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끝나도 음악은 남아있다 - 고형욱의 영화음악 오디세이
고형욱 지음 / 사월의책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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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좋아하지만 극장에서 보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극장까지 나가는 것이 번잡스럽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종합예술이라고 하는 영화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고영욱님의 <영화는 끝나도 음악은 남아있다>에서는 영화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 가운에 특히 영화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시시콜콜한 구석까지 챙겨 읽을 수 있습니다. “위대한 고전영화 50편에 담긴 영화음악의 뒷이야기”라고 한 줄로 요약한 것처럼 1950년대 이전영화로부터 1990년대 이후에 이르는 49편의 외국영화를 시대별로 나누어 영화음악이 변해온 경향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영화 <별들의 고향>이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50편의 영화 가운데 극장에서 본 영화로는 <사운드 오브 뮤직>과 <졸업> 정도 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KBS에서 일요일 밤에 방영하던 명화극장은 시험 중이라도 빼놓지 않고 시청할 정도였기 때문에 TV를 통해서 본 영화도 상당수이기 때문에 고영욱님의 영화음악에 대한 이야기에 쉽게 빠져들게 됩니다. 명화극장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의과대학 시험이 빡세기 때문에 시험기간 중에는 TV시청을 금하던 매형도 명화극장만큼은 허락을 한 배경에는 명화극장에서 방영되는 외화에 목소리를 입히는 더빙성우였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종로5가에 있는 기독방송 녹음실에서 더빙을 하는 것을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고영욱님의 글을 읽다보면 영화의 장면이 고스란히 떠오를 정도로 세세한 점까지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볼 때는 놓쳤던 감독이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깨닫게 됩니다. 예를 들면 영화 <러브 스토리>에서 제니와 올리버가 하얀 눈밭에서 눈싸움을 하는 장면에서 연주회장으로 장면이 넘어가면서 음악도 ‘눈장난’에서 바흐의 ‘하프시코드 협주곡 3번D장조’로 넘어가는 것은 음악감독 프란시스 레이가 ‘두 사람의 사랑의 감정이 충만한 순간을 정서적으로 끌어올린 것’이라는 고영욱님의 해설에 무릎을 치게 됩니다. 영화음악 뿐 아니라 제니가 백혈병으로 죽고난 다음 병원을 찾아온 아버지가 올리버에게 사과를 하자 올리버가 “사랑이란 결코 미안하다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거예요.”라는 제니의 대사를 인용하는 장면을 배치한 것도 감독의 치밀한 계산이라는 점도 말입니다.

사실 요즘에는 LP판을 돌릴 수 있는 오디오시스템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부모님을 졸라 전축을 사고서는 인상받은 영화의 OST판을 사서 정말 바늘이 튈 때까지 듣던 시절도 있습니다. 그때 열심히 듣던 사이먼과 가펑클의 노래를 음악으로 담은 영화 <졸업>도 아직까지 장면들이 기억날 정도로 열심히 따라 부르던 기억도 납니다. 그 LP에서는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도 좋았지만, <Sound of Silence> 그리고 <The Boxer>에 특히 심취했던 것은 공부 때문에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하숙할 때 고단함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러브 스토리>이야기를 하다보니 백혈병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러브 스토리>가 나올 무렵 백혈병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단골로 써먹는 주제였던 것 같습니다. 촛불이 타들어가듯이 시간이 흐르면서 죽음에 한발자국이 가까워가는 불치의 병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강력한 항암제들이 개발되어 불치의 병에서 만성병으로 그리고 완치가능한 병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죽어야 할 운명을 가진 주인공이 걸리는 병이라는 목록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중입니다. 영화와 질병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 더 하겠습니다. 영화에 환자가 등장하는 경우 증상이라든가 치료방법 등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는 상황도 많고 때로는 작가나 감독이 질병의 특성을 잘 못 이해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환자가 등장하는 영화에서 알면 영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점을 정리해서 제 블로그(http://blog.joinsmsn.com/yang412)에 있는 <영화속의 의학>이라는 폴더에 올려두고 있습니다.

책의 말미에는 50편 가운데 다시 엄선한 16곡의 영화음악을 담은 CD를 붙였습니다. 그 첫 번째 음악은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주제가로 쓰인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도입부입니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사운드가 듣는 이를 영화관으로 옮겨주는 느낌입니다. 책읽기를 마치고 조금 아쉽다면 영화 <미션>에 쓰인 ‘가브리엘 오보에’를 들을 수 없는 점입니다. 지난 해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 불렀고, 그 전에는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도 연주되었던 ‘넬라 판타지아’로 기억에도 새로운 곡인데 말이죠.

고형욱님은 지난번 예스24 파워문화블로거 2기 네트워크데이 행사에 오셔서 영화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셔서 처음 뵙게 되었습니다(http://blog.yes24.com/document/4263225). 말씀이 끝나고 퀴즈를 맞춘 참석자 10명에게 상품으로 <영화는 끝나도 음악은 남아있다>에 친히 사인을 해주셨습니다. 저에게도 기회를 얻을 수 있었는데, 제가 맞힌 문제는 리노 로타가 음악을 담당한 영화 이름을 두개 맞히기 였습니다. 고형욱님의 말씀이 귀에 쏙쏙 들어온 덕분에 <태양은 가득히>와 <로미오와 줄리엣>을 맞힐 수 있었습니다.

명화에 담긴 음악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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