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산책가
카르스텐 헨 지음, 이나영 옮김 / 그러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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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읽을 책을 고르는 기준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책읽기를 편식하듯 할 수도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관심분야가 아닌 책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나와 있거나 새로 나온 책들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읽을 책을 고를 때 전문적으로 조언을 해주는 분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


카르스텐 헨의 <책 산책가>는 독자에게 맞춤한 책을 추천해두기도 할 뿐 아니라 그렇게 주문한 책을 집에까지 배달하는 서점직원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서점을 운영하던 사장님이 은퇴를 하면서 딸에게 서점 경영을 물려주면서 책을 배달해주는 업무를 중단하기로 하였습니다. 경영 측면에서 별 이익이 없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서점을 물려받은 딸은 딸보다도 책배달을 맡고 있는 직원에게 서점을 물려줄 생각을 했을 정도로 각별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점이 가슴에 맺혀있었기 때문에 책배달 업무를 종료하고 담당 직원을 해고하기로 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일자리에 비하여 일할 수 있는 전문가가 태부족인 상황 덕분에 저는 아직도 현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당한 때에 일을 그만 둘 생각입니다. 그런데 그 물러날 때를 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년전에 십여 년을 다닌 직장을 물러난 것은 늦었지만 정말 잘한 일이라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책 산책가>의 주인공 콜호프 씨는 자신의 고객을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입니다. 그의 그런 인품이 샤샤라고 하는 소녀와 인연을 맺게 하고, 서점을 그만 둔 뒤에서 책을 배달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샤샤를 비롯한 콜호프 씨의 단골들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은 아닙니다. 강아지처럼 짖는 고양이도 있습니다. 한때는 콜호프 씨가 챙겨주는 먹이를 먹으려고 다가온 것으로 오해했지만 콜호프 씨의 엽엽한 마음을 잘 알고 있었던 멍멍이였습니다.


콜호프 씨는 다가서는 샤샤에게 쉽게 곁을 내주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샤샤의 적극적인 접근을 막아선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어느새 샤샤가 자신에게 중요한 존재라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역시 진심은 통하기 마련입니다. 누군가를 사귀는데 있어 사심을 버리고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배웁니다.


콜호프 씨의 단골들은 독특한 면모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아시 씨는 구입한 책을 읽고나면 동네 도서관에 보낸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책이 누레질 때까지 다른 사람들도 즐겨 볼 수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래 전에는 읽은 책을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책나눔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일하고 있는 직장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직원들과 함께 읽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동안 옮겨다닌 3곳의 직장에서 그런 일을 했습니다.


은퇴한 서점주인 구스타프씨는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겨우 책읽기를 시작하였을 때 아버지로부터 토마스 만의 <부르덴브로크가의 사람들>을 선물받기 시작하여 열 살 때는 어머니로부터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선물 받았다고 합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책을 읽다보면 엄청 많은 책들을 인용하고 있어서 한번쯤은 읽어보면 좋겠다 싶은 책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주로 독일작가들의 책이 많은 듯합니다.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는 저도 읽어본 책입니다만, 에리히 캐스트너의 시집 <마주보기>는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눈물에 관한 이야기도 적어놓아야 하겠습니다. 샤샤가 콜호프 씨에게 혹시 속으로 우셨어요? 눈에서 눈물 나게 말고 마음에서 눈물 나게 우는 거 말이에요.”라고 물으면서 콜호프 씨의 눈이 달라보이는 것은 “(눈이) 부끄러워하는 거죠. 사실 우는 건 자기들이 해야 할 일이니까요.”라고 설명합니다.


현미경으로 관찰해 보면 감정적인 눈물은 다르게 보인다. 강한 바람이 불 때나 양파 껍질을 깔 때 나는 눈물, 혹은 눈이 마르지 않도록 유지해 주거나 자극적인 물질이 들어갔을 때 반사적으로 흘리는 눈물과도 다르다. 눈물은 동물한테서는 발견되지 않는 인간 고유의 것이다.(198)”라는 대목은 오래전에 미국에서 공동연구를 하던 신경과 의사가 쓴 <눈물들>이라는 책에 실린 내용을 인용한 것으로 보여 반가웠습니다. 제가 그 책을 번역했는데 출간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콜호프 씨가 책을 읽는 사람들을 토끼, 물고기, 거북이 댕기물때새로 비유하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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