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2
켄 키지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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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독서회에서 5월에 읽기로 한 책입니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62년에 발표되었는데 이번에 처음 읽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밀로스 포먼 감독이 잭 니콜슨, 루이스 플레쳐 등을 주연으로 영화화되어 1975년에 개봉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는 19779월에 개봉되었습니다. 그 무렵 의과대학 본과 3학년으로 마침 정신과 임상실습을 받고 있어 영화를 보러갔습니다.

영화 속의 정신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은 충격 자체였습니다. 전기충격이나 전두엽절제술(전전두엽 절개술이 정확한 용어입니다)이 시술되던 시절이었던 만큼 전전두엽절개술을 받은 랜들 패트릭 맥머피(잭 니콜슨 )이 시술 전의 모습과는 달리 영혼이 빠져나간 듯 멍한 상태에 빠진 것이 충격이었습니다.


1890년 고틀리프 부르크하르트(Gottlieb Burckhardt, 1836~1907)가 처음 고안한 전전두엽절개술은 1935년 에가스 모니스(António Caetano de Abreu Freire Egas Moniz, 1874~1955)가 개량하여 강한 폭력성을 보이는 중증 정신질환자가 당시까지 적용되던 어떠한 치료방법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을 때 적용하였습니다. 시술을 받은 환자들의 폭력성이 사라지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 1949년 노벨 의학상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폭력성은 사라졌지만 환자가 의욕을 잃고 무기력하게 하루를 보내거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감정을 보이지 않는 등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1970년대 들어서 시술을 금지하는 나라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배경은 미국의 오리건 주입니다. 주인공 랜들 패트릭 맥머피(잭 니콜슨)는 권위주의에 반감이 심한 인물인데 도박을 즐기는데다가, 아동성범죄를 저질러 유죄판결을 받게 되었습니다. 정신감정에서 결함이 없는 정상인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수감생활보다는 편할 것이라는 생각에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길을 선택하여 정신병원에 이송되어 온 것입니다.

랜들이 입원하게 된 병동은 밀드레드 래치드(루이즈 플레쳐 )가 수간호사로 있으면서 환자들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환자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정신적 학대도 서슴치 않는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환자들은 래치드 수간호사의 심기를 불편하지 않게 눈치껏 행동하는 것이었습니다. 맥머피의 성격 상 환자들처럼 행동하기보다는 무언가 바꿔야 할 필요가 있는 그런 상황에 빠진 것입니다. 상황은 맥머피와 래치드 수간호사 사이에 긴장감이 넘치는 대결구도는 서로 우세를 주고받는 용호상박의 접전을 벌이게 됩니다.

마지막에는 맥머피가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환자들을 설득하여 병원을 탈출할 계획을 세우지만 탈출을 앞두고 벌인 파티가 잘 마무리되지 못하면서 탈출에 실패하고 그 결과 맥머피는 전절두엽절개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맥머피가 세운 탈출계획은 화자인 인디언 추장 브롬덴(윌 샘슨 )이 이어받아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영화에서는 놓쳤던 사실 가운데 이해되지 않는 점은 정신병원에서 수간호사가 환자의 치료와 관련한 사항을 결정한다는 것인데, 정신과 전문의가 수간호사의 진료행위를 거드는 상황은 아무래도 있을 수 없는 일 같다는 생각입니다.

정신병원하면 왠지 음침하고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선입견은 소설이나 영화를 통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요즈음의 정신병원은 시설도 말끔하고 환자가 당연히 누려야 할 것들이 보장되고 있습니다. 소설 속의 정신병원은 없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일할 때는 정신병원들의 운영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일에 참여하면서 전국의 정신병원들을 직접 방문하게 점검할 기회가 있었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47년전에 영화를 보았을 때나 책을 읽은 지금도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라는 제목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옮긴이는 작품해설에서 뻐꾸기 둥지는 정신병원을 일컫는 속어라고 합니다. 그리고 맥머피와 브롬든이 뻐꾸기라는 것입니다. 정신병원에 날아든 뻐꾸기 맥머피는 브롬든에게 저항의지와 자유를 향한 열망을 심어주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할머니가 브롬든에게 불러주었다는 노래 세 마리의 기러기가 무리 지어.... 한 마리는 동쪽으로 날아가고, 또 한 마리는 서쪽으로 날아가고, 나머지 한 마리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다.... OUT이라는 글자가 나타난다.... 기러기가 재빨리 내려와 너를 낚아채 밖으로 데려간다(451)”라는 대목에서 가져온 해석 같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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