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더 기묘한 미술관 - 하나의 그림이 열어주는 미스터리의 문
진병관 지음 / 빅피시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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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에 읽는 밀리의 서재는 한 편의 책을 읽는데 시간이 꽤나 걸립니다. 독후감을 쓰는 것도 종이책에 비하면 다시 살펴 읽을 곳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은 단점이 있습니다. 프랑스 공인 문화해설사 진병관의 <더 기묘한 미술관>을 밀리의 서재에서 발견하고 읽었습니다.


파리에서 16년을 살아온 작가는 수천번에 걸쳐 파리의 미술관을 섭렵해왔는데 코로나 유행이 심각해지면서 미술관이 폐쇄되자 누구나 쉽게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을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기묘한 미술관>의 출간에 이어 <위로의 미술관>, <더 기묘한 미술관>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작가는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는 명화 뒤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이 책들에서 풀어놓았습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익숙하게 보았던 그림들이 다시 낯설고 새롭게 느껴지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취향의 방, 지식의 방, 아름다움의 방, 죽음의 방, 비밀의 방 등으로 구성했던 <기묘한 미술관>과 같은 형식으로 <더 기묘한 미술관>에서는 운명의 방, 어둠의 방, 매혹의 방, 선택의 방, 기억의 방 등으로 구성하였습니다. 다섯 가지의 주제에 걸맞는 화가의 작품을 앞세웠지만 연관이 있는 다른 화가의 작품들도 소개하는 방식입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기묘한 미술관>에서 다루었던 그림들의 상당수는 어디선가 그림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보았던 것 같습니다만, <더 기묘한 미술관>에서는 처음 보는 그림이 많고 생소한 화가들도 많아서 읽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그래서 작가 역시 전작에서 비교적 대중적인 작품을 주로 다뤘다면 <더 기묘한 미술관>에서는 잘 알려진 화가의 숨겨진 이야기 혹은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의 새로운 이야기같이, 흥미롭지만 비교적 덜 알려진 작품을 소개하려 했다.”고 합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화가의 경우 화가의 삶을 뒤쫓고, 작품을 그리게 된 배경 등 명화들을 소개하는 해설서의 일반적인 형식을 따라갑니다.


아르놀트 뵈클린의 <죽음의 섬>에 얽힌 이야기는 오래전에 읽은 적이 있습니다. 올 봄에 몬테네그로의 코토르 인근에 있는 페라스트를 여행하면서 그곳에 있는 성 조지 섬이 뵈클린의 <죽음의 섬>에 영감을 주었을 수도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죽음의 섬>은 같은 주제로 다섯 점을 그렸으며 판화로도 제작되어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르놀트 뵈클린을 소개하는 그림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죽음과 자화상>입니다. 자화상을 그리고 있는 화가의 뒤편에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해골이 서 있습니다. 해골은 죽음을 상징하는데, 해골이 어떤 곡을 연주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바이올린에는 오직 G현만 남아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흔히 G선상의 아리아라고도 하는 바흐의 모음곡 3BWV 1068 2악장 ‘Air’가 아닐까요? 이곡이 G현만 사용한 것은 독일의 바이올린 연주자 아우구스트 빌헬르미가 편곡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음악 이야기는 그렇다 치고도 의학이 발전하기 이전, 죽음은 흔한 일이었다. 죽는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기에 죽음을 노래하고, 그리는 일이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일상에서 죽음에 관해 이야기 나누지 않는다. 타인의 죽음에 관해 안타까워하는 일은 있어도, 나와는 관계없는 일처럼 터부시한다. 하지만 뵈클린의 그림은 죽음이 멀지 않고, 언제가 나에게도 다가올 것이며, 그 순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묻는다.”라는 대목은 인상적입니다.


파블로 피카소가 1897년에 그렸다는 <과학과 자비> 역시 언젠가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만 16살이 되던 해에 마드리드에서 열린 미술박람회에 출품하기 위해 그렸다는 정도의 설명에 그치고 있어 조금 아쉬웠습니다. 현대미술의 시발점으로 평가받는 <아비뇽의 여인들>과는 전혀 다른 사실적인 분위기의 그림입니다. 이 그림에서는 죽음을 앞둔 환자를 두고 무거운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그런 이야기를 기대했던 것인데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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