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삶을 살지 않은 채로 죽지 않으리라 - 나를 잃지 않고 인생의 파도에 올라타는 법
도나 마르코바 지음, 홍주연 옮김 / 날(도서출판) / 2023년 4월
평점 :
당동도서관에 들렀다가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입니다. <삶을 살지 않은 채 죽지 않으리라>는 미국의 미국의 시인이자 작가이며, 영향력 있는 상담역입니다. 어린 시절 성폭력과 가정폭력을 겪은 그녀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고 합니다.
책장을 열면 작가가 쓴 ‘삶을 살지 않은 채로 죽기 않으리라’라는 시를 읽을 수 있습니다. “나는 삶을 살지 않은 채로 죽지 않으리라. / 넘어지거나 불에 델까 / 두려워하며 살지 않으리라. / 나는 나의 날들을 살기로 선택할 것이다.”라는 첫째 연이 인상적입니다. 이 시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날 밤에 썼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 그녀는 상담을 진행하는 중에 나타난 아버지의 환영을 보고 어머니에게 연락했더니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어렸을 적 그녀에게 폭력을 행사했는데 그 이유가 모두에 나옵니다. ‘마음이 텅 비어서 꿈조차 품지 못한 사람. 자신을 하찮게 여기면 사는 인생. 그게 내가 아는 아빠 모습이었다.(15쪽)’는 것입니다. 어쩌면 자신의 이런 처지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으로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했는지도 모릅니다.
아버지의 부음을 들었던 그날 밤, 눈을 뜬 작가는 이상한 기분에 휩싸이면서 만년필을 들어 물흐르 듯 시를 써내려갔다고 합니다. 아빠의 모습을 소환하게 된 그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깨달았다고 합니다.
한편 저자는 이 책을 쓰기 20년 전에 암진단을 받았는데, 뒤에 언급되듯이 백혈병이었던 것 같습니다. 백혈병은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되어 완치할 가능성이 높은 혈액암입니다. 어떻든 저자는 암진단을 받고부터 영혼과의 대화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암은) 내게 관심을 쏟고, 진실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창조적으로 살고, 때때로 나를 비우라는 영혼의 간절한 외침일지 모른다고 여겼다.(27쪽)”고 했습니다. 암치료가 끝난 뒤에 그녀를 돌보던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그녀는 유타주의 깊은 산속에 있는 통나무집에서 살면서 사색을 하고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헨리 소로우처럼.
그녀가 통나무집에서 읽었다는 앤 모로 린드버그의 <바다의 선물>은 저에게도 특별한 인연이 있는 책입니다. 저 역시 최근에 쓰고 있는 책에서 <바다의 선물>을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목 같습니다. “아름다움은 아무 데서나 보이지 않는다. 밤이 어두워야 촛불이 보이듯, 우리에게는 아름다움을 볼 공간이 필요하다. … 내 삶에는 아름다움을 찾을 여백이 없었다. 일정은 늘 빼곡했고 나를 홀로 마주할 공백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서 유타주의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나 봅니다.
필자는 또한 아더 왕의 전설을 가져와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고 합니다. 100개의 질문을 만들어내려 했다는 것입니다. 그와 같은 작업에 친구들도 동참했는데 35명의 친구에게 질문을 부탁했더니 32명이 답장을 해왔다고 하는데, 그 중 15명의 질문만을 소개하였습니다. 나머지 친구들이 섭섭하지 않을까 하는 공연한 걱정도 해보았습니다.
항암치료를 받으려 병원에 입원했을 때 청소 아주머니로부터 많은 위안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청소 아주머니가 저자의발을 만지며 “당신은 몸속의 병보다 강해요.(57쪽)”라면서 용기를 북돋아줬다는 것인데, 과연 그런 일이 있었을까 싶습니다. 암진단을 받았을 때, 주변 사람들 모두 암을 이겨내야 할 적으로 간주했지만, 저자는 암과 친구가 되는데 성공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고 두려움과 친해지는 연습 덕분에 나는 매일 활력 넘치게 지냈다고도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파커 J 파커가 말했다는 “우리가 번아웃에 시달리는 이유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열정이나 시간을 많이 쏟아서가 아니라, 자신에게 없는 것을 주려고 애쓰기 때문에 번아웃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대목도 동감할 수 있었습니다.
<삶을 살지 않은 채로 죽지 않으리라>라는 제목은 어쩌면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