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 더 리퍼 밀리언셀러 클럽 115
조시 베이젤 지음, 장용준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어느 의사의 고백, 나는 킬러였다.’는 부제를 단 <비트 더 리퍼>를 읽으면서 아니 모두 읽고나서도 혼란스럽습니다. ‘킬러와 의사’라는 이미지가 연결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의사가 범죄와 관련하여 살인을 저지른 경우는 많습니다만, 킬러가 그 힘들다는 의과대학 수업을 마치고 의사가 되었는데 여전히 누군가를 죽인다는 설정이 낯설기 때문일 것입니다.

1948년 세계의사협회에서 수정 제정한 제네바판 히포크라테스선서에는 ‘나는 인간의 생명을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의 것으로 존중하겠노라’라고 인간생명은 그 선과 악을 떠나 소중한 것임을 인식하고 지키겠다고 선서를 마치고 의사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인데 킬러로서 생활을 접으면서 하고많은 직업 가운데 의업을 택할 생각을 한 것은 단순히 조부의 직업이 좋아보였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캘리포니아대학 샌프란시스코분교병원에서 레지던트로 근무하는 저자의 직업적 특성을 녹여 창작해낸 호러 스릴러물은 일반 독자에게는 생소하기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약하면 소설은 뉴욕시 가톨릭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피터 브라운이 어느 겨울 아침 출근길에 어설픈 킬러를 만나는데서 시작되는 현재형 스토리와 그 사이에 세로줄로 짜여 들어오는 킬러로서의 행적이 교차되는 구조입니다. 아무래도 과거 스토리를 먼저 이해해야 될 것 같습니다. 피터 브라운의 본명은 피에트로 브라우나, 고교시절 함께 지내던 조부모가 폭력배에 살해된 다음에 복수를 위하여 무술학교로 전학하고 마피아 가문의 장남 스킨플릭과 절친이 되는데 친구의 아버지는 그를 조부모를 살해한 자들에 대한 정보를 미끼로 전문 킬러로 조직에 끌어들입니다. 하지만 킬러 피에트로는 마땅히 죽어야 할 쓰레기들을 처리하는 일만 한다는 조건을 고수합니다. 조직의 보스는 아들의 상대를 제거하라 요청을 하지만 이를 거부하고, 그리고 피에트로는 운명적으로 비올라를 연주하는 루마니아 태생의 막달레나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떠나려는 피에트로를 붙잡으려는 조직에서 마지막으로 맡긴 임무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하고 살인혐으로 체포되는데 그 과정에서 검찰과 플리바게이닝을 하고 증인보호프로그램의 적용을 받아 의사로 변신하게 되는데, 어설픈 킬러를 제압하고 출근한 병원에서 조직원 로브루토를 만난 것이 사단의 시작이 되는 것입니다. 병원일을 처리하는 한편 로브루토를 제거할 궁리를 하는 동안 로브루토는 조직에 피에트로의 존재를 알리고 킬러들이 급파되어 사생을 건 대결을 벌이게 되는데,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이라는 지리적 이점과 적들의 특징을 잘 알고 있다는 이점을 바탕으로 전세를 역전시켜 죽음을 피하는 엔딩으로 마무리됩니다. 아마도 그래서 제목을 ‘사신을 물리치다’ 정도로 이해할 수 있는 비트 더 리퍼(Beat the Reaper)로 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중으로 된 스토리가 반복해서 진행이 되기 때문에 읽는 호흡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의외로 빠르게 읽혀집니다. 다만 작가나 책을 번역하신 분이 꽤나 친절하지 않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목을 원본을 그냥 한글로 옮긴 것부터 시작해서 환자진료과정에서 등장하는 의학용어, 특히 줄임말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생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엉덩이 사내의 바이탈 사인 챠트(25쪽)’은 활력징후표 정도로 옮겨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환자는 PCA에도 불구하고 오른쪽 엉덩이와 쇄골하단 통증 OUO를 보이고 있습니다.(108쪽)” 같은 경우는 의학을 전공한 저도 모르는 줄임말이어서 번역하신 분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병원에서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줄임말로 대화를 하게 되는데, 이는 두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단어전체를 읊지 않아도 뜻을 통할 수 있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일반인들에게 보안을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유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주를 통해서 상세하게 설명하는 상황도 적지 않은 것을 보아 이런 불친절에는 고도의 계산이 깔려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자비로운 마음도 듭니다. 이런 요소들은 전체 스토리를 읽어내는 흐름을 깨트리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짚고 갈 부분은 오늘날 미국병원의 심각한 환경을 적나라하게 들어냈다는 점입니다. 근무하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 의료사고(조직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브라우나가 위험한 샘플이 담긴 주사기에 찔리는 장면 혹은 수술과정에서 집도의의 부주의로 비장을 잘라내게 되는 과정 등등입니다. 이는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하여 누적된 피로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 이해는 합니다만, 막상 그런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환자입장에서 보면 소름끼칠 일입니다.

종합해보면 마피아조직의 킬러의 세계와 병원에서 늦깎이 인턴생활을 엿볼 수 있는 독특한 구조의 호러물입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피에트로 브라우나 역을 맡아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데 뉴욕에 있는 병원과 뉴저지의 농장을 무대로 한 섬찟한 살인현장이 거슬릴 것 같습니다만, 긴박감은 맥박을 최대한 끌어올릴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