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에서 만난 음악 - 사하라, 발칸, 아나톨리아 음악기행
신경아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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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 여행길에 두번째로 읽은 책입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적지 않고, 시차때문에 아침 일찍 눈이 떠지는 시간에 책을 읽는 만큼 완독에 이틀 정도 걸렸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를 여행하면서 읽고, 독후감은 보스니아의 메주고리예에서 썼습니다.

<세상의 끝에서 만난 음악>은 작가 부부가 서아프리카의 말리, 세네갈, 모리타와, 모로코, 발칸의 그리스, 알바니아,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마지막으로 아나톨리아의 터키와 쿠르디스탄 등의 오지를 여행하면서 민속음악을 영상으로 채록하는 여정을 기록한 책입니다. 발칸여행을 앞두고 우연히 눈에 띄어 여행길의 동반자로 삼게 되었습니다.

노동요와 같은 민요를 채록하는 작업을 하는 분들 이야기를 간혹 들었습니다만 우리나라 사람이 세계의 민요를 비롯하여 민속악기 연주 등을 채집하는 여행을 해오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신정아 작가는 어려서부터 여행과 음악을 좋아했다는데 프랑스에 본사를 둔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던 중에 파리 본사에서 일하게 되면서 외국 음악의 공연을 찾아다니다가 민속음악을 채록하는 일을 하는 남편을 만난 것이 이색적인 여행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세상의 끝에서 만난 음악>은 그렇게 채록한 민속음악의 내용을 분석한 학술적 내용이라기 보다는 여행과정을 비롯하여 그 사람들이 사는 모습과 음악을 하는 모습을 기록한 것입니다. 지구촌 어디나 세계화의 물결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인지라 전통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 민속음악을 만나기 위해서는 오지로 향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나마 안정적인 상황이 유지되는 발칸지역이 아닌 서아프리카와 아나톨리아 등지의 경우처럼 심각한 내전상태인 나라를 여행할 때는 신변의 안전이 최우선적으로 확보되어야 할 것입니다. 세상의 오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대체로 소문으로 듣는 것이 정확하지 않은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작가 부부는 파리에서 지내면서 쌓은 인맥을 바탕으로 오지여행을 기획하는데 인연이 인연을 낳는 방식으로 오지여행을 이어오고 계신다고 합니다. 현지에서 만난 인연을 통해서 안전 여부를 확인하고 다음 여행지를 결정하신다는 것인데 외교부에서 알면 여행허가를 내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

두 분이 만난 오지 사람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음악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라는 쇙각때문인지, 아니면 오지사람들 특유의 선한 마음때문인지 처음 만나는 동아시아 끝에서 온 작가부부를 편하게 맞아 그틀이 사는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셨다고 합니다.

두분이 하고 계시는 세계의 민속음악과관련된 내용을좈 소개하면 아프리카 민속음악의 특징은 악보가 있거나 기승전결의 형식을 갖춘 것이 아니라 연주를 이끄는 사람이 즉흥적으로 끌어가는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또한 음악에 사용되는 악기 또한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가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아프리카 음악은 타고난 끼를 통해서 이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두분의 여행이 일반사람들의 그것과는 다른 탓에 여행을 하면서 얻는 감정도 특별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다카르에서 카자망스로가는 배를 탔을 때의 일입니다. 대개 낙조를 바라볼 때는 대책 없는 감상에 빠지기 마련이지만, "아프리카에서보는 대서양의 낙조는 세상의 끝인 것만 같아서 황량하고 쓸쓸하고 무서웠다.(83)"

그리스를 비롯해서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끔찍한 인종분쟁을 겪은 발칸 지역에서는 살고 있던 터전을 버리고 새로운 터전에서 삶을 일구어야만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슬람, 기독교 그리고 동방정교에 유대교까지 다양한 종교가 뒤섞이던 발칸 지역에서 민족을 앞세운 내전이 일어나면서 종교까지 개입하게 되니 이주해온 사람들을 맞는 원주민들의 감정도 복잡다단했던 모양입니다. 그렇기에 새로운 삶어 터전을 일구어야만했던 이주민들은 서로의지하고 똘똘 뭉치게 되었는데 고유한 민속음악이 힘을 더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회가 안정화되면서 세계화의 영향이 거세지면서 이들의 민속음삭이 변질되어 가고 그나마 명색마저도 끊어질 지경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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