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구달의 생명 사랑 십계명
제인 구달.마크 베코프 지음, 최재천.이상임 옮김 / 바다출판사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제인 구달의 생명사랑 십계명>은 지난 해 예스24 다락방 페스티벌 행사에서 같이 했던 기부 이벤트를 통해서 구입한 책입니다(http://blog.joinsmsn.com/yang412/11858730). 오랫동안 책상머리에 두고 눈팅만 해오다가 이번에 드디어 완독에 들어갔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1934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구달 박사는 "타잔을 읽으면서 타잔의 애인인 제인보다 내가 더 잘할 수 있을텐데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할 정도로 아프리카 밀림을 동경했다고 하는데, 저 역시 제인하면 타잔의 애인이 먼저 떠오른다고 고백해야 할 것 같습니다. 1957년부터 아프리카 케냐에서 시작한 침팬지 연구는 1960년 여름에부터는 탄자니아 곰베로 이어졌고, 1965년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동물행동학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은 후 탄자니아로 돌아와, 1975년에 설립한 제인 구달 연구소를 통하여 야생 침팬지에 대한 연구에 몰입하였다고 합니다.

구달 박사는 야생동물에 대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촉구하기 위하여 세계 여러 나라를 방문하고 있는데, 1996년에는 우리 나라를 처음으로 방문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을 번역하신 최재천 교수의 말씀에 따르면 한국에 영장류연구소가 세워지면 손수 침팬지를 데려오겠다고 약속을 하셨다(25쪽)고 하는데, 제가 2004년부터 추진하던 영장류연구소가 퇴직하면서 표류하면서 결국은 사람들의 관심을 잃고 말았던 일이 생각나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구달 박사는 서문을 통하여 “우리가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다른 여러 생물들에게 좀 더 윤리적인 태도를 갖고 자연 세계를 가까이 느끼자는 내용(8쪽)”으로 이 책의 공저자인 마크 베코프 박사와 함께 제안하고 있는 “열 가지 계명을 생활 속에서 실천한다면, 우리의 관점이 달라질 뿐 아니라, 이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방식이 달라질 것이다. 이 십계명은 간단하지만 그 의미는 심오하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십계명은 ‘모든’ 생명체를 존중하며 살 것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고, 자연 지킴이로서의 우리 역할을 분명히 해 줄 것(21쪽)”이라고 믿고 있답니다.

십계명하면 구약성서 출애굽기에 나오는 예언자 모세가 떠오릅니다. 기원전 13세기 경 이집트에서 노예로 고통받던 히브리 민중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하여 가나안땅으로 향하는 길에 홍해도 도달했을 때 이집트 병사들이 급박하게 뒤쫓는 절체절명의 순간 홍해를 가르는 기적을 그려내던 영화장면도 생각납니다. 그리고 가나안 땅으로 이르는 길이 너무 멀고 험해서 흔들리는 민중을 바로 세우기 위하여 시나이 산에서 계약 의식(儀式)을 통해 십계명을 받아들던 장면이 지금도 선합니다. 그러면 그 구달과 베코프의 <열 가지 계명>을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계명 : 우리가 동물사회의 일원이라는 것을 기뻐하자

두 번째 계명 : 모든 생명을 존중하자

세 번째 계명 : 마음을 열고 겸손히 동물들에게 배우자

네 번째 계명 : 아이들이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도록 가르치자

다섯 번째 계명 : 현명한 생명지킴이가 되자

여섯 번째 계명 : 자연의 소리를 소중히 여기고 보존하자

일곱 번째 계명 : 자연을 해치지 말고 자연으로부터 배우자

여덟 번째 계명 : 우리 믿음에 자신을 갖자

아홉 번째 계명 : 동물과 자연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돕자

열 번째 계명 :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희망을 갖고 살자  

 

열 개의 계명은 통하여 두 저자들이 오랜 세월 동물을 연구하면서 얻게 된 동물에 대한 사랑에 공감하게 될 것입니다. 각각의 계명을 설명하기 위하여 다양한 사례와 연구결과들을 적절하게 인용하고 있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가운데는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자연 다큐멘터리 영화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동물을 학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 같이 우리가 미처 모르던 놀라운 사실들도 적지 않습니다(61쪽). 인류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약물개발과정 등에서 사용되는 실험동물이 남용되거나 학대받는 상황에 대한 저자들의 견해에도 관련 분야에 종사했던 경험을 되살려 보면 충문히 공감하게 된다는 말씀을 드리지만, 이런 실험들을 인간세포를 이용하거나 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을 하거나 아니면 자원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다른 동물이라면 어땠을까 한번 상상해보자. 영장류, 개, 돌고래, 박쥐, 비둘기, 혹은 지렁이, 혹은 집게벌레였다면 말이다. 아마도 여러분은 집게벌레가 된 자신을 상상하면서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88쪽)”는 저자의 상상이 틀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카프카가 <변신>을 통해서 표현하고 있듯이 어느 날 아침잠에서 깨었더니 자신이 벌레로 변신되어 있었다면 아마도 놀라서 숨이 끊어졌을 것 같습니다.

매 계명을 시작하면서 저자들은 계명이 의미하는 바를 짧게 요약하고 있고, 마지막에는 저자들의 희망을 담은 메시지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잘 들어나지 않았지만, 검은 색의 글씨는 구달박사가 황록색의 글씨는 베코프박사가 쓴 내용으로 보입니다. 두 분의 말씀이 별 다른 설명이 없이 섞여서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 다소 연결이 미흡한 부분도 없지 않은 듯 합니다.

어린이들에게 동물사랑을 배우도록 하기 위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있습니다만, 애완동물에 대하여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저로서는 조금은 덤덤한 느낌이란 말씀을 드립니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전기자동차 등을 이용해야 한다는 저자들의 주장도 전기생산에는 화석연료도 어느 정도 참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도 지적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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