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닝
욘 포세 지음, 손화수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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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 포세의 3부작https://blog.naver.com/neuro412/222292675088><아침 그리고 저녁;  https://blog.naver.com/neuro412/222313007819>을 읽은 인연으로 고른 책입니다. 두 작품을 읽은 뒤에 작가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욘 포세의 3부작>을 읽고 나서 정리되지 않는 느낌이 들었던 것인데, <아침 그리고 저녁>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샤이닝>을 읽고나서도 비슷한 느낌이 남습니다. 특히 <아침 그리고 저녁>이 한 생명이 탄생과 죽음의 과정을 묘사한 것으로 이해됐는데, <샤이닝>은 삶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과정을 묘사한 것으로 이해되었습니다.


이야기는 화자가 차를 운전해서 길을 가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사거리를 만나면 왼쪽 길 혹은 오른쪽 길을 선택하는 순간은 살아가면서 선택을 하는 과정을 암시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길을 가다가 바큇자국이 점점 깊이 파이는 숲길에 접어들어서 차가 완전히 멈춰버리는 상황은 살아가다가 곤경에 빠지는 상황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요? 숲길에서는 차를 돌릴만한 장소가 없었다는 것은 곤경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을 것입니다.


처박힌 차를 꺼내려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있다 보니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어느새 세상이 눈에 덮입니다. 결국은 차를 되돌리기 위하여 누군가의 도움을 찾아 나섭니다. 그런데 온길을 되짚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숲으로 깊이 들어서게 됩니다. 칠흑 같이 어두운 숲길에서 밝은 빛을 내뿜는 하얀 형체를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정체를 파악하기 전에 사라지고, 이번에는 두 사람의 형체가 등장하는데 아버지와 어머니입니다. 화자를 찾아서 숲길로 들어온 두 사람 역시 숲길에서 길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이 다가옵니다. 그리고 순백색의 빛나는 존재도 같이 나타나는데 그는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을 감싸고 있는 느낌입니다. 화자가 처한 상황을 읽어가다 보니 임사체험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임사체험을 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상황은 일단 유체이탈을 경험하는데 자신을 죽음을 3인칭의 입장에서 바라보았다는 것입니다. 육체적 고통이 없어지면서 편안한 상태가 되는데 어두운 굴을 지나 아득히 멀리로부터 비치는 밝은 빛을 향해 나아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미 고인이 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경계를 느끼게 되면서 되돌아온다고 합니다. 밝은 곳에 계속 머물게 된다는 의미는 죽음에 이르는 것이고 되돌아 온다는 것은 회생 혹은 환생이 되는 셈입니다.


화자의 이야기가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화자는 순백색의 반짝이는 존재를 따라 검은 양복을 입은 얼굴 없는 남자, 부모님과 함께 따라가서 무의 공간으로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한 숨 또 한 숨, 어느 순간 숨이 사라지고, 그곳에 있는 것은 오직 호흡하는 무를 빛처럼 뿜어내는 반짝이는 존재뿐이고, 어느새 숨을 쉬고 있는 것은 우리다, 각각의 순백색 속에서.”라고 마무리합니다. 한 생명의 존재가 스러지는 순간을 이렇게 묘사한 것입니다.


죽음의 순간에 대한 길지 않은 소설에 이어 2023년 노벨상 수상 연설이 덧붙여져 있습니다. 그 가운데 역시 쉽지 않은 대목은 자신의 작품세계가 침묵의 언어로 구성되었다는 것입니다. 침묵을 내세우는 것은 오직 침묵 속에서만 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는 귀를 기울여 듣는 행위라고 했습니다.


옮긴이는 이 작품은 명상이자 묵상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묵상은 이 책의 끝부분에서 정점에 이른다. 포세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과 죽음의 이상하고도 미묘한 관계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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