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1 (양장) - 심장을 적출하는 나가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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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에 대한 일련의 공부를 해오던 가운데 조사하던 자료에서 발견한 책입니다. 눈물을 제목에 넣은 이영도작가의 판타지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입니다. 순간 판타지 영역에서는 눈물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강한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눈물을 마시는 새>는 모두 4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판타지소설로 분류되지만 모험소설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미주알고주알 줄거리를 소개하는 것이 책을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의 호기심을 반감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출판사에서 요약한 1권의 줄거리를 소개합니다. “나가, 레콘, 도깨비, 인간이라는 네 종족으로 구성된 세계는 나가에 의해 반으로 나뉘어 진다. 그러나 세계의 반을 차지하고 있던 나가들의 사회에 일단의 소요가 발생하고, 성인 의식 도중에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결국 누명을 쓴 도망자와 그 뒤를 쫓는 추격자의 숨막히는 추격전이 펼쳐지고, 인간과 레콘, 그리고 도깨비로 구성된 구출대가 그들의 추격전에 난입하면서 세계의 위기에 관한 음모가 서서히 밝혀진다.”

줄거리에 나오는 것처럼 이 책에 등장하는 세계는 나가, 레콘, 도깨비, 그리고 인간이라는 네 종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읽다 보면 이들은 인간과는 적어도 4촌은 되는 종족이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신을 믿지 않아 동등한 종족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 두억시니족도 나옵니다. 마치 영화 스타워즈를 보면 인간과 다른 모습과 능력을 가진 종족들이 우주를 통해서 공존하고 있는 모습처럼 말입니다. 스타워즈에서는 인간이 우주여행이 가능해지면서 다른 별에 사는 종족들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섞여 살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만, “심장을 적출하는 나가”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의 1권에서는 4종족의 시원에 대하여 구체적인 설명은 아직 없습니다. 다만 비늘이 덮여있고 심장을 적출함으로써 반영생을 얻게 되는 나가족 세계가 주무대가 되고 있습니다.(2권은 레콘이, 3권은 도깨비가, 그리고 완결본인 4권은 인간이 제목에 각각 들어있습니다.)

1권에서 나가, 레콘, 도깨비, 그리고 인간이라는 네 종족과 두억시니족의 존재에 대한 느낌은 지구상에 인류의 조상이 등장한 이래로 현생인류에 이를 때까지 그리고 어쩌면 미래에 등장할 수도 있는 신생인류의 존재에 대한 작가적 상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셋만이 하나를 대처할 수 있다. 즉 4종족은 나름대로의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나가족은 비늘로 몸을 감싸고 있으며 심장을 제거하면 반영생을 얻어 죽이기가 어렵고, 도깨비족은 불을 잘 다루고 딱정벌레를 타고 날아다닐 수도 있으며, 영과 육체가 분리될 수 있습니다. 레콘족은 독수리처럼 깃털로 덮여있고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으며 거대한 신체를 가지고 있는 전사로 고대 타이탄족이 연상됩니다. 반면에 인간은 털도 없고 반영생도 누릴 수 없으며 빠르게 달릴 수도 없는 신체적 장점은 별로 없지만 지혜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자가 보여준 4종족의 차이점은 “인간은 물로 몸을 씻는다. 도깨비는 불로 몸을 태운다. 레콘은 오래된 깃털이 뽑혀나간다. 그리고 나가는 늙은 피부를 벗고 새로운 몸을 얻는다.” 사실 이런 차이점은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유전자공학이 발전하다보면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종족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어린선이라는 유전병은 피부에 물고기 비늘과 같은 변화가 특징이기도 합니다.

1권에서는 4종족 가운데 나가와 인간만이 눈물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나가 은빛 나는 눈물을 흘리는데 시야를 모두 가려 은빛 암흑을 만들어내는 반면 불신자들은 투명한 눈물을 흘린다고 했습니다(144쪽). 아! 두억시니의 눈물도 있었습니다. 눈물샘에 이상이 있는 듯, 끊임없이 울고 있는 두억시니의 모습이 마치 탈수증에 걸린 것처럼 보였다(314쪽)는 표현도 있습니다.

이 소설의 제목 <눈물을 마시는 새>의 의미는 인간 케이건의 설명에서 새길 수 있습니다. “네 마리의 형제 새가 있소. 네 형제의 식성은 모두 달랐소. 물을 마시는 새와 피를 마시는 새, 독약을 마시는 새, 그리고 눈물을 마시는 새가 있었소. 그중 가장 오래 사는 것은 피를 마시는 새요. 가장 빨리 죽는 새는 뭐겠소?(366쪽)” 그리고 눈물을 마시는 새에 대한 비유가 또 나옵니다(439쪽). 

“왕은 눈물을 마시는 새요. 가장 화려하고 가장 아름답지만 가장 빨리 죽소.” 

“왕이 다른 사람의 눈물을 마시는 사람인가요?”

왕이 백성의 눈물을 받아 마시기 때문에 백성들은 눈물이 마르게 된다는 비유도 있습니다.

판타지소설이라서 느낀 점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작가의 서정성이 담긴 장면묘사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예를 들면, “뒤엉킨 가지들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달빛은 질량을 가진 무거운 모래가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키보렌의 어둠은, 딱딱한 나무 등걸을 타고 흘러내리는 이슬로 몸을 씻고 음습한 초향 속에서 태양을 향해 소리 없이 호곡하는 그 어둠은, 신록으로 자신을 뒤덮은 대지가  완강히 햇살을 거부한 채 터무니없이 긴 시간 동안 키워온 밤의 사생아였다.” 등입니다.

예스24에 따르면『눈물을 마시는 새』의 팬사이트는 ‘눈물을 마시는 새 위키(http://cgi.chollian.net/~hspia/wiki/tearbird/wiki.pl)’에서는 독자들이 참여하여 작품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와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작품 속에 등장하는 ‘하인샤 대사원’이 ‘해인사’에서 나왔다든가, 등 작품의 등장인물과 지명, 사물 및 속담에 대한 분석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제 경우는 하이얀 대사원에 대한 작가의 설명을 읽으면서 티베트 포탈라궁을 떠올린 것은 아마도 산중에 엄청난 규모로 지어올린 궁전을 연상했기 때문일까요?

1권에서는 나가족 심장탑을 둘러싸고 음모가 진행되는 가운데, 하이얀 대사원의 대선사와 나가족의 심장탑의 수호자들 사이의 밀약에 따라 진행되는 인간구원의 프로젝트의 1단계 미션을 수행할 주체자를 나가족의 영지에서 구출해서 하이얀 대사원으로 인도되면,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호기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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