더 넓게 가지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와이너교수는 다양한 자료를 인용하여  20세 전후였던 선사시대 인류의 기대여명이 이제는 80세를 넘어서게된 이유를 추적하고 있고, 오브리의 이론에 따라 인간의 불멸화를 이룰 수 있는 연구의 핵심부분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유한한 존재임을 자각하고 있는 인간은 자신의 복제품인 자손을 낳고 이들이 자립해서 살 수 있을 때까지 전력을 다해서 보육하고나면 노화과정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는데 중점을 두다 보니 자신의 몸에 생긴 하자를 보수하고 수리할 겨를이 없어 노화에 빠지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그렇다면, “다음 50여년 안에 중대한 정신적 충격이나 대학살의 희생자가 되지 않는 한 개인이 사실상 영원히 사는 것이 가능해진다.(143쪽)”는 로날드 클라츠의 말이 현실화 될까요?

오브리교수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였는데 유전학을 전공하는 아델레이드 카펜터와 운명적 만남을 계기로 노화연구에 열정을 쏱게 되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이론노화학자라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노화에 관한 이론을 설계하고 관련 분야의 실험을 하는 과학자들과 공동연구를 통하여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는 실험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드리가 찾아서 차단하려고 하는 노화에 간여하는 일곱 가지 치명적 요소를 들고 있습니다.(177쪽) 그리고 일곱 가지 가운데 일곱 번째 세포핵의 유전자 안에 축적되는 변이 때문에 발생하는 암세포를 차단하는 방법을 빼놓고는 여섯 가지는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거의 접근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답니다.

정리를 해보면, 와이너교수는 “제1부 피닉스, 불멸에 대한 꿈”에서 영생을 추구해온 인간의 꿈을 살펴보고, “제2부 히드라, 끊임없는 재생”에서는 노화를 막기 위한 이론과 연구성과를 추적해 불멸의 가능성을 짚어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주목한 부분은 오히려 “제3부 생명 연장의 비밀을 찾아서”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좋아, 괴짜 오드리교수의 연구가 드디어 성공해서 인간이 영생할 비밀의 문을 열었단 말이지. 그래서 어쩔건데?”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들이대는 부분입니다. 연구성과는 당연히 모든 인류가 같이 향유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누구는 수백년을 살고 누구는 여전히 수 십 년 밖에 살 수 없는 현실을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을까요? 영화 <바이센테니얼맨; http://blog.joinsmsn.com/yang412/4112614>이 생각납니다. 영생할 수 있는 로봇이 사랑했던 여인이 죽고 없는 세상에서의 삶이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뒤따라 작동을 멈춘다는 결말이 슬프고도 공감되었습니다.

그리고 와이너교수도 우려하고 있는 것처럼 영생을 추구하는 인간은 대체적으로 권력을 한 손에 틀어쥐려는 독재적 성향을 가진 자일 가능성이 높은데 그런 세상에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할까요? “만약 과거 제국의 황제들이 영원히 살 수 있었다면 우리는 지구상 거의 어디서도 여전히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302쪽)”고 한 와이너교수의 지적에 공감하며, 이들 독재자들이 세계를 장악하기 위하여 벌이는 전쟁으로 지구는 조용한 날이 없을 것이며, 종국에는 그 독재자를 제거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또한 죽지 않는 인간이 늘어남에 따라 지구는 포화상태가 될 것이며, 또한 영생을 얻은 인간이 자손을 퍼뜨리는데 관심이 없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유전자를 가진 젊은 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태를 초래하여 결국에는 지구상에서 인류가 사라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은퇴라는 단어를 잊고 연구에 매몰되어 살던 영국 국립의학연구원의 피터 메더워의 팀에서 같이 일했던 생물학자 마틴 래프의 말에 공감합니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앞으로 500세까지 살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해준다면 글쎄요, 나는 아주 비참한 기분이 들 것 같습니다. (…) 내 인생은 아주 좋았습니다.  (…) 인생의 목표가 무엇이냐구요? 모든 단계를 사랑하는 것, 좋은 운을 얻는 것, 충분히 건강할 것, 즐겁게 살아갈 것, 그리고 항상 다음 단계를 고대하는 것이죠.(300쪽)”

번역서를 읽을 때 책을 옮긴 분의 느낌이 책읽기에 참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간이 영생을 얻게 된다는 내용을 다룬 책에 대한 번역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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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개소리 2018-02-04 1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원저의 제목은 <Long for this world>는 ‘not be long for this world‘ 즉 ‘죽어가다’, ‘오래가지 않다’로 번역하는 관용구에서 따온 것으로 보이는데, 2010년 쏘냐 정이 처녀작으로 발표한 미국과 한국의 작은 마을에 나뉘어 살고 있는 한국가정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동명의 소설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영원히’정도의 의미가 담긴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닙니다. long이 갈망하다 이런 뜻이 있어요.

윤진명 2018-02-04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렇군요, 공감합니다.

조와너 2018-02-04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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