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연습 - 서동욱의 현대철학 에세이
서동욱 지음 / 반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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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교양도서를 주로 다룰 예정이라는 출판사 <반비>가 세상에 내놓는 첫 번째 작품이 서동욱교수님의 <철학연습>이라고 합니다. ‘반비’는 ‘세상을 바라보는 반듯하고도 비스듬한 시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반성과 비판’이라는 인문정신 고유의 성찰적 태도를 뜻하기도 한답니다. 일단은 제목에 철학이라는 거창한 화두에 ‘연습’이란 단어를 붙였으니, 일단은 저와 같은 문외한이 철학할 기회를 붙잡게 해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쩌면 온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조국근대화에 매달려 살다보니 ‘왜 사는지’조차 잊고 살아온 세월이 갑자기 슬퍼진 때문일까 싶기도 합니다.

출판사가 전하는 철학이 필요한 이유는, 이성의 노동을 통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제목의 소개말에서는 “철학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깊숙이 감추고 있는 진실을 찾아내, 그 원인들과 당당하게 마주하게 하기도 한다. 또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진짜로 대면해야 할 문제들을 밝혀주기도 한다. 늘 새로운 것이 출몰하는 현대의 삶에서, 정말로 바뀌는 것과 바뀌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는 것도 바로 철학이다.”라고 철학의 위치를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철학적인 정의보다는 저자가 프롤로그의 서두에 “참 많고 많은 철학이 있다. 엎집 아저씨의 인생철학이 있으며, 사장님의 경영철학이 있고, 철학관을 운영하는 점쟁이의 신묘한 철학도 있다.”고 슬쩍 비틀어 놓은 것처럼 한때 우리는 한잔 술에 개똥철학을 읊은 기억도 있지만, 이제는 그나마도 잊고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삶이 슬퍼진 것 같은 요즘 잊고 살아온 개똥철학조차도 아쉬운 생각이 들게 됩니다.

‘현대철학의 불을 찾아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삶은 거칠고 의혹투성이다. 인간은 온 힘으로 이 바위를 밀고 나간다. 힘겨운 전진을 하는 이에겐 두 가지 힘밖에 없는데, 바로 생각하는 힘과 그것을 실천하는 힘이다. 갈대에 걸린 바람이 울 듯 인간은 세상의 기운과 대기가 이동하는 길목에 서서 생각을 하고 소리를 낸다. 기술과 노동의 언어로, 그러니까 망치와 근육과 말하기로 생각한 것이 울려퍼지게 한다. 이렇게 생각과 생각의 실현이 바로 우리의 삶이라면, 철학은 이미 인생 안에 깊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라는 글에서 우리는 체계적이지는 않지만 나름대로의 철학을 세워왔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저자는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삶에서 철학적 가치를 찾아낼 수 있도록 길라잡이를 해주기 위하여 이 책을 펴냈다고 합니다. 즉, 우리 시대의 삶과 사회와 역사를 녹여 담고 있는 현대철학의 흐름을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20세기 철학은 ‘현상학(또는 실존주의)’에 이어 ‘구조주의(또는 탈구조주의)’로 철학의 조류가 흘러내렸다고 합니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 <철학연습>의 1부에서는 현대철학의 핵심이 되는 사상들을 요약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부에서는 현대철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의 삶에서 철학적 개념들을 찾아내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1부는 다시 3부분으로 나누어서 첫 번째로, 현대철학의 기본틀을 놓은 4명의 철학사상, 즉 스피토자의 자연개념, 키르케고르의 실존개념, 니체의 모든 가치의 전도라는 프로그램, 프로이트가 발견한 무의식의 세계 등을 정리하고, 두 번째로는 독일철학자 후설이 창시한 현상학을 계승발전시킨, 독일의 하이데거의 존재, 프랑스의 사르트르의 익명적 의식, 레비나스에서 타자와의 만남, 메를로퐁티에서의 몸 등으로 이어진 독창적인 사유를 요약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현상학과 대척점에서 발전해온 구조주의 철학을 발전시켜온 레비스트로스와 라캉의 언어학적 구조주의와, 들뢰즈와 데리다의 탈구조주의적 경향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구조주의 철학에 관한 몇 권의 책을 통해서 현대철학의 윤곽을 엇비슥하게 그려놓았다고 생각했지만, 현대철학의 흐름 안에서 재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저자는 2부에 담은 11개의 글에서 존재, 진리, 차이, 시뮬라크르, 노마드, 돈과 환대, 사랑, 신체, 관상술, 터치스크린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1부를 통하여 개념이 어느 정도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전반적인 개념파악은 아직 힘이 부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 어렵다는 현대철학에 한걸음 다가서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아마도 아바타, 고도를 기다리며 등과 같이 영화 연극 등 다양한 분야의 자료를 인용하여 이해를 쉽게 하는 저자의 설명방식이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책 내용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만, 대평원으로 나있는 도로 위에서 외발자전거를 타는 소년의 뒷모습을 담은 사진을 어디선가 보았다는 기시감이 책에 대한 친근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입니다. 또한 제가 철학이라는 어려운 학문을 앞에 두고 한숨짓고 있는 반면에 소년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즐거운 마음으로 나서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그것도 외발자전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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