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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디스트 윈터 - 한국전쟁의 감추어진 역사
데이비드 핼버스탬 지음, 이은진.정윤미 옮김 / 살림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6.25동란 발발 직후부터 흥남철수에 이르기까지의 미군의 대응을 기록한 마거리트 히긴스 기자의 <자유를 위한 희생;https://blog.naver.com/neuro412/223449622454>에서 인용된 것을 보고 읽게 된 책입니다. 제가 학생 때 배우기로는 6.25동란은 북이 치밀하게 준비하여 쳐들어왔다는 북침설이 확고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남침설이 나오더니, 근거 없는 낭설이라는 소리가 나오자 이번에는 남침유도설이 등장하여 전쟁을 모르는 세대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자유를 위한 희생>에서도 북한군이 38선을 넘어서자마자 한국군을 궤멸시키며 급하게 동원한 미군마저 밀어붙이면서 순식간에 낙동강 방어선까지 밀리는 상황을 현장에서 목격했음을 기록했습니다. 한국군이 북침을 했다면 그렇듯 허망하게 무너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전쟁의 양상은 북한군이 얼마나 치밀하게 전쟁을 준비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를 위한 희생>이 전쟁이 발발한 직후부터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를 뒤집었지만, 중공군의 참전으로 되밀린 흥남철수까지의 상황을 다루었다면 <콜디스트 윈터>는 북한의 전쟁준비와 전쟁 발발 전후의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중화인민공화국과 소련 그리고 미국의 정치현황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게 짚어내고 있습니다.
북한의 김일성의 정체로부터 북한에서 권력을 잡기까지의 과정, 권력을 지키기 위하여 남침을 계획하고 소련의 지원을 요구하던 정황, 오랜 내전 끝에 국민당 정권을 대만으로 몰아낸 마오쩌뚱의 중국공산당이 대내외적 위상을 높이기 위하여 참전을 결정하게 되는 과정을 상세하게 정리해냈습니다.
읽다보면 김일성이 남침이라는 오판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미국의 국무장관 애치슨이 1950년 1월 12일 미국의 극동방위선을 공표하면서 대한민국을 제외한 것이었습니다. 정부수립 이후에 미군을 철수한 것도 큰 요인이 되었습니다. 다행이었던 점은 6월 25일 북한이 38선을 넘어서자마자 미국이 참전을 결정한 것이었습니다. 이마저도 한국의 방위보다는 중화민국의 국민당 정부가 본토를 공산당에 내주고 대만으로 밀려나고 보니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의 위협으로부터 일본을 방위하는 것이 위태롭다고 판단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주둔하던 맥아더 사령부는 북한군과 중공군의 전력을 형편없는 것으로 오판한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인천상륙작전을 제외하고는 3년에 걸친 전쟁기간동안 전쟁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응전하려는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콜디스트 윈터>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북한의 남침으로 촉발된 전쟁과정에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킨 전과로 전쟁영웅으로 인식해온 맥아더 장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는 비행기로 몇 차례 한국을 방문한 것을 제외하고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한국의 지형이나 날씨 등 제반사항에 관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려는 의지가 있었나 의심받을 정도였을 뿐 아니라 눈치나 보은 참모를 측근에 두어 막대한 피해를 가져왔다고 지적합니다.
<콜디스트 윈터>는 미국인의 시각에서 미군 중심으로 전쟁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유엔군이 참전하게 된 계기라던가 참전 규모, 한국군의 실태 및 전과, 그리고 한국 정부의 대응 등은 전혀 논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낙동강방어선을 지켜낸 것도 미군의 공이고 인천상륙작전을 성공한 것도 미군의 전과이며 38선을 넘어 북진하게 된 것도 맥아더의 선택이었으며 압록강까지 밀고 간 것은 중국 공산당의 참전을 촉발하게 되었다는 점, 참전 초기에 중공군이 얼마나 치밀했는지 미군이 함정에 빠져 지리멸렬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25동란이 김일성의 인민군이 치밀하게 준비한 전쟁이라는 점, 소련이 사주하고 중공군이 막판 뒤집기로 지원에 나섰다는 점 등을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책읽기였습니다. 1000쪽이 넘는 부피가 부담스러워서 상하권으로 나누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6.25동란의 내막에 대하여 그저 막연한 젊은 세대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