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트 신화와 전설
찰스 스콰이어 지음, 나영균.전수용 옮김 / 황소자리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렸을 적에는 아서왕이 영국 역사적인 인물이었다고 믿었던 것 같습니다. 영국역사를 배우기 전이었던 만큼 동화로 만난 아서왕을 실존했던 것으로 생각한 것이지요. 아서왕은 사실은 전설적인 인물이라고 합니다. 요즘 우리나라 학생들이 연속극이나 영화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을 역사적 사실이라고 믿는 것과 다를 것이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역사공부가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단군신화가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 그리스ㅡ로마 신화는 많이 알고 있습니다. 문학작품을 비롯해서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들을 기회가 많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스칸디나비아를 비롯한 북유럽의 게르만족 사이에 내려오는 노르드 신화에서 유래한 이야기들도 조금씩 듣고 있습니다.


19세기에 영국에서 활동한 찰스 스파이어가 쓴 켈트 신화와 전설을 읽게된 것은 영국과 아일랜드에 전해오는 신화와 전설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1858년에 태어난 저자는 빅토리아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조국의 뿌리를 찾는 일에 매료되어 고대 아일랜드와 브리튼의 신화와 전설, 민담 등을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수집한 것들을 정리하여 1905년에는 연구서로 <브리튼섬의 신화>를 출간했고 1906년에는 <고대 브리튼과 아일랜드의 신화>1909년에는 <셀틱 사람들의 신화>라는 대중서를 출간했다고 합니다. 이 책은 1910년에 나온 브리튼섬의 신화의 개정판을 우리말로 옮겼다고 합니다.


책을 모두 읽고 난 소감은 무엇을 읽었고 무엇을 기억할 수 있게 됐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신화 혹은 전설적인 인물들 가운데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 중의 일부만이 알 듯합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켈트와 브리튼의 신화는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연작들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입니다. 저도 두 작품을 완독했습니다만 분위기가 신화적이라는 생각을 쌨을 뿐 켈트 신화와 브리튼 신화와 연관되었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흥미롭게 읽었던 가즈오 이시구로의 <파묻힌 거인>에 등장하는 이야기가 브리튼족과 켈트족 사이의 충돌이 역사적 사건일 것이란 생각이었지만 그 또한 마법사가 등장하고 용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 바가 있습니다.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이 책에서 찾았습니다. 바로 브리튼족은 붉은 용을 가지고 있고 켈트족은 흰용을 가지고 있어 두 부족이 충돌할 때 두 용도 맞서 싸운다는 것입니다. <파묻힌 거인>도 브리튼 신화에서 주제를 가져온 것이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켈트 문화가 융성할 당시에 켈트 사람들이 그들의 신화를 기록으로 남겨놓은 것이 전무했다고 합니다. 그리스 신화가 호머에 의하여 기록으로 남았기 때문에 유럽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 것과는 천지차이라 할 것입니다. 기록이 없을 뿐더러 그리스를 비롯한 지중해 연안, 발칸반도 등지에서 성했던 전문적인 음유시인이 존재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민중들 사이에 구전되어 오는 이야기를 시인이나 소설가가 인용하여 작품으로 남기는 경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구전의 경우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새로운 사실이 녹아들어가 기존의 이야기가 변형되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로 이 책에서 소개하는 켈트나 브리튼의 신화에 그리스ㅡ로마의 신화에 등장하는 이야기가 등장인물을 달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아일랜드의 전설에 등장하는 마난난이 다리를 세 개 가지고 있어 엄청 빠르게 걸을 수 있다는 대목은 시칠리아 섬의 상징이 되고 있는 트리스켈레스가 아일랜드의 신화에서도 등장하는 점 등입니다.


역시 브리튼의 신화에 등장하는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에 대한 설명이 빠지지 않았지만, 등장인물들의 뿌리를 캐는데 집중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는 빠져있어서 아쉬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