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코의 유쾌한 암투병 일기 - 괜찮아, 잘 될 거야!
자오따비 지음, 은송희.정선옥 옮김 / 넥서스BOOKS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프랑수아즈 사강의 마약중독 투병기 <해독일기>에 이어 읽은 책입니다. <왕코의 유쾌한 암투병 일기>는 타이완의 젊은이가 호지킨 림프종으로 진단받고 항암치료가 끝날 때까지의 과정을 담았습니다.


지금까지 읽어본 투병일기는 대부분 의사 등 의료인이 쓴 것들이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의학적인 내용들이 중심을 이루는 경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프랑수아즈 사강이나 타이완의 자오따비와 같이 의료인이 아닌 사람의 투병기에서는 치료과정에서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의 변화가 중심이 되는 경향입니다.


자오따비군은 25살 난 젊은이입니다. 대학을 마치고 가장 힘들다는 해군 의장대에서 복무를 하던 중에 목에 땅콩만한 결절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위내시경검사를 한 이유는 잘 모르겠네요. 우리나라에서는 위내시경을 할 때 진정제를 맞고 수면내시경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타이완에서는 진정제 없이 그냥 하는 모양입니다. 자오군은 '강간당하는  기분이었다'고 적었는데 겪어보지 못했을 강간에 비유한 것은 과장이 지나친 듯합니다. 저 역시 아주 오래 전에는 진정제를 맞지 않고 내시경검사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만 견딜 만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식도내시경검사를 받았을 때도 마취주사를 맞았다면 조직검사를 하는지 마는지 알 수도 없었을 텐데 마취에서 깨어날 때 숨을 쉴 수가 없었다는 것도 과장이 지나친 듯합니다. 어쩌면 저자의 이런 호들갑이 독자들에게 먹혀 인기를 끌게 됐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럭저럭  하다가 두 달이 훌쩍 지나갔는데 목에 생기 결절이 갑자기 훌쩍 자라서 골프공 크기가 됐더랍니다. 그때서야 사태가 심각하다고 보아서 암센터를 찾게 되었답니다. 어떻든 그렇게 찾아가 병원에서 당장 입원하라 해서 16일 동안 입원하는 사이에  두 차례 수술을 포함해서 각종 검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그 반도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작가는 강제로 입원을 당했다고 합니다만, 정신질환도 아닌 일반 질환을 강제로 입원시키는 나라는 없을 듯합니다.


호지킨 림프종이라는 조직검사결과를 듣고 자오군은 '청천벽력'  무언지 알게 됐다고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배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틀에 한번 씩 아침에 일어나면 일기를 쓰기 시작했답니다. 저 역시 건강검진의 결과가 수상하게 나왔을 때부터 일기를 썼습니다.


치료과정을 보면 2주일에 한번 꼴로 항암치료를 받고 후반에 가서는 방사선 치료도 받게 되는데 중간에 한 차례 외박을 나간 것을 제외하고는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도 우리나라와는 사정이 많이 다른 점입니다. 열두 번의 항암치료 과정 가운데 절반인 여섯 차례를 마치는 동안 109일이나 입원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항암치료를 입원이 아니라 낮 병동에서 받고 바로 퇴원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든 자오군은 입원해서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서 대학에 다니는 애인과 부모님 등 가족즐의 헌신적인 돌봄을 받게 됩니다. 그런 점에 자오군의 낙천적인 성향이 어우러져서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지 싶습니다.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자오군은 일기를 쓴 것은 가족들이 읽고 치료과정을 알게 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고백도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남습니다. “글 속에서는 일부러 더 재미있게, 별일이 아니라는 듯 잔뜩 여유를 부린다. 부디, 이 글을 읽고 가족들이 슬퍼하거나 걱정하지 않길 바라면서...(34)”라고 일기를 쓰게 된 이유를 적었습니다. 가족을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이 기특하기만 합니다.


젊은이의 감각적인 글과 사진 만화 등이 듬뿍 들어있어 쉽게 읽히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대체적으로 암질환은 중년 이상의 나이든 환자가 많은 점을 고려한다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면도 있지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