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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도련님 - 문예 세계문학선 031 ㅣ 문예 세계문학선 3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4월
평점 :
곧 다녀올 일본근대문학기행에서 만나게 될 나쓰메 소세키의 단편집이 집에 있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문예출판사에서 나온 <도련님>에는 ‘도련님’, ‘깊은 밤 고토 소리 들리는구나’ 그리고 ‘런던탑’이 실려 있었습니다.
표제작인 ‘도련님’은 1906년에 발표되었다고 합니다만, 언제가 만나보았던 인물처럼 친근해 보입니다. 주인공은 초등학교 때 학교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허리를 삔 적이 있는데, 친구가 ‘거기서 뛰어내릴 용기는 없을걸? 이 겁쟁아’라는 소리에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는 것입니다. 사실 그 나이에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런 상황이면 뛰어내리지 않았을까 싶네요.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형이 부모님의 재산을 정리해서 나누어주었고, 화자는 집안일을 도와주던 기요하고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같이 살게 됩니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고는 도쿄를 떠나 시코쿠에 있는 시골 중학교에 수학교사 자리를 추천받아 부임하게 됩니다. ‘도련님’의 이야기는 시코쿠의 시골 중학교에 부임한 신참 수학교사가 고참들과 학생들의 텃세를 이겨나가는 과정을 다룬 일종의 성장소설인 셈입니다. 이곳에서 보여주는 화자의 성품은 어렸을 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면 타고난 것으로 바뀌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신참교사를 골탕 먹이려는 학생들의 태도를 보면 세월이 흘러도 별반 달라지지 않는구나 싶습니다. 시골 아이들이라서인지 더 꾸밈이 없는 것이었을까요? 아니면 당시 학생들 가운데 늦게 공부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서 초임 선생님보다 나이가 많은 경우도 많았던 것이었을까요? 도쿄에서 온 선생님이라서인지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학교는 물론 동네에까지 금세 소문으로 퍼지는 것을 보면 많이 조심했어야 하던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골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선한 것만은 아닌가 봅니다. 많지 않는 선생님들이 서로 맞지 않는 선생님은 멀리하는 일종의 편가르기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 것을 보면 어느 동네이건 시대를 달리해도 변하지 않는 것을 보면 인간의 본성이 그런가 봅니다. 그래서 ‘도련님’을 읽으면서 충분히 공감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도련님이라는 제목이 궁금했습니다. 가정부인 기요가 화자를 부르는 호칭에서 온 것이라면 장성하여 사회생활을 시작하고서도 도련님이라고 하는 것이 맞나 싶었는데, 다른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솔직하고 순수한 사람을 ‘도련님, 부잣집 도련님’이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우리네사 ‘샌님’이라고 하던 의미와 같은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깊은 밤 고토 소리 들리는구나’는 일종의 유령소동입니다. 요즘에는 유령이니 귀신이니 하는 존재를 믿는 사람이 없습니다만, 옛날에는 혹시(?)하는 생각이 들던 시절도 있습니다. 결국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지만 막상 그런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듣다보면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의심이 들 수도 있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 ‘런던탑’은 템즈강 북쪽에 있는 고성으로 초기에는 웅장한 궁전으로 왕실 거주지로 사용되다가 12세기 초부터 20세기 중반까지 감옥으로 사용되었습니다. 7년전에 영국과 아일랜드를 여행할 때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만, 저자 역시 영국 유학시절 런던탑을 방문했을 때 자신이 직접 겪은 것처럼 이야기를 했지만, 이야기 끝에 하숙집 주인의 농담 한 마디에 작가의 공상이 무너져내렸다고 하면서 사실을 런던탑과 관련하여 전해오는 이야기를 각색하여 소설을 구성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어떻든 세 작품 모두 잘 읽히는 것을 보면 아주 오래 전에 쓴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읽어도 몰입이 잘 되는 것을 보면 잘 만든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