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안는 것
오야마 준코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아무래도 나쓰메 소세키 탓인지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마음을 맡기는 보관가게2>로 만났던 오야마 준코의 <고양이는 안는다는 것>을 읽었습니다. 작가는 43살에 연속극 극본 작가로 등단하여 극본상을 수상하였지만 극본의뢰를 받지 못하자 연속극 또는 영화의 원작이 될 소설쓰기에 도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1년에 열편의 장편소설을 완성한 끝에 <고양이 변호사>가 원작소설 대상을 받으면서 소설작가로 인정받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고양이는 안는다는 것>은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고양이가 화자가 되어 고양이들 사이의 관계를 비롯하여 인간들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 것처럼 고양이들 사이에, 그리고 고양이와 인간들 사이에 오가는 이야기를 그려냈습니다. 출판사에서는 이 이야기를 “ ‘고양이힐링을 환상적으로 결합, 외로운 고양이와 인간이 서로 애정을 주고받으며 저마다의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간결하지만 여운이 오래가는 문장들로 아름답게 풀어낸다.”라고 정리했습니다.


이야기는 도쿄의 변두리를 흐르는 아오메(靑目) 강에 걸린 네코스테(猫捨) 다리입니다. 다리 주변에는 도매상이나 상점 주인이 세운 흙벽으로 된 창고가 많았는데 쥐가 들끓게 되자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세월이 흐르자 벌이가 좋은 상인은 흙벽을 허물고 서양식 창고를 짓게 되면서 쥐가 사라지게 되었고 고양이도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네코스테(猫捨)라는 말은 장사가 잘 된다는 의미를 담은 은어가 되었다고 합니다. 배로 물류를 운반하던 창고주인들은 공동출자하여 다리를 놓았습니다. 그리고 사업의 번창을 기원하며 네코스테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이 네코스테 다리에서는 한밤에 가끔씩 다리 주변에서 살고 있는 길고양이를 비롯하여 집고양이까지 모여들어 집회를 연다고 합니다.


제목에서 보는 것처럼 등장하는 주인공 고양이는 요시오와 키이로, 등장인물은 사오리와 고흐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자신이 인간인 줄 알고 있던 고양이 요시오와 도오쿠에서 올라온 사오리가 주인공입니다. 사오리는 매사가 오빠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골에서 자신이 설 자리가 없자 도쿄로 올라왔던 참입니다. 편의점에서 일하던 사오리는 애완동물가게에서 눈에 띈 러시안블루 수컷 고양이를 전재산인 3만엔을 들여 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직원 기숙사에 들여 키울 수가 없어 창고에서 남몰래 키우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사오리와 함께 살던 요시오는 함께 밤을 보내고 싶다는 사오리를 찾아 벽을 오르다가 강에 떨어져 네코스테 다리로 흘러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리 주변의 고양이를 돌보는 요시오씨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게 되고 다시 사오리를 만나게 됩니다. 고양이 요시오를 매개로 하여 고양이를 돌보는 요시오씨와 사오리가 좋은 사이로 발전하게 되는 것을 보면 작가가 매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듯하여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삼색털 고양이 키이로는 암컷이라서 버림을 받게 되고, 고흐라는 화가의 눈에 띄어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대인관계가 별로였던 고흐에게는 가타오카라는 수다쟁이 친구와 가끔 찾아오는 조카 호노가 있습니다. 고흐는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인물화, 정물화 등을 그리는데 문제는 모든 작품들이 미완성이라는 것입니다. 조카 호노가 고흐에게 삼색 고양이 키이로는 왜 그리지 않느냐고 물어봅니다. 그때 고흐가 호노에게 말합니다. “고양이는 그리는 것이 아니라 안는 것말입니다.


고흐가 키이로를 좋아하는 것을 질투한 호노는 키이로를 네코스테에 버렸지만 고흐가 다시 찾아옵니다. 그리고 가타오카가 데려온 여자를 그리기 시작하여 완성에 이릅니다. 하지만 고흐의 화방을 이해하지 못한 가타오카와 호노의 실수가 겹쳐서 불이 나는 바람에 고흐가 죽고 그의 작품들도 모두 불에 타고 말았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부터 다섯 번째 이야기에서는 주인공 고양이와 인물들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인물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야기 속에 등장했던 인물이 별다른 의미를 부여받지 못한 채 시나브로 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이 이야기는 그런 의문이 전혀 남지 않도록 마무리를 잘 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야기들 가운데 전혀 의도하지 않은 누군가의 행동으로 죽음을 맞는 사람도 있고, 돈이 되지 않는 고양이를 버리는 사람도 등장하지만 착한 행동으로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