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글씨책] 톨레도의 유대 여인
리온 포이히트방거 지음, 김충남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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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해외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모로코를 연결하는 여행을 골랐습니다. 이 여행에서는 많은 도시와 마을들이 인상적이었는데 톨레도 역시 그 중 하나였습니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리온 포이히트방거의 <톨레도의 유대 여인>을 읽게 되었던 것입니다. 스페인 여행에서는 특히 이슬람과 기독교의 만남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문화에 끌렸고, 이런 현상을 이해하기 위하여 기회가 닿는 대로 책을 읽어왔습니다.


<톨레도의 유대여인>의 시대적 배경은 1189년에서 1192년까지 진행된 3차 십자군 원정입니다. 이베리아반도에서 이슬람과 기독교가 충돌하게 된 것은 이슬람을 창건한 무함마드 사후의 이슬람 세계의 지배구조의 변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선출된 칼리프가 무슬림들의 지도자가 되었지만, 이내 세습제를 근간으로 한 우마이야 왕조가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661년에 성립한 우마이야 왕조도 100년도 채우지 못한 750년에 압바스 왕조에게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압바스 왕조는 우마이야 왕조의 후손을 몰살시켰는데 아브드 알 라흐만이 살아남아 모로코를 거쳐 스페인으로 도망쳤고, 757년에 코르도바에서 후() 우마이야 왕조를 세웠습니다. 이들은 이베리아반도와 북아프리카를 지배하면서 지중해 무역을 장악해 이슬람문화를 꽃피웠습니다.


당시 이베리아반도에는 로마제국이 붕괴할 무렵 진입해있던 서고트족을 비롯한 게르만부족들이 지배하고 있었고, 이들의 종교는 기독교였습니다. 무슬림이 강력한 왕국을 건설하여 이베리아반도를 지배하게 되면서 게르만 부족들은 국토회복 운동에 나섰지만 산발적인 시도가 번번이 무산되었던 것입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후() 우마이야 왕조도 기울어 결국은 북아프리카의 베르베르족이 가세하여 이베리아 반도를 나누어 가지게 되었고, 이베리아 반도의 북쪽에 자리했던 레온, 나바라, 카스티야, 아라곤 등 기독교 왕국들이 힘을 키워 남진하게 되었습니다. 종국에는 1492년 카스티야와 아라곤이 연합하여 그라나다에 남아있던 마지막 이슬람 왕국 나스르를 멸망시킴으로서 국토회복운동을 마무리하게 된 것입니다.


<톨레도의 유대 여인>에서는 당시 이베리아 반도에 살던 유대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세비야의 무슬림 왕국과의 일전에서 패한 카스티야의 알폰소 왕은 전후 대책으로 유대상인 돈 예후다를 재무장관으로 영입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알폰소 왕은 전쟁에 패하여 휴전협정을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복수를 꿈꾸고 있지만 돈 예후다는 일단 전쟁을 치를 수 있는 준비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왕과 신경전을 이어갑니다.

<톨레도의 유대 여인>1부는 카스티야의 재무장관직을 받아들인 돈 예후다가 알폰소 국왕의 신임을 얻어 재정을 튼실하게 하는 정책을 제안하고 세비야와의 휴전을 지키도록 조언합니다. 돈 예후다는 유대인이면서도 유대교를 버리고 이슬람교를 신봉하고 있어 유대인들로부터도 견제를 받는 입장입니다.


2부에서는 알폰소의 은근한 압력으로 시작한 알폰소와 예후다의 딸 라헬의 7년여에 걸친 사랑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3부에서는 알폰소의 기사본능을 견제하는데 일조를 하던 황후 도냐 레오노르의 아버지, 영국의 헨리왕이 죽음을 맞으면서 십자군전쟁에 나서야 한다는 당위성을 앞세우게 됩니다. 알폰소가 알라르코스에서 무슬림 군대와의 일전에서 처절하게 패하면서 톨레도는 온통 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도냐 레오노르는 패전의 책임을 예후다와 라헬에게 씌워 죽임을 당하도록 유도하는 치밀함을 보입니다.


전쟁에 나서는 것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측과 이슬람을 축출해야 한다는 명분에 치중하여 준비되지 않은 전쟁을 부축하는 측이 맞서 결국 명분론 측이 힘을 얻었으나 전쟁의 결과는 참혹한 패배를 반복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말았습니다. 기독교 왕국들이 단합된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을 보면 국토회복운동이 일찍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가 어디에 있었는지 알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을 읽은 뒤에 느낀 점이지만, 알폰소와 라헬의 사랑이 이야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이야기의 전체를 이끌어가는 것은 유대 상인 돈 예후다임을 고려한다면 <톨레도의 유대 상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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