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사랑
베로니크 드 뷔르 지음, 이세진 옮김 / 청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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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서 홀로되면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일이 쉽지가 않은 모양입니다. 당사자가 새로운 인연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 더하여 자녀들의 입장도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만난 사랑>은 프랑스에서의 일입니다만 나이 들어 시작하는 사랑이 어떻게 발전해가는 지에 대하여 생각해볼 기회가 된 이야기였습니다.


<다시 만난 사랑><체리토마토파이https://blog.naver.com/neuro412/223217409901>의 작가 베로니크 드 뷔르의 자전적 소설입니다. <체리토마토파이>는 리옹과 리모주의 중간프랑스 중부지역에 있는 완전한 시골에 사는 과부 잔이 90살이 되는 해 춘분에서 시작하여 꼭 1년간 써내려간 일기입니다시골이라고는 하지만 딸과 아들이 수시로 찾아와 함께 지내는 것을 보면 행복한 만년을 보내는 잔입니다


<다시 만난 사랑>이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합니다만, 이야기에 등장하는 어머니가 작가인지 아니면 화자인 딸인지는 분명치가 않은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화자의 어머니가 70살 생일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갑자기 생긴 호흡부전이 악화되면서 죽음을 맞게 되었습니다. 급작스러운 남편의 죽음으로 홀로된 어머니였지만 충격을 딛고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평소 엄마와 속이야기도 거릴 것 없이 나누던 화자가 엄마더러 재혼할 거라고 물어보면 , 지금 세상 편하고 좋다. 남자를 데려다 뭐에 쓰니?”라고 대답하였습니다. 하지만 세상사는 모를 일이지요.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4년이 지날 무렵 첫사랑이었던 그자비에로부터 편지를 받게 됩니다.


그자비에 역시 엄마와 석연치 않게 헤어진 뒤에 결혼한 미셸과 사별한 상태였고, 엄마가 혼자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집에 찾아오겠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재회한 두 사람은 400나 떨어져 살고 있는 서로의 집을 오가면서 새로운 사랑을 키워가고, 화자는 그런 엄마를 이해할 수 없게 됩니다. 아빠의 흔적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자비에의 집을 처음 찾아가는 엄마를 배웅하면서 가세요, 엄마. 기분 전환도 되고 좋을 것 같아요. 아빠가 돌아가신 후로 거의 아무 데도 안 갔잖아요.”라고 하면서 등을 떠밀었던 것과는 달리 배신감 같은 감정이 생겼던 모양입니다.


화자의 생각이 바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딸의 생각까지 고려하지 못할 정도로 첫사랑과의 사랑을 키워가다가 결국은 사제를 모시고 서약을 맺기에 이르렀습니다.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린 것은 아니나 두 사람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가진 것입니다.


서로의 비밀스러운 일까지도 속속들이 알고 있던 엄마와 딸 사이에 알리지 않는 이야기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심지어는 서로에게 상처가 될 말을 주고받기도 합니다. 엄마가 감정이 폭발해서 나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거야! 내 인생이니까. 나는 평생 해야 하는 일만 하고 살았어. 내 의무를 다한 지금, 드디어 나를 위해 살 수 있게 됐어! 너희가 기분 나빠도 할 수 없다! 나도 행복할 권리가 있어!”라고 선언하기도 합니다.


딸의 생각도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바는 아니나 엄마의 변화가 긍정적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엄마가 여전히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상황이니 스스로의 앞날을 결정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입니다. 엄마와 그자비에가 신부님으로부터 받은 축복의 말씀에 담겨있는 다음 구절이 마음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애정은 상대가 일어설 수 있도록 돕습니다.(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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