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 언제나 내 편인 이 세상 단 한 사람
박애희 지음 / 북파머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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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서재에서 만난 책입니다. 한국방송공사와 문화방송에서 오랫동안 방송작가로 활동하던 박애희 작가가 늘 힘이 되어주시던 어머니가 타계한 지 7년이 지나서야 어머니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을 담은 책을 2019년에 발표했던 것을 독자들의 성원에 따라 개정판을 내게 되었다고 합니다. 초판을 읽어보지 못하였으니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가름할 수는 없겠으나, 일단 제목들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과 각 장의 끝에 부치지 못한 편지라는 제목으로 어머니에게 띄워 보내는 공개적인 편지글이 붙었다는 것입니다.


작가의 말도 새로이 썼다고 합니다.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라는 제목의 글은 지금 이 책을 펼친 분이라면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분이지 않을까 싶어 먼저 안부를 묻습니다.”라고 시작합니다. 맞습니다. 저 역시 오래 전에 부모님을 여의고 가끔은 두 분을 떠올리곤 합니다. 언젠가는 사모곡, 사부곡을 써볼 요량을 하고는 있습니다만, 아직은 틀조차 잡아보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저도 책을 냈고, 그 책들의 개정작업을 몇 번 해보았습니다만, 개정판에서는 아무래도 변화가 있는 부분은 들어내고 새로운 글로 채워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의 경우는 이 책에 담긴 이야기에 공감하는 독자들의 응원이 이어지면서 개정판을 내기로 한 것 같습니다. 아니면 새 책을 써보셨더라도 좋았겠다 싶습니다.


초판에 붙인 작가의 말에서는 상실을 겪은 사람으로서 먼저 손을 내밀고 싶었다. 당신도 그랬느냐고, 나도 그랬다고, 각자에게 주어진 슬픔의 무게를 감당하며 오늘을 사는 누군가의 손을 잡고 말하고 싶었다.’라면서 내 작은 글들이 당신에게 다정한 위로와 희망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랬던 것 같습니다.


작가에게 어머니는 격려를 하고 작가의 일을 지켜보는 든든한 후원자였습니다. 수시로 문자를 보내 자신이 지켜보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고 합니다. 딸이 하는 방송을 듣고 잘했다하고 칭찬해주곤 했다는 것입니다.


작가는 어머니에 대한 생각 뿐 아니라 시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도 소개했는데, 적어둘만 했습니다. 신혼시절 생일을 맞은 작가에게 시아버지가 문자를 보냈더랍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의 한 대목이라고 합니다. 며느리에게 그런 문자를 보내는 멋진 시아버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필자는 그런 멋진 일을 해본 적이 있던가 돌아봅니다.


작가가 엽엽한 것처럼 여섯 살배기 작가의 아들도 깜찍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엄마, 아흔까지 살 수 있겠어? 아니, 110살까지 살 수 있겠어?’라고 물어보더랍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처럼 엄마도 죽으면 어쩌지 하고 걱정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니 노력해볼게, 아니, 꼭 그렇게 할게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데, 절로 공감하게 됩니다.


작가는 자신의 주변 인물들과 주고받은 이야기들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자료들에서 적절한 대목을 인용하고 있는데, 저는 전혀 만나보지 못했던 책들이라서 작가의 책읽기의 깊이에 놀라게 됩니다. 작가의 어머니는 혈액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골수이형성증후군을 앓고 있어 골수이식술을 받았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재발되면서 죽음을 맞게 되었다고 합니다. 돌아가시기 이틀 전 잠시 맑은 정신이 돌아와 가족들과 작별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다음에 소개할 호스피스 전문가의 책에서도 죽음을 맞기 직전에 맑은 정신이 돌아오는 현상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렇게 떠나가신 어머니를 기억하는 딸은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마음을 담은 편지를 개정판에 새로이 담았습니다. 부치지 못했지만, 영적 교류를 통하여 어머니가 받아보셨을 그런 편지를 말입니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사모곡을 담은 편지입니다. 저도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더 희미해지기 전에 사모곡을 적어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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