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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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작가의 <지구 끝의 온실; https://blog.naver.com/neuro412/223363256388>과 함께 읽으려다 늦어진 책읽기였습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김초엽 작가의 첫 작품집으로 표제작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비롯하여 모두 7편의 단편을 담았습니다. 7편 가운데 감정의 물성관내분실두 편을 제외한 5편은 우주여행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특히 표제작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경우는 빛의 속도로도 수만 년이 걸리는 행성에 가려는 여성이 폐쇄를 앞둔 우주정거장에서 대기하는 상황을 그렸습니다. 이 작품에서 우주선의 비행방식으로는 워프 항법이나 웜홀을 이용하는 방식이 소개됩니다. 그래도 오랜 세월이 걸리므로 냉동 수면기술이 적용되기도 합니다. 아직은 실용화되지 않은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방식입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중학교에 다니던 55년 전에도 우주여행에 관한 이야기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도 냉동수면기술이 적용되었고, 조운트라고 하는 운항방식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니까 우주여행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꾸어왔던 꿈인 셈입니다.

첫 번째 작품인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의 경우는 유전자 조작 등을 통하여 만들어진 신인류가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으로 이주를 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열여덟 살이 되는 해에 이동선을 타고 시초지(지구를 의미합니다)로 순례를 떠나고 1년 뒤에는 시초지에 머물거나 되돌아오는 것입니다. 화자는 열여덟이 되기 전에 시초지로 떠나 순례에서 돌아오지 않은 이유를 뒤쫓습니다.


이 작품집에 수록된 단편들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은 과학의 발전으로 미래에 등장할 수도 있는 인류이지만 어쩌면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인간일 수도 있습니다. 그와 같은 미래를 어떻게 피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런 인간들과 공생하는 길을 모색해보자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상향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이지만 실제로는 반이상향이라는 느낌입니다. 어쩌면 작가는 이상향과 반이상향의 이분법적인 사고 자체를 부정하려는 생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관내분실이라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마인드 박물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신이 살아온 삶의 흔적을 누군가 기억해주기를 원할 수도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제 생각을 담은 책을 세상에 남기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마인드 박물관은 죽은 사람들의 뇌에 담긴 모든 기억을 보관하는 기술에 관한 이야기로 보입니다. 심지어는 살아있는 사람이 죽은 사람과 대화도 가능한데 그것은 사람들의 모든 기억을 자료화하여 사고하는 방식에 따라서 불러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죽은 사람과 대화가 가능하다는 논리입니다. 죽음에 임박하여 대뇌의 신경연접을 비롯한 초미세구조는 물론 분자생물학적 기전까지고 복사하기 때문에 사자의 마음을 자료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작가적 상상이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진시황을 비롯하여 영생을 꿈꾼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생물학적 신체는 소멸되지만, 자신 마음을 영원토록 남기는 기술에 대하여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누군가 자신을 기억해주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관내 분실의 화자인 지민이 어머니의 마음이 접근불가라는 상황이 왜 일어난 것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자연스럽게 제기된 셈입니다. 인간의 자유의지에 따른 결정을 존중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공생가설이나 스펙트럼처럼 외계의 지적생물체가 존재함을 전제로 한 작품도 있습니다. 아직은 그러한 존재가 존재할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는 셈입니다만, 그런 존재와 조우하게 되는 상황이 가능할까요? 그리고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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