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쓰게 될 것
최진영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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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밀리의 서재에서 읽게 된 <쓰게 될 것>입니다. 최진영 작가의 책으로는 처음 만나는 책입니다. 전자책이라서인지 아니면 작가의 작품들의 전반적으로 그런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으나 빠르게 읽었다는 느낌이 남았습니다.


이 작품집에서는 표제작 쓰게 될 것을 비롯하여 모두 8편의 작품을 담았습니다. 말미에 있는 작가의 말에서 이들 작품들은 2020년부터 2023년 사이에 쓴 것이라고 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작품들이 발표된 매체는 물론 작품을 쓰는데 영감을 얻은 원천을 밝혔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쓰게 될 것의 경우는 우크라이나 여성 스베틀라나씨가 2022224일부터 426일까지 쓴 일기를 전재한 시사IN유모차 밀던 자리에 폭탄이 떨어져도와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올가 그레벤니크의 <전쟁일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습니다.


암으로 진단받고 투병하는 과정을 적은 홈 스위트 홈은 개인적으로도 읽으면서 큰 관심이 생겼던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조한진희의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를 비롯하여 역시 시사IN의 기획 죽음의 미래엔드게임: 생이 끝나갈 때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습니다.


이야기의 배경이 어디이며 등장인물이 누구이던 간에 8작품 모두 작가의 시선으로 본 인간관계를 그리고 있다는 생각에 자전적인 글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쓰게 될 것에 나오는 나의 일기는 언제나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끝난다. ‘살아야 한다면 사는 게 낫다.’ 무의미한 말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39)”는 대목은 여러 갈래로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현실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산다는 것은 전제가 필요하지 않는 명제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다하더라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네 속담에도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책을 읽어가면서 표시를 해둔 작품도 홈 스위트 홈입니다. 첫 번째 표시해놓은 대목은 아픈 사람일수록 생활이 편리하고 큰 병원이 가까이 있는 도시에 살아야 한다.(807)”입니다. 사실 제 입장에서는 직장도 병원이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필요한 진료를 쉽게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표시해둔 대목은 수술과 항암치료가 종료된 후 1년이 지나지 않아 재발, 그리고 2차 재발이 되면서 등장인물과 가족은 상황이 어렵게 될 수 있다고 하는 3차 재발에 대하여 언급을 피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죽음이라는 검은 구멍이 한 발 앞에 있는 것 같았다. 한 발 뒤에도, 한발 옆에도. 죽음은 두려웠다. 그통에 짓눌릴 때는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았다. () 내가 피하려고 하는 것이 고통인지 죽음인지 알 수 없었다. () 재발하지 않으리라는, 내가 좀더 낮은 확률에 속할 수 있다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믿음이 필요했다. 회복, 차도, 건강에 대한 염원, 기적을 바라는 기도, 나의 상태를 나타내는 숫자 바깥에 있고 싶었다.(773)”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숫자 바깥에 있고 싶었다라는 말에 크게 공감합니다. 저 역시 18개월 전에 암수술을 받고 추적관찰을 하고 있는 중인데 재발을 감사하는 검사를 매월 받아가면서 검사값에 일희일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검사값이 떨어지면 기뻤다가 다시 올라가면 두려움이 생기곤 합니다. 아직은 위험 수위를 나타내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경계할만한 수위에 올라와 있기 때문입니다.


평론가 소유정은 작품해설에서 최진영의 <쓰게 될 것>에 실려있는 여덟편의 작품들은 하나 같이 미래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작가에게 미래란 알 수 없는 시간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지금과는 달리 바꾸어야 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즉 반드시 만나게 될 미래를 위해 불안을 딛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살아야 할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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