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유발자, 마음 - 수술로도 못 고친 통증을 해결하는 심신의학
존 사노 지음, 승영조.최우석 옮김 / 승산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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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뉴욕대학교 의과대학 재활의학과의 존 사노 박사가 지은 <통증유발자, 마음>입니다. <The Divided mind; The Psychology of Psychosomatic disorders>라고 되어있는 원제보다는 책에 담긴 내용을 제목으로 뽑은 것으로 보입니다. 존 사노박사가 지었다고 표시를 하고 있습니다만, 저자가 5개의 장을 집필하였고, 6명의 저자가 한 장씩 맡아 집필을 하였으니 존 사노박사는 저자라기보다 편저자가 맞을 것 같습니다.

좋은 질의 종이를 사용하여 읽기에 눈이 참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표지가 너무 얇아 손에 들기가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본문의 내용을 요약하는 소제목의 활자와 타원형의 리드가 너무 커서 공연히 눈길을 빼앗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책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저자들은 심인성 혹은 심신성 통증이라는 매우 생소한 질환을 들고 나온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하면 제목처럼 마음으로부터 생긴 통증을 진단하고 치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노박사는 이 질환이 과거 만성 소화성궤양 등처럼 유행병이 되고 있어 주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긴장근육염증후군을 들고 있습니다. 통증이 생긴 부위의 근육이나 힘줄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이 일시적으로 좁아지는 바람에 조직이 손상을 입어서 통증이 생기는 것인데, 혈관이 좁아지는 것은 우리 몸을 관장하는 뇌의 특정부위가 작용을 할 것(추측의 의미를 담은 이유는 아직까지는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내지 못한 것 같아서입니다) 이라는 주장입니다.

사노박사는 긴장근육염증후군을 포함하는 심신의학의 개념과 역사, 치료 등에 대하여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무언가 머릿속에 정리되는 내용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미국정신의학회에서 발행하는 정신장애의 진단코드집에서 심신이라는 용어자체를 빼버린 것에 대한 분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건 아마도 과거에 사용해오던 심신장애라는 두루뭉술하게 사용되어오던 심신질환이라는 진단을 더 이상 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심신장애가 분열된 무의식과 의식의 상호작용으로부터 비롯하였다는 주장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란 쉽지가 않을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질환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심신질환의 진단은 상당히 주관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이 책의 원제이기도 한 제3장의 ‘심신장애의 심리학’편에서 무의식적인 마음에 감추어진 어린 시절의 격노, 마음아픔, 슬픔에 긴장근육염증상을 가져온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이러한 정신적 충격은 열등감으로 인한 자기압박이나 완벽과 선행에 공포, 죄책감, 수치심, 통제력상실, 삶의 압박, 일, 가족, 나이듦, 사망과 같은 살면서 부딪히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쌓여 통증을 유발하게 되는데 이는 의식적으로 통증을 정신적 고통으로부터의 도피처로 만든 결과라는 것 같습니다. 더 요약해보면, 깊은 열등감, 자기애, 강렬한 의존욕구의 세 가지 강력한 무의식적 실체가 심신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측된다는 것입니다.

앞서도 지적했습니다만 질병의 정의가 뚜렷하지 않고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가 애매할 뿐 아니라 구체적인 치료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저자들의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치료를 할 수 있지만, 저자들이 운용하고 있는 강의프로그램에 출석하고 지속적으로 접촉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주장입니다. 한마디로 엄청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약 20%의 환자들은 치료프로그램만으로는 완치되지 않아 정신요법을 받아야 하는데 보험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적지 않은 치료비가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이 부분에서 마음이 살짝 접힙니다.

고혈압과 긴장근육염증후군, 류마티스병 등의 영역에서의 심신성장애의 진단과 치료에 관한 여러 사람들의 글내용 역시 치료에 성공한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진단 치료가 성공적이라는 점을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글러스 호프만박사가 집필한 “구조적 통증인가? 심신성 통증인가?” 편을 읽으면 이 책에서 얻어야 할 내용이 잘 정리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만성 통증을 이들 방식으로 치료해보겠다는 생각이 있으신 분들은 통증을 치료하기 위한 전략을 잘 정리한 마크 소퍼박사의 “가정의의 심신의학 임상 경험”편을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번역은 깔끔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최신판 의학용어집을 참조한 탓인지 예전에 공부하던 용어와 차이가 많아 오히려 헷갈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자들이 비유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았는데 옮기는 과정에서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예를 들면, “만일 하늘의 건축가가 인간에게서 속임약 효과를 없애버린다면 특히 미국경제는 대혼란에 빠질 것이다. 실제로 오늘날 성공을 거두고 있는 치료는 다분히 속임약 효과 덕분이기 때문이다.(55쪽)”와 같은 경우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최근 들어 오른쪽 어깨관절 부위를 누르면 은근한 통증을 느끼고 있는데 일상에는 불편함이 없어 병원에 가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 분들의 치료방식을 한번 적용해볼까 생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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