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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일홍 지음 / 부크럼 / 2024년 7월
평점 :
출근길에 밀리의 서재에 있는 책들을 읽는 일도 초겨울에 접어들면서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제목이 아주 공격적(?)이라는 느낌이 들어 읽게 된 글입니다. 10만 독자를 가진 작가라고 소개되었습니다만, 이 책을 쓴 일홍 작가는 처음 만나는 분 같습니다.
<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는 “당신의 행복을 찾아 주고 싶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이런 하루가, 이런 인생이 좋다고 말할 정도로”라는 기획으로 쓴 것 같습니다. 모두에서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야. 누리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누리며 사는 것. 고생 끝에 오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언제나 존재하는 것. 그러니까 자주 행복하자. 힘들어도 재밌게 살자. 그래야만 꿋꿋이 살아갈 수 있어.”라고 설명합니다만, 말장난 같다는 느낌도 살짝 들었습니다. 그렇게 말하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행동으로 옮기기는 결코 쉽지가 않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행복하다고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을 속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에는 모두 16개 꼭지의 글을 내개의 문단으로 나누어 담았습니다. 대부분의 글들은 행복을 구하거나 행복을 즐기는 방안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 꼭지의 글을 1쪽에 불과하거나 4쪽에 이르는 것도 있습니다. 글들을 모두 행복해지는 비법을 담았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어느 쪽을 펼쳐도 마음에 위안이 되는 글들을 읽을 수 있습니다. 때로는 내가 사랑하는 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해지면 나도 따라 행복해진다는 생각이겠지요.“나는 네 곁에서 널 행복하게 만들어 줄거야”라고 약속합니다.
지난해에는 제가 아팠던 것인데, 금년에는 아내도 아프게 되니 ‘나 아픈 것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아픈게 더 서럽다.’라는 대목이 실감이 납니다. 치료에 전념하고 완치된다는 신념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가 아팠을 때 성심껏 간병해준 것처럼 소소한 부분까지 챙겨주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이 떠나간 자리’라는 제목의 글, “나를 가득 차지하고 있던 사람이 떠나간 자리엔 커다란 구멍이 생긴다. 누구도 대신 채울 수 없는 구멍이. 실은 애초에 구멍 난 사람을 바람 새어 들어올 일 없도록 당신이 막아주고 있던 걸지도 모르겠다. 누구보다 나를 많이 이해해 줬던 사람은 오래도록 나를 아프게 한다. 나조차 나를 이해할 수 없을 때 나보다 나를 믿어 준 사람이라서.”라는 대목을 미리 실감합니다.
‘불행을 버텨 냈으니 이제 행복할 수밖에 없겠다’라는 말보다는 힘들어도 불행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이런 과정 조차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지금 내가 불행하다고 인정하면서 행복해질 수는 없을 터이니 말입니다. 물론 불행하다고 생각되는 지금을 견뎌내면 언젠가는 행복할 수 있겠다는 희망회로를 돌리라고 하는 것은 잔인한 일일 수도 있겠습니다.
‘행복은 고생 끝에 오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라 하면서도 지금 불행하더라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해보자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많이 아프겠지만 잠시뿐일 거라고. 오늘처럼 힘겨운 날들을 지나 보내야만 더욱 단단한 행복이 찾아올 거라고. 거쳐야만 하는 시련이라고. 그렇게 기뻐질 내일을 믿어야 한다.(32쪽)”라는 대목이 대표적일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제목이 말하는 ‘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는 앞날의 행복을 기대하는 희망을 담은 이야기일 뿐일까 싶습니다. 소소하겠지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는 묘약일 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지금 힘들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조금만 참고 견디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한 시간이 올 것이라고 믿게 하는 마법을 펼쳐보이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