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11 - 종말의 시작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1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종말의 시작이라는 부제가 달린 <로마인 이야기11>는 서기 161년부터 211년까지의 기간을 다루었습니다. 이 기간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서기 161-180), 콤모두스(서기 180-192), 내란의 시대(서기 193-서기 197) 그리고 셉티미우스 세베루스(서기 193-211) 등이 황제였습니다. 내란의 시대에는 페르티낙스, 디디우스 율리아누스, 클로디우스 알비누스, 페스켄니우스 니제르 등 로마군의 군단장들이 황제를 선언하고 나서며 내전을 벌이다가 셉티미우스 세베루스로 최종 정리되었던 것입니다.


오현제의 하나로 꼽히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현제의 세기가 아니라 종말의 시작에서 다룬 점이 특이합니다. <명상록>을 남겨 철인황제로 후세 사람들에게 각인되고 있는데, “인간이 공정하고 선량할 수 있느냐는 논쟁만 끝없이 되풀이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공정하고 선량하게 행동하는 것만 요구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황제 자신이 공정하고 선량하게 행동하였을 것이라 믿어지지만, 이후 2천여 년 동안 그의 말대로 공정하고 선량하게 행동한 국가지도자가 과연 얼마나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철학자가 정치를 담당하는 것이 국가에는 이상적이라고 한 플라톤의 주장이 실현된 사례로 꼽히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치세는 오현제로 꼽힐 만큼 대단한 업적을 세웠기 때문에 저자도 이 책의 절반이 넘는 분량을 할애하였던 것입니다.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차기 황제로 지명한 루키우스 아일리우스가 폐결핵으로 일찍 죽자 안토니누스 피우스를 차기황제로 지명하면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양자로 삼는 조건을 제시했던 것입니다. 안토니누스 피우스 황제 서거 후에 원로원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게 황제 위를 제안하였을 때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루키우스 아일리우스의 아들 루키우스 베루스와 함께 제위를 물려받아 로마제국은 두 명의 황제가 즉위하는 상황을 맞게 되었습니다.


로마제국이 전성기에는 황제들이 황제의 역량이 있는 인물을 양자로 삼아 제위를 물려주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역량이 있는 황제가 이끌던 시절 로마제국은 황금기를 맞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황제들 가운데 전통과는 달리 역량이 부족한 아들에게 제위를 물려주기도 했던 것이고, 그렇게 해서 제위에 오른 황제들은 대체적으로 실정을 거듭하다가 피살되는 경우가 많았던 모양입니다. 사실은 로마의 황제가 양자에게 제위를 물려준 것은 단지 아들이 없었기 때문이었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역시 아들 콤모두스를 황제로 삼았고 콤모두스가 실정을 벌인 끝에 피살되면서 로마군의 군단장들이 황제가 되겠다고 서로 나서는 바람에 로마제국이 몰락의 길에 들어선 것이라고 저자는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즉위 초에 발생한 홍수와 가뭄 등의 자연재해를 극복하였고, 파르티아 제국이 기세를 회복하여 아르메니아 왕국의 후계구도에 개입하면서 로마제국과의 전쟁이 촉발되었지만 이를 제압하였고, 북쪽에서는 게르만족이 국경을 침범해와 이들과의 전쟁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파르티아와의 전쟁 끝에 묻어온 역병으로 로마 제국은 인구의 절반이 희생될 정도로 큰 피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홍역 혹은 천연두로 의심되는 역병의 대유행이 로마제국을 몰락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던 것은 아닐까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뒤를 이은 콤모두스 황제가 13년의 재위 끝에 피살되자 근위대장 레토가 주도하여 페르티낙스를 황제로 세웠지만 개인의 욕심이 채워지지 않자 페르티낙스를 살해하고 디디우스 율리아누스를 다시 황제로 세웠던 것입니다. 이때부터 로마군이 새 황제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일었고 가까운 판노니아 속주의 총독 셉티미우스 세베루스가 군단병의 추천을 받아 황제를 자칭하고 나섰습니다. 그 밖의 지역에 주둔하던 군단에서도 황제를 자칭하는 사람들이 등장하여 로마제국은 내란 상태에 빠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결국 먼저 움직인 셉티미우스 세베루스가 사태를 마무리하고 최종 황제위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