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문미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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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에 밀리의 서재에서 고른 책을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신호등도 없이 호젓한 길이 2km정도 되는데 지형도 익숙하기 때문에 휴대전화에 몰입해도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번에 읽은 책은 문미순 작가의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입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복지정책은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읽기였습니다. 하는 일마다 꼬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여기 등장하는 명주와 준성이 그런 사람입니다. 이혼을 하고 먹고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가 화상을 입는 바람에 변변한 직장을 구할 수 없게 된 명주는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됩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간병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간병하는데 있어 관련 단체나 보건소와 같은 곳에서 지원을 구할 생각도 없이 혼자서 감당을 했던 모양입니다.


그런가 하면 명주네 이웃에 사는 준성은 알코올성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를 간병하면서 밤에는 대리운전으로 겨우 먹고 사는 형편입니다. 그런데도 준성의 아버지는 아들 몰래 술을 마시곤 합니다. 술에 관해서는 제어가 안 되는 그런 분인데, 나이가 들어서는 아예 술을 마실 기회가 줄어서 그렇습니다만, 저도 젊어서는 술을 제어하지 못하는 그런 부류였습니다. 알코올성 치매를 술을 끊으면 어느 정도까지는 치매 증상이 좋아진다고 합니다만, 준성의 아버지의 치매를 현재 진행형인 셈입니다.


사단은 명주한테 먼저 생겼습니다. 어머니와 한바탕하고서 홧김에 집을 나와 방황을 하다가 돌아와 보니 어머니가 숨져있었던 것입니다. 당연히 장례를 치러야 했겠지만 어머니 앞으로 나오는 연금이 명주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결국 돌아가신 어머니를 관에 넣어 작은 방에 모시고 사망신고를 하지 않은 채 연금으로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신경을 써야 할 일도 많이 생깁니다. 어머니 생전에 알고 지내던 분들로부터 연락이 오고, 이혼한 남편이 데리고 간 딸도 불쑥 찾아오기도 해서 어머니의 죽음을 감추는 일이 아슬아슬하기만 합니다. 사실 명주가 선택한 길을 심각한 범죄행위에 해당합니다.


이웃에 사는 준성 역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힘든 일이 이어집니다. 외출할 때 마다 집에 계시는 아버지에게 불을 사용하지 말고 전자렌지에 덥혀 식사를 하라고 단단히 일렀음에도 불구하고 가스렌지를 사용하다가 불을 내는 바람에 화상을 입어 오래 병원신세를 지다가 그마저도 어려워 집에서 모시게 됩니다. 어느 날인가 아버지를 화장실에 모시려다가 미끄러지면서 상처를 입고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준성은 아버지의 죽음이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당황하게 됩니다. 이때 명주가 나서서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면서 어머니가 고향에 사둔 집으로 두 분을 모시기로 합니다.


사실 명주와 준성의 결정은 옳은 일이 아닙니다만 두 사람의 처지를 따라가다 보면 이해가 되는 대목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지방자치단체나 보건소의 도움을 얻을 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명주가 어머니의 죽음을 발견했을 당시에 통상적인 절차를 밟았더라면 일이 이렇게 꼬여들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명주가 딸 은진의 수에 말려드는 것도 답답해 보였습니다. 아무리 자녀라고 해도 되는 일과 되지 않는 일을 분명하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작가가 어려운 처지에 놓인 명주와 준성에게 사람들의 눈을 피해 부모를 매장하는 길을 선택한 것을 바른 선택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이 작품을 읽은 소설가와 평론가들은 하나 같이 작가가 선택한 길에 우호적인 듯하여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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