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의 핵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
조셉 콘라드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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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분명치 않습니다. 어느 책에선가 인용되었을 것이나 따로 기록을 남겨두지 않았습니다. 조셉 콘라드의 <암흑의 핵심>인간 경험의 한계와 제국주의의 악몽 같은 진실을 탐구하는 문제적 소설이다. 주인공 말로의 탐험은 문명과 야만, 제국주의를 정당화하는 식민주의와 인종주의의 진실과 마주하는 탐험이라 할 수 있으며, 커츠가 원주민들 위에 군림하는 모습에서 콘래드는 인간 본성과 서구의 문명화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라고 출판사의 자료에 요약되어 있습니다.


얼마 전에 읽은 독일 작가 제발트의 소설 <아우스터리츠>는 화자가 주인공 아우스터리츠를 만나 들은 이야기를 기록하는 형식이었는데, 콘라드의 <암흑의 핵심>도 비슷한 구조였습니다. 여러 회사의 중역을 맡고 있는 사람이 변호사, 회계사, 말로, 그리고 화자 등 4명을 초대하여 템즈 강에서 배를 타는 중에 말로가 선장이 되어 아프리카에서 배를 몰았던 이야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해질 무렵의 템즈 강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이내 강물에도 변화가 찾아와 그 평온함은 차츰 빛을 일으며 점점 더 심오해졌다. 이 세상의 가장 먼 곳까지 통하는 수로의 고요한 위험을 보이며 펼쳐져 있던 넓은 옛 강은 여러 시대에 걸쳐 양쪽 둑에 살고 있던 사람들을 위해 훌륭하게 봉사한 후 이제 저무는 날을 맞으 아무런 동요 없이 휴식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존엄한 강물이 한 번씩 찾아왔다가 영영 사라지고 마는 짧은 하루의 그 생생한 열기 속이 아니라 영원히 지속되는 기억이라고 하는 장엄한 빛 속에 잠겨 있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9)”


어둠이 내리자 말로는 그런데 이 땅도 한때는 이 지구의 어두운 구석 중의 하나였겠지라고 운을 떼더니 로마 사람들이 영국을 지배하던 시절을 끌어왔습니다. 그리고는 이 로마인들은 참으로 변변찮은 사람들이었어. 그들은 식민지 개척자 노릇도 제대로 하지 못했어. 그들의 통치는 착취 행위에 불과했고, 그 이상의 아무것도 아니었을 테니까. 그들은 정복자들이었어. 정복자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포악한 힘뿐인데, 이런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자랑할 것은 못 되지.() 그들은 단순히 획득이라는 목적을 위해 획득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움켜 받았을 뿐이야. 그것은 폭력을 쓰는 강도 행위요, 대규모로 자행되는 흉측한 살인 행위에 불과했는데, 사람들은 맹목적으로 그 행위에 덤벼들었던 거야. 그것은 암흑세계를 다루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적합한 행위이지.(15)


로마가 영국을 식민통치했던 일을 끌어온 이유는 유럽이 아프리카를 식민통치하고 있던 19세기의 분위기를 이야기하기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말로는 인도양, 태평양 그리고 중국해 등을 6년여에 걸쳐 떠돌아다니다가 귀국하였던 것인데,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뭍에서의 휴식에 진력이 나서 다시 바다로 나갈 궁리를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다행히 숙모 한 분이 힘을 써준 덕에 벨기에의 식민지인 아프리카의 강을 운항하는 배의 선장에 취임하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두 마리의 검정 암탉 때문에 원주민들과 싸우다가 살해된 선장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었습니다.


브뤼셀로 가서 계약서를 작성하고 건강검진을 받게 되었는데, 검진을 담당한 의사는 열대 지방에 가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냉정을 지키는 일이지요. 냉정을 잃지 않도록 하세요.(27)“라고 당부합니다. 볼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프랑스 선적의 배를 타고 아프리카 해안을 항해하면서 바라보는 해안 풍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30일을 항해한 끝에 배는 강의 어귀에 있는 주재소에 도착했고, 주재소로부터 다시 유로로 200마일을 올라가 면 상아를 수집하는 교역소에서 일하고 있는 커츠씨를 데려오는 임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말로가 향한 곳은 암흑의 세계였습니다. 내륙 주재소에 도착한 다음에는 고장난 배를 고쳐서 강을 따라 올라가 커츠씨가 머물고 있는 교역소까지 배를 몰아갔습니다. 강을 거슬러 오르다보면 밀림이 천천히 강을 가로 건너 우리의 돌아갈 길을 막고 있는 듯한 풍경이었다고 적었습니다. 교역소가 가까워지면서 강폭이 좁아지고 강물도 얕아져서 배를 모는 일이 쉽지가 않았는데, 게다가 밀림 속으로부터 화살 세례를 받기도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교역소에 도착해서 커츠씨를 배에 태우고 하류로 향하게 되었지만 커츠씨는 배가 하류로 운항하는 도중에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사실 커츠씨는 교역소를 중심으로 한 지역의 원주민 위에 군림하고 있어 원주민들의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상아를 수집하는 일에서는 누구와도 타협을 하지 않는 폭군이었던 것입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암흑의 핵심은 강을 따라 상류로 올라가면 닿게 되는 미지의 장소라는 의미도 있겠고, 원주민을 지배하는 커츠와 같은 무리를 말하는 것이라는 이중적 의미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암흑의 핵심>에서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식민지를 경영하는 유럽의 제국주의 국가들의 고압적 식민지 정책에 대한 언급은 볼 수 없습니다. 다만 커츠씨와 같이 개인의 일탈적인 행위만이 강조된 것은 아닌가 싶기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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